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사랑방 이주의 冊 <거대한 전환> - 칼 폴라니(홍기빈 역)

얼마 전 캐나다 맥길대학교의 캐리 폴라니 레빗 명예교수가 방한했습니다. 레빗 씨는 사회적경제의 거장 칼 폴라니의 외동딸입니다. 한국에도 칼 폴라니의 뜻을 이어 사회적경제를 다루는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가 개소합니다.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는 1988년 캐나다 몬트리올에 최초로 설립되었으며 2008년에는 프랑스 파리에 유럽지부가 설치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시아 최초로 한국 서울시 은평구에도 연구소가 생긴 것입니다.

칼 폴라니는 아담 스미스, 칼 마르크스, 존 메이너드 케인즈와 함께 경제학사의 거장으로 꼽힐 인물입니다. 아담 스미스가 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칼 마르크스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존 메이너드 케인즈가 수정자본주의와 복지국가노선에 영향을 끼쳤다면, 칼 폴라니는 '사회'에 핵심 가치를 두었습니다.



폴라니는 수요-공급 곡선으로 대표되는 자기조정시장의 존재 자체를 믿지 않았습니다. 아담 스미스와는 물론이고 시장자본주의 규제를 주장한 케인즈와도 다른 차원과 지평에서 경제학을 전개했습니다.

폴라니는 사회주의자이지만 국가의 개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국가-사회주의가 아닌 일명 사회-사회주의자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폴라니는 시장경제를 규제하거나 폐지하는 것, 국가를 휘두르거나 자제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연대'의 가치에 복무할 수 있는 기능적 제도로서 국가와 시장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려 했습니다.

그의 대표작 <거대한 전환>은 자본주의 체제가 상품화가 불가능하거나 옳지 않은 것들, 예컨대 자연(토지), 노동력, 화폐를 상품화하여 스스로 불안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간파하고 있습니다. 1944년도에 나온 이 책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장만능주의, 자본지상주의의 폐해와 오류가 드러나면서 더욱 큰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폴라니의 후예들은 최근 하나의 화두를 더 던지고 있습니다. 폴라니는 찬반을 밝힌 적이 없는 '기본소득'에 대해 캐리 폴라니 레빗 씨는 "아버지도 살아 있다면 지지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폴라니의 '만난 적 없는 한국 수제자'라 할 만한 홍기빈 씨는 녹색당에게 "기본소득운동이 보편적복지국가운동과 같이 가야 한다"고 주문하며 아울러 "재원 방안 마련보다 왜 그것을 해야 하는지 설득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모두에게 조건 없이 현금을 지급한다는 기본소득이 폴라니 사상과 어떻게 조우할지 주목됩니다.


* 풀뿌리사랑방 인의동 667-13
저작권자 © 뉴스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