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진 의장, 김태환 의원, 일부 언론의 느닷없는 합작품

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낙마함에 따라 차기 총리직을 둘러싼 하마평이 나오는 가운데 느닷없이 '김관용 총리론'이 돌출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총리 기용은 지사 임기의 반의 반도 채우지 못하고 재보궐선거를 치른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에 '김관용 총리론'은 김 지사를 오히려 곤경에 빠트릴 수도 있다.

4월 22일 <경북문화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김관용 총리론'은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새마을 운동 45주년 기념식'에서 일부 기관장들의 발언을 통해 불거져 나왔다.

장대진 의장, <영남일보> 기사를 아전인수?
도지사 견제해야 할 도의회 의장 맞나

여기서 장대진 경북도의회 의장은 '차기 총리 인선, 지역도 보라'는 지역언론 보도 내용을 소개하면서 ’김관용 지사 총리론‘을 강조했다.

장 의장이 거론한 이 기사는 <영남일보> 임성수 정치부장이 작성한 글로 "시야를 조금만 넓히면 인재풀의 한계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청와대 인사수첩에 없는 유능한 ‘지역 인재’는 없는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도덕성은 물론 개혁성과 전문성, 행정경험과 추진력까지 두루 갖춘 인물이 지역에도 적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기사는 그러나 김관용 경북도지사(이하 사진)를 직접 거론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영남 지역 단체장을 지역 인재의 예시로 등장시킨 것도 아니다. 대구경북 지역 신문이기에 여기서 말하는 '지역 인재'가 대구경북 지역의 인재라는 추측은 가능하겠지만, 김관용 지사를 암시할 만한 대목은 없었다.

경북도지사를 견제하는 경북도의회의 수장이라는 장 의장이 언론 보도를 아전인수해가며 도지사에게 아부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게다가 새누리당 당원대회도 아닌 새마을운동 행사 기념식에서 김관용 총리론을 내세우고 나섰으니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한다는 비난이 나올 수도 있다.  



장 의장에 이어 축사를 한 김태환 국회의원(구미을) 역시 "김관용 지사가 박근혜 대통령 곁에서 힘을 보태주면 좋은 일이고 지역에도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또 "전국 시도지사 지지도 여론조사에서도 굳건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김지사가 총리감으로 손색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사 재보궐선거? "김 의원이 나가고 싶은 모양"
'전국 지지도 1위' 상찬에 "존재감 떨어져" 반론도

이 말을 전해들은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도지사 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다. 총리가 되면 재보궐선거를 실시해야 하는데 도민들을 우롱하는 거냐"며 "경북도지사 재보궐선거에 김태환 의원이 나가고 싶은 모양"이라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전국 시도지사 지지도 1위'에 대한 반응도 신통치 않다. 새누리당의 지지세가 가장 강한 지역이 경북인 구조에서, 김 지사가 아닌 누가 지사를 한들 지지도가 전국 1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지적이 많다.

또한 모 신문의 정치부 기자는 "김관용 지사는 전국 광역단체장 가운데 가장 존재감이 떨어진다"고 단언했다. "김 지사가 단순히 비수도권 단체장이어서 주목을 못 받은 게 아니다. 당장에 안희정 충남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윤장현 광주시장과 견줘보라."

경북에서 지지도가 높은 박근혜 대통령이 굳이 김관용 지사를 총리로 기용할 개연성이 별로 보이지 않는 점도 김관용 총리론이 거부당하는 큰 이유다. 김관용 총리론은 박 대통령이 대선 주자인 시절부터 흘러나왔던 이야기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충청 총리론, 호남 총리론은 나왔어도 영남 총리론, 특히 대구경북 총리론은 수면 밑에 잠복해 있었다.

작년 말 국정실세논란을 계기로 급추락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얼마 전까지 회복세를 보이다가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세월호 추모 민심으로 인해 다시 하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굳이 구미시장 출신 경북도지사를 기용해서 얻을 이익이 없다.

박 대통령이 굳이 TK 총리 임명할 이유 없어
'김관용 총리론'에 "혹시 다른 원인이?" 의구심도

경북 지역 한 야당 관계자는 "김관용 지사가 총리가 될 경우 박 대통령은 정권을 맡기 어려울 정도의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며 결국에는 경북 지역에서도 여론이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게 박 대통령, 김 지사, 새누리당의 동반 몰락이 일어나면 내년 경북 지역 총선에서 무소속 돌풍이 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신빙성과 가능성이 떨어지는 '김관용 총리론'이 나오는 원인에 대해서는 또다른 분석도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도의회의장, 현직 국회의원, 지역 언론사가 김관용 지사에게 잘 보이고 싶은 거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했다.

김 지사를 지지한다는 한 시민(구미시 원평동/51세)은 "총리론을 퍼뜨리는 건 김 지사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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