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칼국수

 

아기별꽃

 

아버지 비도 오는데

칼국수 한 그릇 먹을까?

내가 갈 테니까 준비하고 계셔.

알았어.

 

친정집 마당에 들어서는 내게

누기고?

딸이지.

아~ 하며 웃으신다.

 

구멍 난 하늘

쏟아붓는 비

앞을 가린 안개

천천히 달리는 고속도로

아버지랑 점심 먹으러

상주로 내달리는 중입니다.

 

손주의 차를 타고

(아들 차를 끌고 나옴)

내 아버지는 연신 좋다고 합니다.

이렇게 좋은 차를 탈 줄

꿈에도 생각 못 했다 합니다.

 

헐~

지난번에도 타셨구만

울 아버지 기억은

깜빡 깜빡 깜빡입니다.

 

상주 도착

칼국수 두 개

수육 한 접시

막걸리 한 병

우리의 점심상이 차려졌습니다.

 

아버지의 옛날이야기

슬슬 풀어놓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고생을 많이 했거든…

알지 울 아버지 어렸을 때

고생 많았지

부모 일찍 여의고 죽을 고생을 했어

알지 울 아버지 죽을 고생을 했지

만날 때마다 하시는 이야기

나도 줄줄 꿰고 있지요.

 

막걸리 한 병 다 마시고

뜨거운 국수도 한 그릇 먹고

수육도 드신 아버지

기운이 난다 합니다.

 

아버지 우리 드라이브할까?

그럴까…

상주 지나 청리 거쳐 공성, 무을, 선산

빗속을 달리며

아버지는 신나셨네요.

노래를 부르십니다.

 

아버지 기억력 좋은데…

아직도 가사를 다 기억하네.

내가 기억이 좋지‥

맞아 맞아

아버지 기억 대단해

희희낙락 웃으며 집으로 갑니다.

 

그 옛날

엄마랑 결혼했던 이야기

그렇게 엄마를 못살게 했던 일

지금 생각하니

당신이 너무 잘못하셨다고

미안하다고 합니다.

 

엄마 살았을 때

이 말을 해줬으면

엄마의 삶이 좀 더 행복했을 텐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도

해 주시더니

딸 덕분에 행복하다고 합니다.

 

우와~

울 아버지가 행복하다는 말을!

깜짝 놀랐습니다.

어느새 친정집에 도착.

 

아버지는 대문간에 서서

내가 가는 걸 보고 간다고 하고

나는 아버지가 넘어질까 봐

방에 들어가는 거 보고 간다고 하고

 

아버지 그럼

비 안 맞는 처마 밑에서 서서

나 가는 거 봐줘

그럴까 그럼‥

아버지를 처마 밑에 모셔두고

의자를 내어줍니다.

 

고맙다…

딸이 이렇게 와 줘서 고맙다고

악수하자고 합니다.

아버지와 악수를 하고

다음에 또 올 게, 하고 돌아섭니다.

 

아버지 혼자

의자에 앉아서 손을 흔들며

노래를 합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

 

아버지 노랫가락이

마음을 휘젓네요.

 

아버지의 노래.

아버지의 인생.

아픈 아버지

 

 

- 2023.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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