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버섯
아기별꽃
첫 번째 그 짜릿함을 잊을 수 없다.
낚시 초보자가 손맛을 느낀 것처럼
송이버섯 채취의 손맛.
또 가자고 졸랐다.
어제 아침 퇴근하면서
마당에 서서 여보! 여보!
불러댔다.
송이 따러 가요 했더니
일 가신단다.
낼 가자는 그 말에
활짝 웃어 보였던 그 내일이
오늘이다.
퇴근길에 마트 들러
김밥 네 줄 샀고
집에 오니 남편님 이미
장비 장착을 마치고 나를 기다리고 계신다
장화, 지팡이, 배낭, 모자
여보!
버물리랑 홈키파 가져가요
혹시 모르니까
나 장바구니 메고 갈래요.
물도 챙겼다.
준비 완료
남편님 친구분 두 분 만나 함께 산행 시작.
야간 마치고 산에 가자는 나는
미친 게 맞다.
남편님 친구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가다가 못 가면 혼자 빠질게요.
하고 열심히 따라 걸었다.
길도 없는 산속을
유격하듯이
행군하듯이
오르고 내리고 개울을 건너고
비탈지고 가파른 산속을 헤맨다.
돌고 돌고 걷고 걷고
자 여기부터 잘 살펴보라고
알려 주신다.
내가 먼저 두 개 채취
출발 느낌 좋다.
아주 크고 튼실한 놈으로 땄다.
여기저기서 하나씩 보일 때마다
느끼는 쾌감이란 따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다.
산을 몇 개 넘고 다니기를
네 시간째.
하산을 택했다.
집으로 돌아와
송이버섯 잘 챙겨 냉장고 넣고
그다음 기억이 없다.
기절하듯 쓰러져 잠들었나 보다.
눈 뜨니 저녁때다.
남편님과 치킨 먹으러 갈까 하다가
TV서 본 송이라면 맛이 궁금해졌다.
나가지 말고 라면 먹을까요?
남편님도 오케이.
잘 덮어둔 뚜껑을 열었더니
온 집안에 송이 향이 번진다.
냄새만으로도 이미 행복해졌다.
맛있는 라면을 먹고
남편님과 별 초롱 시골길을 걷는다.
밤마실.
산책.
운동.
뭐라도 좋다.
집으로 돌아와 소파에 앉아
이야기 나누는데 졸린다
지금 시간 8시 9분
우리는 잡니다.
내일 봐요
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