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 아기별꽃 우리 결혼했어요.서른세 해 전 오늘그 날은 아침부터 비가 왔어요. 오늘 봄햇살이 눈부신 날입니다.야간 퇴근을 하고 온나를 위해황토방에 불을 넣고 있는 남편을 보았습니다.따뜻하게 자라는 따뜻한 배려지요. 여보!오늘 무슨 날이게요?화이트데이.에이 그건 어제 지났구요.음… 그럼 모르겠는데살짝 흘겨보는 내 눈빛에당황한 남편님머리만 벅벅 긁어댑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하고는 문을 닫았습니다.아~!결혼 축하해뭐 축하받을만한 결혼은 아니라고 봅니다.그러고는 이불 속에 빨려 들어갑니다.살짝 자고 일어났습니다. 이불을 빨아 널고청
휴일 보내기 아기별꽃 시골살이가 그래요.초저녁 잠들고일찍 하루 시작하게 되더라구요.오늘 쉬는 날늦잠이라도 자면 좋을 텐데멋진 잠을 자고 새날을 시작하는 시간여섯 시 반입니다. 남편님 청소기 밀고 다니고나는 걸레 담당.청소 끝내고장미 삽목 네 개하고꼭 살아줘… 장미야생난리를 떨어도 아홉 시가 안 되었어요. 황토방… 따끈한 게누우면 잠들까이불 하나 빨고내 주식 빼고 다 오르는코스피 한번 둘러보고언니랑 수다 한판 떨고 나니 열시 치과 가야겠다 하고 보니빨래가 한 시간이나 걸린다네점심 먹고 시내 나가 볼 참입니다.오늘 메뉴는 생선 정식옥돔
송이버섯 아기별꽃 첫 번째 그 짜릿함을 잊을 수 없다.낚시 초보자가 손맛을 느낀 것처럼송이버섯 채취의 손맛.또 가자고 졸랐다.어제 아침 퇴근하면서마당에 서서 여보! 여보!불러댔다.송이 따러 가요 했더니일 가신단다. 낼 가자는 그 말에활짝 웃어 보였던 그 내일이오늘이다. 퇴근길에 마트 들러김밥 네 줄 샀고집에 오니 남편님 이미장비 장착을 마치고 나를 기다리고 계신다 장화, 지팡이, 배낭, 모자여보!버물리랑 홈키파 가져가요혹시 모르니까나 장바구니 메고 갈래요.물도 챙겼다.준비 완료 남편님 친구분 두 분 만나 함께 산행 시작.야간 마치고
게으르기 쉽지 않다 아기별꽃 알람보다 먼저새소리가 들리고등을 켜기도 전햇살이 방안으로 쑥 드는가을 초입 아침바람마저 쳐들어 와얼굴을 만지작거리는데어떻게 잠을 깨지 않을 수 있겠어. 신음동 집이라면다시 자기도 쉬운데여기서는 힘들다. 빨래 툭툭 털어 널고로봇 청소할 때나는나의 즐거움을 찾아 헤맨다. 가위 들고나가부채 같은 호박잎 열 장 따고부추 한 줌 자르고빨갛게 익은 홍고추 하나초록 초록 풋고추 하나보랏빛이 좋은 가지도 하나.따다 두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꽈리고추 한 봉지.아들이 사다 둔 햄 한 봉지.계란 다섯 알.말린 곤드레 나물.
