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추위로 몹시 몸이 떨린다. 서둘러 이리저리 팔을 휘두르며 이불자락을 찾는다. 닫힌 눈꺼풀이 떨어지지 않는 통에 더듬거리며 겨우 끌어당기려니 남편 또한 이불자락을 칭칭 두르고 있다.지난밤 주먹 하나 들어갈 만큼 창을 열고 잠을 청했다. 늦더위가 모질게도 스멀거리며 올라왔기에. 찬기는 이에 맞서는 중인가 말이지. 꽤 으슬거렸거든.가을은 가을이다.근데도. 아직도. 가을은 멀게만 느껴진다.글쎄. 9월 말. 어김없이 가을이 오고 싶다고 떼를 쓰고 있었던가 보다.하지만 자연은 몸살이 난 게지.내가 바라볼 수 있는 사거리에서 조금은 이른
얼마나 애가 탔는지. 그 계곡으로 가기까지는 말이다.수년 전부터 그 아이 소식은 들었지만, 도대체 어느 골짜기로 들어서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도 원을 세우면 꿈에서라도 만나는 것이었던가. 며칠 전 꿈속엔 첩첩산중을 헤매고 또 헤매며 보라 빛발이 서리는 골을 넌지시 바라보며 어느새 발등 위로 보라색 향기가 타고 흐르며 점점 사라지는 것이었다.아. 어쩌나, 어쩌나.엄습해 오는 불안함이 약속 시각보다 20분이나 앞서 도착하게 한다. 하지만 웬걸 그분의 싱글 생글 웃으시는 모습은 오늘 그럴 줄 알고 계셨으리라. 우리들의 쉴 새
봄 햇살은 머리카락부터 코와 턱선을 넘어 가슴을 데우는 데까지 단 몇 초면 충분하다. 이른 아침, 희뿌연 뭉게구름에 갇혀 허우적거리며 아무리 헤어 나오려 해도 깊은 잠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순간 데워진 마지막 봄볕을 배웅이라도 할 작정이었나? 허공을 휘저으며 버거웠던 눈을 떠 본다.방사형으로 쏟아지는 빛은 하늘 아래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직각으로 닿아 눈부시다. 수많은 구름들이 겹쳐진 가장자리를 뚫고 세차게 뻗어 나가는 빛 입자들은 눈동자를 덮고 있는 연약한 살갗에 내려앉아 간지럼을 태우지만,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속도감으로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