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기

 

                                    아기별꽃

 

내가?

비울 수 있을까…

우산을 받친 손을

여러 번 옮겨가며

빗속을 걷는다.

 

식은땀이 옷을 적시며

호흡 곤란이 왔다.

앞이 보이지 않아

쓰러질 것 같아

염치 무릅쓰고

 

상가 2층 계단에

털썩 주저앉았다.

요즘 왜 이러지?

한참을 앉아있다

가슴 두근거림이

잠잠해질 때

다시 길을 나섰다.

 

남편님 전화

데리러 오겠다는…

내가 숨이 차서

이제 막 마트에 들렀다고 하고

걸어오면서 있었던

이야기 건넸더니

냉큼 달려오셨다.

 

에스컬레이터 오르는데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른다.

돌아보니

남편님 나 찾아 내려가고 있다.

엇갈린 인연

 

다시 돌아와 만난 우리

마트서 나오며

칼국수 먹으러 가자는 남편

참 징글징글하다.

칼국수 싫어한다고

그렇게 노랠 불러도

못 알아먹는다.

에고… 복장 터져

 

그럼 그렇게 하자고

내가 바꾸면 쉽지…

칼국숫집 도착

입구부터 냄새가 역하다.

 

남편님 다 드실 때까지

얼마 안 걸리니까

참는다.

나는

두어 젓가락 먹고

버렸다.

 

집으로 돌아와

씻고

법정 스님 따라

출가 계획 세운다.

 

바람 소리

물소리

새소리.

꽃이 피고 지는 소리.

어쩜 나랑 좋아하는 게

꼭 닮았을까

 

이 분이랑 인연이었다면

내 삶은 달랐을까?

 

모든 걸 내려놓고

출가하고 싶은 속내

내비치니

 

공주 왈.

엄만 그래도

이렇게 좋은 아들, 딸 얻었잖아

한다.

 

그렇지

소중한 너희들을 얻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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