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파마머리, 봄바람에 휘날리는 머리를 꿈꾼다.

오늘은 두 달 만에 머리(카락)자른 날.

평소에 2-3일에 한 번 감던 머리 하루 만에 세 번 감은 날. 왜 때문에 세 번이나 감느냐믄... 우선 더벅머리 창피해서 아침에 후다닥 머리 감고서 단골 미용실에 갔다. 이 미용실의 시니컬한 미용사 아주머니께선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지도 않고 사생활도 묻지 않아서 좋다.

지난날들, 여러 미용실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내가 만화가라는 사실을 말하는 바람에 손님들이 넘겨볼만한 사인한 만화책 많이도 가져다 드렸었고 무슨 만화가 쉽지가 않냐고 실망도 시켜드렸던 것이다.

시니컬한 미용사께서는 "머리를 커트하고 나면 머리 감으실 게요" 라고 하시고 자기 머리 말고 내 머리를 감기신다. "아니에요, 요 앞에 집에서 감을게요" 라고 그동안 몇 번이나 거절했지만 머리를 감고 드라이한 후에 한 번 더 마무리 디자인하는 것이 자기의 스타일이라고 항상 고집하셨다. 모두 끝났을 때는 나의 헤어스타일을 반드시 아이돌 스타처럼 만들어 주신다.

아저씨 얼굴이랑 하나도 안 어울려 보이는데 꼭 그렇게 만들곤 흡족해하신다. 그러므로 집에 와서 세 번째 머리감기를 하곤 기어코 이대팔 중대장 헤어스타일을 만들어 놓는다, 나는. 거울을 보면 이제 내가 흡족하다.

내일은 울아부지, 어무이 뵈러 가는 날.

나도 꽁지머리 하고 싶고 박박머리도 하고 싶고 애봉이 머리도 하고 싶지만, 그야말로 할아버지가 된 아버지라도 내 더벅머리 걸리면 아직도 역정이시다. “아부지, 나도 낼 모래 반백년입니더!” 라며 뿔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온 가족의 평화를 위하야 오늘도 나는 이대팔 머리.

아버지 살아계실 적에 아들은 영원히 어린이, 그리고 이대팔. 왕년에 운동한 사람이라며 당신은 일 년 365일 스포츠머리를 고집하신다. 이대팔 머리한 아들은 내일도 복수하는 마음으로 바리깡 3미리 반삭으로다가 아버지 이발을 해드릴 참이다. 그리고 머리를 감겨드릴 참이다. 아버지도 웃고 나도 웃고 모두가 웃을 것이다.

나도 따지고 보면 예술가인데 언젠가는 파마머리, 봄바람에 휘날리는 머리를 꿈꾼다. 그러나 그리해볼 조건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딜레마 이고 인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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