아버지 만난 날 아기별꽃 누기고?쩌렁쩌렁 울리는 아버지 소리딸이지… 아이고 반갑다딸이 날 찾아오니 좋다.하시는 울 아버지. 아버지 밥 먹으러 가게옷 입어장독에서 퍼 온 된장을 보여준다. 아이고 맛있겠다쪼매 먹어보자.숟가락 끝으로 좁쌀만큼 떠서아버지 입에 쏙 넣었더니자동 반복이다.아이고 맛있다.참 맛있다. 아버지가 사 준 메주가 좋은 거라 그래가자 얼른 배고프겠다. 아버지랑 오늘 선택한 메뉴도토리 묵밥손두부동동주 한 통. 앞이 시원하게 트인 넓은 식당손님이 우리 둘뿐이라여간 다행 아닌가. 귀가 어두워 큰 소리로 이야기하고술이 적당히
엄마표 칼국수 아기별꽃 아버지 비도 오는데칼국수 한 그릇 먹을까?응내가 갈 테니까 준비하고 계셔.알았어. 친정집 마당에 들어서는 내게누기고?딸이지.아~ 하며 웃으신다. 구멍 난 하늘쏟아붓는 비앞을 가린 안개천천히 달리는 고속도로아버지랑 점심 먹으러상주로 내달리는 중입니다. 손주의 차를 타고(아들 차를 끌고 나옴)내 아버지는 연신 좋다고 합니다.이렇게 좋은 차를 탈 줄꿈에도 생각 못 했다 합니다. 헐~지난번에도 타셨구만울 아버지 기억은깜빡 깜빡 깜빡입니다. 상주 도착칼국수 두 개수육 한 접시막걸리 한 병우리의 점심상이 차려졌습니다.
아버지와 오만 원 아기별꽃 오랜만에 친정집 갑니다.이맘때가 아니면 얻지 못할참죽 따러 갑니다. 가는 길에 마트 들러울 아부지 마실 베지밀달달한 초코파이심심할 때 드실 과자도 샀어요. 비가 올 듯 잔뜩 찡그린 하늘비를 토해내면 제 속도 편할 텐데뭐 그리 욕심 많은지꾹 머금고 있네요. 우리 붕붕이가 마당에 들어서자아버지가 나오십니다.오랜만에 온 우리를 보고환하게 웃습니다. 간식거리 방에 들여놓고남편과 나는 참죽 채취 시작했지요.작은 거 따지 말고큰 것만 따라고 따라다니며 한마디하는 울 아부지 알았다니까큰 것만 따고 안 딸 거니까방에 가
수다 아기별꽃 구화산이 진달래 천지상상만으로도충분히 행복했다. 헉헉거리며마주할 진달래를 그리며오른 산등성이휑하다… 이런만개하려면 아직일주일을 기다려야겠네 분홍분홍 진달래 대신 경희 언니랑내가수다와 웃음으로온 산을 물들인다. 하산 후 집 도착그저께 주문한 연잎밥 도착앗싸…상자 열어 언니 두 개 꺼내주고하나는 전자레인지로 쏙기대하시라4분 후… 갓 지은 연잎밥구운 김 싸서입에 쏙 넣으니맛이 천국이다. 짜긍곰 주휘 님 솜씨맛납니다.고맙습니다. 오늘 세 시간 산행동행해 주신 경희 언니도고맙습니다. 하루를 사랑으로달달하게행복으로 수놓은 하루
최근 대학교의 익명 게시판을 뒤덮은 영화가 있다.영화의 이름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 20년도 더 전에 완결 난 만화 슬램덩크의 영화이다.슬램덩크는 1990년 연재를 시작하여 1996년 완결이 난 작품으로 고등학교 농구부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스포츠 만화이다. 20대 초반인 본 글의 저자보다 부모님 세대가 좀 더 잘 알고 있는 이 만화는 어떻게 2023년 1월의 대학 게시판을, 영화관을 들썩이게 한 것일까?이 글은 만화보다 더 늦게 태어난 한 대학생의 슬램덩크 인기에 대한 개인적인 고찰이다.우선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개봉
