‘사랑에 미치다’는 동어반복? 사랑은 광기다!

어제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아이들과 끝말잇기도 시들해졌을 때, 둘째는 잠들었고 첫째는 내 스마트폰 마인크래프트에 빠져 있었다. 나는 잠을 쫓기 위해서 옆자리 아내분께 또 다른 게임을 제안했다.

- 동어반복 단어 말하기, 만원빵 어떠냐?
- 좋다!

내가 먼저 던졌다.

- 역전앞. (아시다시피 ‘전’과 ‘앞’은 같은 말 반복이다.)
- 처갓집.
- 사랑에 미치다. (사실은 이 말이 생각나서 게임을 건 것이었다. 나는 신나서 설명했다.)
  ‘사랑에 미치다.’는 동어반복이래. 사랑은 이미 광기라는 거지.
- 알았어. 족발.

- 야, 사랑은 이미 광기라는 철학적 의미를 좀 음미하고 게임을 하자.
- 그래, 알아먹었어. 족발.
- 너, 오늘 저녁에 족발 시켜먹으려고 그러는 거냐?
- 아니, 만원빵이잖아. 족발.
- 외... 외갓집.

- 아까 처갓집 했잖아.
- 다른 말이잖아.
- 그럼, 종갓집.
- 의성김씨 종갓집.
- 장난하냐? 진주강씨 종갓집.
- 김해김씨 종갓집.
- 경주김씨 종갓집......

내가 운전하고 있는 틈을 타서 아내는 비겁하게 스마트폰으로 동어반복 단어를 번개처럼 검색해나갔다.

- 무궁화꽃.
- (꽃이라?)... 채송화꽃.
- 아씨, 봉선화꽃.
- 수선화꽃.
- 어... 어... 능소화꽃.
- 그런 꽃도 있냐? 봉숭화꽃.
- 봉숭아꽃이거덩?!
- 알았다. 거... 거... 이화꽃!

아내는 다시 스마트폰을 슬쩍 보더니,

- 동해바다.
- 서해바다.
- 아씨, 남해바다.
- 북해바다.
- 북해바다가 어디 있냐? 우리나라에.
- 어디 있겄지. 거... 호주 같은 나라에는.
- 호주에도 동어반복이 있냐?
- 없을 리가 없잖아.
- 관두자. 톨게이트다.

이렇게 만원의 주인은 찾지 못했다. 나는 생각했다.

이런 것인가? 광기 없는 사랑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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