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는 정치1번지 (15) 김종필

지금 가장 '핫'한 정치인은 JP다. 홍준표 말고 김종필 말이다(홍준표는 ‘핫’이  아니라 ‘콜드(Cold)’라고 봐야겠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부인 고 박영옥 씨의 사망과 함께 다시 관심의 한 가운데 섰다.

장례식장을 찾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앞에서 또다시 내각제론을 설파하면서 내각제론자로서의 자신을 다시금 부각시켰다. 제2공화국기에 실시되던 의원내각제를 붕괴시킨 장본인이 그러는 게 아이러니하다.

김종필은 그간 회고록을 쓰지 않겠다고 공표해왔고 그의 생애를 다룬 만화책만 나올 예정이었다. 그는 그러나 이번 장례식을 계기로 자신에게 돌아오는 조명을 피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3월 초부터 김종필의 증언록 ‘소이부답’을 연재하고 있다.

‘소이부답(笑而不答)’은 ‘말 대신 웃음으로 답한다’는 뜻이다. 세간의 의구심이나 기자들의 질문에 걸핏하면 “노 코멘트”라고 웃고 넘어가던 그가 네 글자에 농축되어 있다.

하지만 이 증언록은 웃음소리와 거리가 먼 생생한 기록이다. 초반부인 현재는 5.16을 다루고 있다. 박정희의 좌익경력을 불식하려 반공을 5.16 공약의 제1호로 내세웠다, 5.16 당시 부인은 임신중이었다, 영관급 장교 신분으로 육군 참모총장에게 용퇴 요구를 했다, 점쟁이 백운학에게 들은 “박정희는 20년은 갑니다”, “서울만 장악하면 나머지는 다 따라온다”며 60만 대군 중 극소수인 3천 6백 여명으로 거병했다 등등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5.16반란의 정도전, 2004년에 우스운 정치말년


김종필은 5.16의 주인공이었다. 그가 사상가였고 전략가였다. 조선 개국으로 치면 정도전, 러시아혁명에 비유하면 레온 트로츠키였다. 그는 살해 당한 정도전이나 트로츠키만큼은 아니겠지만, 세상을 뒤집은 자들도 상당수는 뒤집힌 세상에서조차 무난히 살지 못함을 증명했다.

그는 집권당 내부에서 끊임없는 견제를 받았고 박정희에게도 온전히 보호받지 못해 툭하면 해외로 떠나야 했으며 후배 군인들인 전두환 일당에게는 ‘부정축재자’로 몰린다.

그래도 이런 고초는 훗날 멋있어 보이기라도 하지. 자유민주연합 총재이던 그가 2004년 총선 당시 유세하러 차에서 내릴 때, 그를 맞이하던 아주머니의 팬클럽 같은 외침은 잊혀지지 않는다. “조용필!”  대표곡은 <돌아와요 내각제로>, <못 찾겠다 장면 총리>, <외유를 떠나요>? 김종필은 웃음으로 답할 수만은 없었을 테지만, 사람 여럿 웃겼다. 반란군인의 정치적 몰락은 이랬다. 


저작권자 © 뉴스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