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장애를 이유로 한 해고는 부당” 행정소송 판결
“신장장애를 이유로 한 해고는 부당” 행정소송 판결
  • 박재희
  • 승인 2021.01.15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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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장애인 버스 운전원 부당해고 사건 당사자, 행정소송 1심서 승소
“신장 장애인과 같은 내부 장애인 차별 문제 인식할 수 있게 한 판결”

 

㈜코리아와이드포항 버스운전원으로 일하다 신장 장애를 이유로 부당해고된 당사자가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버스회사의 신장장애인 해고는 합당’하다고 판결한 중앙노동위원회의 판결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했다.

14일 서울행정법원 제12부(홍순욱 부장판사)는 원고 강성훈 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 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취소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강 씨는 해고 후 약 2년간의 싸움 끝에 부당해고를 인정받게 되었다.

 

14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출처=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유투브 채널 생중화면 갈무리)

판결 직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경북노동인권센터·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의 해고무효 판결을 환영했다.

원고 소송대리인 곽예람 변호사(법무법인 오월)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입법 취지를 확인한 판결”이라며, “장애를 이유로 한 근로관계에서의 채용 거절은 차별이라는 점,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거나 업무 특성상 불가피하게 채용할 수 없는 사유를 밝히는 것은 사용자의 책임이라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신장장애인과 같은 내부 장애인은 외부적인 특성이 없어 비장애인의 인식이 낮다. 그래서 더 은밀한 차별의 대상이 되고, 이를 구제할 제도장치가 미흡하다. 오늘 판결은 내부 장애인에 대한 차별문제를 인식할 수 있게 한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사건 당사자이자 원고인 강성운 씨는 “회사에서 없는 말을 너무 했는데 재판부가 인정해 준 것에 감사하다”며, “최선을 다해서 회사의 잘못된 부당해고 관행을 꼭 바꾸고 싶었다“고 뜻을 전했다.

소송 공동대리인인 조미연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장애가 아니라 차별이 문제다. 이 당연한 명제를 확인하기 위해 장애인 노동자는 회사, 법정, 사회에서 울분을 토해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개탄했다.

이어 “차별하지 않았다, 의도가 없었다는 말로 더 은밀하고 공고하게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어려운 생활 속에서 소송제기를 결심한 원고의 마음에 응원을 보태겠다”며 연대의 뜻을 밝혔다.

사건 당사자 강 씨는 지난 2019년 2월 10일 ㈜코리아와이드포항에 버스 운전원으로 입사했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신규채용 면접을 보고 채용되었으나, 사 측은 강 씨의 신장장애를 이유로 서면통지도 없이 채용취소를 통보했다. 합당한 근거 없이 ‘정기적인 혈액투석은 버스 운전업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차별적 판단이 그 이유였다.

이에 강 씨가 경북지방노동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자 복직처리를 했다가, 복직 4일 만에 2차 해고를 통보했다. 강 씨는 부당해고를 바로잡기 위해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재심신청까지 모두 기각되며 고용노동위원회조차 사용자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6월 25일, 서울행정법원 앞 ‘신장장애인 부당해고 사건 행정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강성운씨의 모습.

주최 측은 “고용노동위원회라는 국가기관이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가 정당하다고 결정하면서 행정소송까지 왔다”며, “특히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신장장애인의 경우 졸음의 징후가 수반될 수 있고, 투석치료를 받더라도 증상이 호전될 수 없다며 운전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신체적 능력이 없다는 차별적인 주장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버스회사는 차별행위를 반성하고 법원의 판결을 적극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부당해고 구제신청부터 당사자를 지원해왔던 경북노동인권센터 김용식 집행위원장은 “관행, 그리고 당연한 것에 맞서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확인한 시간”이라며, “이번 사건은 혈액투석을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결정을 통해 노동권의 의미를 확장 시킨 중요한 판례”라고 짚었다. 경북노동인권센터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노동위원회의 태도 변화를 촉구해 나갈 것이라는 계획이다.

해고 이후 강 씨는 현재 일용직 관광버스 기사로 일하고 있다. ‘장애인이니까 나가세요’라는 단 한마디로 일터에서 쫓겨난 그는 지난 2년간의 싸움 끝에 맺은 결실에 대해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에 기쁘고요. 회사에 억지 주장들을 뿌리 뽑아야죠. 말도 안 되는 관행들과 편견을 앞세워 근로자를 업신여기지 않게 해야죠. 장애가 있든 없든 근로자를 우습게 보는 것들을 확 뜯어고쳤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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