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박작가 에세이 '밤눈'
김수박작가 에세이 '밤눈'
  • 뉴스풀협동조합
  • 승인 2018.03.0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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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설레기도 하지만... 누군가에는 골치덩어리

눈이 많이 내리네.

어제 밤,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는 함박눈이 내렸다. 사람 없는 동네 길에 고요하게 내려앉아 쌓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눈 오던 밤, 집에 가기 싫다며 레코드 집 처마 밑에 서서 조지 윈스턴의 Thanks giving 같이 듣던 시커먼 친구 생각도 잠깐 했다.

나한테 ‘뉴 에이지’ 가르쳐주고 너는 어디서 뭐하고 사냐? 이눔시키... 당연히 잘 살겠지. 눈에 관한 기억들은 친구들과는 기쁘고, 여자들과는 슬프다. 이상한 일이다. 슬픈 일은 떠올리지 말라는 것인지. 들고 있는 자판기 커피에 하얀 눈이 자꾸 들어왔지만 모르겠다, 그냥 마셨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더니, 내 머리와 어깨에 쌓인 눈을 본 아내가 놀라며 물었다.
- 눈 오나?
- 펑펑.

아이들의 외침과 아내의 외침이 동시에 들렸다.
-야호, 젠장!

아이들은 눈 쌓인 운동장에 뒤로 벌렁 누워 나비 그릴 생각에 설레지만, 아침에 자동차로 출근하는 아내에게 함박눈은 골치였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내가 먼저 일어나서 자동차에 쌓인 눈을 치웠다. 하얀 세상에서 식구 몰래 담배 한 가치도 피우고 싶었고, (새해에도 결심했었지만, 진짜 올해에는 끊고 말테다!) 눈을 다 치우고 나니 아내와 큰아이가 집에서 나오고 있었다.

‘붕’하고 떠나는 차를 보며 생각했다.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야호’하는 함박눈을 위하여. 나도 둘째 어린이집 보낼 채비하러 들어갔다. 그런데 어우, 숙취...

아니야. 앞으로 새해가 백번이 더온다해도 술은 진짜 끊기 힘들 거야.

(그럼. 그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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