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었습니다. 3월하고도 6일 ‘경칩’이자 보름입니다. 천문의 지혜를 알 턱이 없는 촌부가 경칩과 보름이 한 날에 겹치는 것에 묘하게 끌려 평소 소회를 적어봅니다.지난가을 놀고 있는 빈 땅을 차마 그냥 둘 수 없어 복합비료 두 포대와 함께 이삭이 예쁘게 패는 우리 밀을 뿌렸습니다. 종자 이름이 흑진주를 떠오르게 하는 ‘아리진흑’의 싹들이 봄을 맞아 제법 기운을 차려 500여 평 되는 밭에 푸른 기운이 겨우내 메말랐던 대지를 도포하고 있습니다. 자두 농사를 짓는 시골 농부의 엉뚱한 푼수 짓에 경운기를 몰고 지나던 노인 회장님은
2022년 올해의 간지는 임인년(壬寅年).저는 열한두 살쯤 아버지로부터 천자문 맛보기 공부를 하였습니다. 20대 초반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할 때 부산 사상의 한 서예 학원에서 두세 달 간 보기 서예 공부도 하였습니다. 그야말로 가뭇한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쉰 즈음에 ‘채약서당’ 문하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채약’선생님으로부터 ‘야담(野潭)’이라는 호를 받은 것이 공부를 하고 일 년이 지난 임진년(壬辰年)입니다. 같은 ‘壬’자 돌림으로 꼬박 10년 차입니다.장황하게 볼 것 없는 과거사를 늘어놓은 것은 채약서당 입문을 하고 그 서당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누구보다 먼저 새들이 소란스러웠다. 벌이 날아와 밭 둔덕으로 보랏빛 다홍빛 작은 꽃들이 피어났다. 듬성듬성 가지치기를 한 매화나무에도 연분홍 꽃이 피고, 자리를 옮겨 심어 말라죽은 듯 가벼워진 산수유에도 노란 별들이 매달렸다. 겨우내 한 것은 장작 패기였다. 앞밭에 널브러진 통나무를 도끼로 쪼개서 비에 맞지 않도록 쌓아야 했다. 도끼질을 한 40분을 하고 나면 온몸에 땀이 나고 한 시간을 넘어가면 몸에 에너지가 돌아 계속해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게 신난다고 무리를 하면 육체노동에 단련이 안 된 나
경칩이 지나 밭 한쪽 샘이 솟는 웅덩이에서 기세 좋은 개구리울음이 들리더니 지난밤 내린 비로 울음의 성량이 줄어 겨우 들릴 듯 말 듯 합니다. 산 이마에는 상고대가 핀 것처럼 서설이 쌓여 있고, 산 아래에서는 는개가 스멀스멀 퍼지고 있습니다. 마당에는 경자와 신축의 모진 영하의 바람을 견딘 운룡매가 시절이 닿았음인지 매향이 저의 코에 닿을 듯 말 듯 한 향기를 날리고 있습니다. 우중이라도 지붕 없는 마루 쪽 창을 열면 산새들의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이제 보름 정도면 온 밭에 ‘오얏꽃’ 향이 퍼질 것입니다. 지난해 봄 은은한 ‘
모든 것은 하나의 그물망으로 연결되어 흐른다. 봄처럼 바쁘게 시간은 흘러가고 향기로운 매화와 산수유 노란 별들을 달고 제멋대로 뻗어 위로 삐죽 솟아올랐다. 아이 머리를 깎이듯 웃자란 나뭇가지들을 잘라내었다. 잘린 가지에 붙은 꽃잎이 아까워 잎을 따 작은 통에 담아 얼렸다. 올해는 정다운 손님과 매화차를 맛보게 되리라.3월 24일, 비 온 뒤 우북하게 자란 쑥을 뜯어 쑥국을 끓일 겨를도 없이. 온막리 집 벽들이 허물어졌다. 공사 첫 삽을 뜨던 날, 아파트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집을 보러 오겠다고. 지난 3개월 동안 아무도 집을
구미시(시장권한대행 부시장 이묵)는 산동 참생태숲과 천생산성 산림욕장 내 유아숲체험원 공사를 이달에 마무리하고, 6월부터 유아숲지도사의 숲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유아숲체험원은 유아가 산림의 다양한 기능을 몸소 체험하게 하여 정서함양과 전인적 성장을 돕는 산림교육 시설로서, 아이들이 숲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보고, 만지고, 느끼는 등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숲의 소중함을 스스로 배워갈 수 있다.구미시는 2016년 옥성자연휴양림 유아숲체험원 조성을 시작으로 금년에는 생활권에 더 가까운 산동 참 생태숲과 천생산성산림욕장 두 곳에 조성하여 개장을 앞두고 있다. 구미시에서는 이번 유아숲체험원을 조성하면서 경북숲유치원협회 구미분회 및 유아숲체험원 운영 M
지난 1일, 원로시인이자 영문학자인 고려대 명예교수 김종길(1926~2017) 선생이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에 부인을 잃고 힘들어하다가 그예 뒤를 따랐다고 한다. 향년 91세. 내외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떠나시어 유족들의 슬픔은 크겠지만 두 분은 인연이 남달랐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선생의 본명은 김치규, 경북 안동 출신이다. 1947년 신춘문예에 시 ‘문’으로 입선하며 등단했다. 그는 “서양 이미지즘 시학을 받아들이면서도 기교에 치우치지 않고 고전적 품격을 지닌 시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은 시인이다.나는 1980년대 초임 시절에 제5차 교육과정의 고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그의 대표작 ‘성탄제’를 여고생들에게 가르쳤다. 갓 대학을 졸업하고 아는 것은
그예 ‘박근혜 없는 봄’이 왔습니다. 안방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다가 헌법재판소장 대행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감정이 실리지 않은 담담한 어조의 주문 선고를 듣는 순간,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같은 시간에 기쁨과 감격으로 겨워하며 환호한 이들은 전국에 또 얼마였겠습니까.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이 타오른 지 133일 만이었습니다. 박근혜가 파면됨으로써 그동안 열아홉 차례나 촛불을 밝힌 수고로움은 넉넉히 보상을 받았을 터입니다. 광장에서 새로운 민주주의를 창조해 낸 시민의 탄생은 박근혜 권력의 바탕이었던 ‘박정희 신화’의 퇴조로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그날, 후배 교사와 함께 선배 한 분을 모시고 가볍게 소주를 한잔 했습니다. 혹시 우리처럼 박근혜 파면을 자축하는 모임이 있나 살펴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