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구성원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아침에 차를 몰다가 신호등 앞에서 차를 세웠다. 그런데 누가 내 차창을 두드리는 것이 아닌가? 놀라기도 하고 잘 알아차리지도 못해 한참 있다 창문을 열었다. 임산부님이 내 차창 옆에 서 있었다. 그리고 내가 차를 난폭하게 몰아서 무척 놀랐다고 했다. 내 기억에는 차선을 바꾸면서 옆에 차가 있다거나 위험하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아마 내가 못 본 사이에 옆에 있던 임산부님의 차를 추월했던 모양이다. 얼떨결에 미안하다고 인사는 했지만 무슨 영문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임산부님 죄송합니다.”

사실 아침에 정신이 없었다. 잠을 설쳤기 때문이다. 원래 예민해서 잠을 잘 깨는 것도 있지만 밤에 방안에 담배연기 심하게 나서 잠을 깼다. 우리 가족 중에는 흡연자가 없다. 예전에도 밤에 집안에 담배냄새가 나곤 했는데 어제는 더 심했다. 아파트 계단에서 누군가가 담배를 피웠다. 아침에 나가보니 우리 집 올라오는 계단 바로 아래에 담배꽁초가 떨어져 있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통로가 없어 지붕이 막혀있고 우리집이 꼭대기 층이라 누군가가 담배를 피우면 연기는 위로 올라가다 막힌 지붕 아래에서 우리집 현관문을 통해 들어온다. 새벽 1, 2시쯤에 아래층에 사람이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으니 그 분이 피웠을 가능성이 높다. 내 주변에 투잡(두 가지 직업)하는 분들이 계서서 아마도 아래층에 사시는 분도 그런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왜 요즘 아침, 저녁으로 혹은 저녁, 새벽까지 두 가지 일을 직업으로 하셔야 하는 분들이 늘어났을까? 먹고 살기 힘들어서인가?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에 사로잡혀 일하는 것인가? 새벽까지 일하고 집으로 돌아와 집 앞 복도에서 담배 한 대 피우는 심정을 비흡연자인 나도 어느 정도 헤아릴 수 있다. 내 주변에 담배 피우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밤늦게까지 일하고 담배한대 피운 것이 무슨 잘못인가? 당연해 보이는 이 일로 인해 나는 교통사고를 낼 뻔했고, 임산부님이 무척 놀랐다. 배속에 있는 아이도 놀랐을 것이다. 우리 삶은 이렇게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내 이익을 위한 개인적인 일 외에도 한 사회의 시민으로서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없는 일도 주제넘게 관심을 가지고 책임을 지려고 한다.

금방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내 경우처럼 한 사회의 구성원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 사회에 대중교통을 포함해서 차를 타고 다니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숨을 쉬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세계최고수준의 흡연율과 OECD 국가들 중에서 최고 수준의 노동시간으로 우리 사회는 움직이고 있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담배를 덜 피우고, 투잡까지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나는 운이 좋아 사고를 면했지만 우리나라는 교통사고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다른 사람이 힘들게 살아가는데 나 혼자 안전하고 쾌적하게 살 수 없다. 위대한(?) 대통령들 덕분에 세계적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했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들고, 위험하게 살아가는가?

“임산부님 죄송합니다.”

[사진출처 : 인천동구블로그]

* 위 칼럼은 작은 공동체 한승훈님께서 기고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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