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기 아기별꽃 내가?비울 수 있을까…우산을 받친 손을여러 번 옮겨가며빗속을 걷는다. 식은땀이 옷을 적시며호흡 곤란이 왔다.앞이 보이지 않아쓰러질 것 같아염치 무릅쓰고 상가 2층 계단에털썩 주저앉았다.요즘 왜 이러지?한참을 앉아있다가슴 두근거림이잠잠해질 때다시 길을 나섰다. 남편님 전화데리러 오겠다는…내가 숨이 차서이제 막 마트에 들렀다고 하고걸어오면서 있었던이야기 건넸더니냉큼 달려오셨다. 에스컬레이터 오르는데누군가내 이름을 부른다.돌아보니남편님 나 찾아 내려가고 있다.엇갈린 인연 다시 돌아와 만난 우리마트서 나오며칼국수 먹으러 가
바쁜 하루 아기별꽃 출근길 훤해졌다새소리 들음서환한 미소 지으며고바위 오르는 나지난겨울어두컴컴한 시간을 지나지금은 해가 빨리 뜨니까주변이 훤히 보여서 좋다근무 마치고후딱 집으로 왔다시어머님 코로나 확진밑반찬이라도해다 드려야 할 거 같아냉장고 문을 열었는데재료가 열악하다장 보러 안 간 지꽤나 되었나 봐코다리 무조림보글보글 끓는 소리좋으다두부 간장볶음할 줄 아는 게 없네멸치 고추장무침냉장고 탈탈 털어서나온 재료지난번 담은궁채 장아찌그리고점심때 사 둔딸기 한 통챙겨서 남편 님 손에들려 보낸다.아파트 문 손잡이에걸어두고전화드려요들어가지 말
집단 수용시설에서 죽은 많은 장애인이 있다. 나와 같은 장애인들이 시설에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가족들이 더는 돌보고 싶지 않아서라고 생각했었다. 장애인 시설에서의 생활은 동물원의 창살 없는 공간 안에 갇힌 동물처럼 똑같은 일상이었다.어린아이부터, 청소년기를 지나 나이를 먹은 사람, 인생을 전부 보내는 할머니, 혹은 아프다가 죽은 사람이 많았다. 나도 그렇게 일생을 보낼 줄 알았다. 돌봐주는 가족이 없고, 갈 곳이 없는 나를 받아준 곳이 장애인 시설이기 때문에, 당연히 나는 남들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지만, 현실은 할 수
1_ 우리 곁에 스며드는 “욕창”의 악취 “욕창은 겉에서 봐서는 몰라요, 속이 얼마나 깊은지가 문제거든요”영화 의 전체를 관통하는 대사. 7월 초에 개봉하는 은 한국 사회와 현대 가족의 부조리한 부위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끄집어내 감춰둔 욕창을 관객에게 폭로한다.서울 연신내 호젓한 주택가에서 세 노인이 동거한다. 주인공인 ‘창식’은 퇴직 공무원이다. 창식에게는 뇌출혈로 반신불수가 된 반려자 ‘길순’이 있다. 창식은 길순을 돌보기 위해 중국동포 입주 간병인 ‘수옥’과 함께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항상 누워지내던
1. 전염병의 광풍이 끝나고 나면 다가올 것들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시절이지만, 사실 인간의 역사는 수시로 거대한 ‘역병’과 함께해 온 역사이기도 하다. 페스트, 콜레라, 스페인 독감, 에볼라, 에이즈, 신종플루, 메르스…. 세균과 바이러스 등 발병원은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이 다른 동물들을 사육하거나 인간이 접근하기 쉽잖은 자연계를 개척 혹은 파괴하면서 일어난 현상들이다. 먹거나 이용하기 위해 가축화하는 과정에서 해당 동물 특유의 전염성 질병에 노출되거나, 인간이 예전에는 쉽게 접근하기 힘든 환경에 굳이 진출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