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아기별꽃
사진 아기별꽃



봄처녀 아니 아지매

 

아기별꽃

 

남편님이 냉이 넣고 끓인

된장찌개가 먹고 싶답니다.

냉이 다듬는 게 얼마나 힘든데

하며 면박을 주었습니다.

많이 캐지 말고 딱 먹을 만큼만

요러는 곱상 남편입니다.

 

햇볕이 따뜻하니 나물 캐러

가기 딱 좋으네요.

모자 덮어쓰고

마스크 끼고

장갑도 끼고

호미 챙겨 들고 봉다리 들고 나갑니다.

 

어디에 가면 냉이가 있으려나

먹잇감 찾아 나선 호랑이처럼

어슬렁어슬렁 동네를 누빕니다.

 

동네를 벗어나 살살 걷다가

묵밭을 발견했습니다.

이런 데 냉이가 있을까?

풀떼기가 간간이 보이기는 하는데

 

노안인지라

이눔이 풀인지 냉인지

구분하기도 힘드네요.

 

새삼 서러운 게 나이 먹고

눈멀고

귀먹고

 

바닥을 낮은 포복하듯

기어가다 보니

빨갛게 물든 냉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햇살을 등으로 받아지고

호미질합니다.

봄날처럼 따뜻하다 해도

겨울은 겨울입니다.

땅은 꽁꽁 얼어 있습니다.

 

남편님 말씀처럼 딱 한 번 먹을 만큼

사실은 그것보단 쪼매 더 많이

캐서 집으로 갑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봉선네 아지매를 만났습니다.

 

설 잘 쇠었냐는 인사도 나누고

동네 돌아가는 이야기도 듣고 갑니다.

 

모퉁이 돌기 전 첫 집 할머니가 보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사드렸더니

들어와서 커피 한잔하고 가라 합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맥심 모카골드 한잔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고 갑니다.

 

집에 와서

남편님께 내가 아무래도

전생에 열부 아니었나 싶다며

너스레를 떨어봅니다.

남편이 냉이 된장찌개 먹고 싶다 하니

냉큼 가서 캐오는 거 봐라

나 같은 마누라 세상에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의 남편님은 누워서

영혼 없는 대답을 연신

내뱉고 있습니다

그렇지…라고

 

된장찌개 보글보글

내 속은 부글부글

잘도 끓고 있습니다.

밥이랑 구운 김 챙겨 데크로 나갑니다

2024년 야외식당 오늘 오픈입니다.

 

햇볕 받으며

둘이 마주 보고 앉아

맛나게 먹습니다.

뒷정리하고 설거지하려는데

남편님 나가신답니다.

헐, 설거지 우짜노

에라 나도 몰라

싱크대에 담가놓고

남편 차에 냉큼 올라탑니다.

 

여보!

나 산에 갈 거니까

만수 씨네 가게 앞에 내려주고 가세요.

어디로 가려고?

농고 쪽은 평지라 운동 안 되는 거 같아서

코아루 쪽이 가파르니 그쪽으로 가려구요

남편은 차를 돌려

나를 산 입구에 떨궈주고 갑니다.

 

이런 배려에 내가 아직

이 남자랑 살고 있습니다.

 

땀 흘리며 단숨에 산불초소까지

올랐습니다.

20분 경과 다음은 달봉산 찍고

곧장 헬기장으로 턴

우방 삼거리에서 아파트 쪽으로 하산

시청

 

다시 문당동으로 걸어가려니

앞이 캄캄합니다.

시청 앞에서 버스 타고

대한교통 환승

문당교회 지나 하차하는데

내리는 사람이 나 말고 둘이나 있습니다.

 

같이 내렸다는 이유로

눈인사하고

나는 문산 쪽으로 걸어갑니다.

징하게 걷습니다.

친구랑 통화도 하고

 

어라

앞에 저분들 아까 그분들이시네

버스에서 같이 내린…

내가 이 마을로 이사 왔다 하니

나우빌라에 사냐고 물으십니다

아니요

저 안에 땡땡이네 집이요

했더니

 

집 잘 고쳤다며

동네 사람들이 하도 그래서

우리 집을 보고 싶다 하십니다.

아 그럼

지금 같이 가요

집도 보고 차도 한잔하세요

했더니

집에 갔다가 오신답니다.

 

조금 후 친구분이랑 오셨네요

손에 들린 화장지를 보니

빈손으로 오기 뭐해서 집에 들렀다가

오신 건가 봅니다.

그냥 와 주시는 것만 해도

우리는 감사한데….

그 마음이 고맙습니다.

 

집 구경시켜 드리고

식혜 한 잔씩 나누고

마을 분들이 집에 찾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도 건넸습니다.

 

저녁 할 때가 되어서

돌아가신다길래

마당까지 배웅해 드리고

아무 때나 놀러 오시라고 했습니다.

 

마을 분들이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녁 차리는 동안

빨래 개는 남편님

이제 뭔가 조금씩 맞아가는 거 같습니다.

 

나와 함께 살아가려고

애쓰시는 모습 멋지지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남편님

 

오늘 하루도 잘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도 그리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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