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사랑방 이주의 冊 <장기보수시대> - 신기주

 "새누리당 독주를 저지하기 위해 야권연대를..."이라는 둥의 말을 들을 때면 저 사람 참 한가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새누리당의 독주는 어떤 구조나 국면의 한 편린이지 그 자체가 시대를 만들어나가는 핵심 요소는 아니라는 깨달음에 접어들면 더욱 그렇습니다.

어떤 분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이야기하며 보수 정당에 유리하도록 수십년간 조성된 정치 구도를 이야기합니다. 글쎄요. 저자는 두 번의 진보(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오히려 우경화 정책으로 구조적 보수화를 강화시켰고 진보의 진정성까지 훼손했다고 말합니다. 또 1990년대 중반부터 '구조적 보수화'가 지속되었기 때문에 설사 야권이 재집권한다고 해도 장기 보수 시대로 접어든 한국 사회 구조를 재편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합니다.

'장기보수시대'는 "보수가 장기집권할 것"이라는 예견을 뛰어넘는 책입니다. 저자는 <에스콰이어>에 2년여 동안 기사들을 연재했고, 도서출판 마티의 정희경 대표는 이 기사에서 기술된 개별적 사건들이 '장기 보수화의 징후'였다며 큰 흐름을 짚어냈습니다. 이 책을 편집한 서성진 씨는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의 이론을 빌려 개별 기사들을 사건사, 국면사, 구조사로 재배열했다고 합니다.

대안을 두려워하는 경제학자들, 고용의 축소와 불안, 불성실한 자본주의, 대기업의 골목상권 장악, 자신을 피해자로 여기지 않는 피해자, 연쇄살인 사건들, 무너진 MBC, 효자지만 미움받는 게임 산업, 안철수 현상을 감당하지 못한 안철수, 일본을 미워하지만 일본을 닮아가는 한국 등이 장기보수시대의 징후들로 꼽힙니다.

어제와 오늘 여야 대표의 국회연설이 있었습니다. 유승민과 문재인 모두 '성장'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성장과 이에 의존하는 발전은 지났으며, '성장' 자체가 옳은지도 회의하게 됩니다. 당신이 진보라면 당신이 깔고 있는 전제부터 회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신이 보수라면 면밀한 설계없이 뒤엉켜 흘러가는 장기보수시대에 제동을 걸어야 할 것입니다. 그게 아니면 그저 탁류에 휩쓸려갈 뿐입니다.  

* 풀뿌리사랑방: 인의동 667-13  

저작권자 © 뉴스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