울 아부지 설날 근무하느라아버지 보러 못 갔다. 시가에는 가고며느리라고친정엔 못 가고딸이어서 오늘에서야전화한다.나: 아버지 점심 드셨어?아버지: 먹을라고나: 지금 갈 껀데,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아버지: 고기…나: 고기 못 씹잖아아버지: 고등어… 고등어는 먹을 수 있어. 고등어 사고갈치 사고옥수수빵도 사고간식거리도 사고마실 것도 사고햇살 좋은 날 아버지한테 갑니다. 된장 담그신다고메주를 열세 장이나 사셨단다.어쩌려구… 내가 가져가서 담가볼게그래라 그럼.일은 저질러졌다.자신도 없는데…할 수 있다, 아자… 아버지는쌀이랑메주배추대파…많
막걸리 술빵 아기별꽃 아침 일찍 길을 나선다.무척 바쁜 하루 시작했다. 달봉산 한 바퀴 돌고묵을 쑤고양념간장 만들고호박죽 끓이고소고기 무 맑은국 끓이고막걸리 술빵까지…그리고 배 하나아버지께 갖다 드릴 음식 준비 완료 일하러 간 남편과 아들점심 차려주고설거지 후딱 나는아버지께 간다. 아버지는 밭에 서 계신다. 아버지!손을 들어 흔드는 내게누구고? 웃으며딸이지 하니까 냉큼 오신다. 배고프다 시며묵을 드신다.양념장이 너무 빡빡하다 시네그럼 간장 더 붓지 머 혼자 적적하고외로웠던 많은 이야기들나는 그저 듣고만 있다. 아버지 식사하시는 동
영미 간간이때때로잊힐 만하면 안부를 묻는다. 나의 꽃 같은 스무 살함께 보낸 친구.뚱딴지같았던 우리. 쉰이 넘었음에도영미랑 만나면우리는 딱철딱서니 없는 스무 살이 된다. 추석을 잘 보내라는짧은 카톡.너두…라는 나의 답.그 안에는 아마.보고 싶다.어떻게 지내?서로의 온 마음이 함축된 말일 거다. 늘 건강해라 영미…때가 되면우리가 서로 익어 가는 모습보게 될 날 오겠지… 정신없는 하루 보냈다.아침 퇴근.아침 운동.잠을 못 잔 고뇌. 추석 장 보기.물가는 하늘을 뚫고안드로메다로 향하는 듯하다. 알뜰하게 해도영수증은 심장 멎기딱 좋은 금액
비우기 아기별꽃 내가?비울 수 있을까…우산을 받친 손을여러 번 옮겨가며빗속을 걷는다. 식은땀이 옷을 적시며호흡 곤란이 왔다.앞이 보이지 않아쓰러질 것 같아염치 무릅쓰고 상가 2층 계단에털썩 주저앉았다.요즘 왜 이러지?한참을 앉아있다가슴 두근거림이잠잠해질 때다시 길을 나섰다. 남편님 전화데리러 오겠다는…내가 숨이 차서이제 막 마트에 들렀다고 하고걸어오면서 있었던이야기 건넸더니냉큼 달려오셨다. 에스컬레이터 오르는데누군가내 이름을 부른다.돌아보니남편님 나 찾아 내려가고 있다.엇갈린 인연 다시 돌아와 만난 우리마트서 나오며칼국수 먹으러 가
사는 게 전쟁 아기별꽃야간 마치고 퇴근남편과 아들의 아침 식사양배추 썰고양파도 썰고참외장아찌 다져두고 토스트기에 식빵 넣고아몬드 다지고호두 다졌다.야채와 견과류마요네즈랑 케첩 넣고샌드위치 속을 만들었다. 식탁 위에샌드위치랑 우유 두 잔드시라고 하고산에 가려는 내게남편님 왈점심은 그냥 알아서 먹을께그럼 나야 땡큐죠감사하다는 인사 건네고집 나선 지십 분 후. 헉헉거리며산 입구 오르는데남편님 전화 왔다.아들이 밖에서 먹을 게 없다고굶겠다고 했다나 어쨌다나 산을 후딱 한 바퀴 돌고하산‥바쁘게 생겼군‥야채 마당 가서오이 한 봉지 사고
고마운 단비아기별꽃그냥 내린 게 아니었어.쭉쭉 빨아올린 물줄기빼들빼들 돌아가던참깨고구마고추생기를 찾았거든.달봉이가반갑다고 갈 때마다트래킹화 위에 얹어주던흙먼지도 없앴거든.남편과 아들김치볶음밥 만들어 주고세탁기가 빨래를 마칠 때돌아올 요량으로배낭에 점퍼 하나물 하나 챙겨 냉큼 집 나선다.어제 내린 폭우우르르 떼 지어 다니는개구쟁이들처럼말라빠진 나뭇잎과 흙을끌고 등산로를고속도로처럼 달렸나 보다.누군가조용히 길을 만들며내 앞을 지나가고 있는 흔적.아직 마르지 않은 흙들이말해준다.단 한 번의 쉼 없이달봉산 정상을 찍고하산한다.정말 대단하다
휴일 아기별꽃 딱히 할 일이 없다예정된 일이 하나도 없다는 건그냥지내면 된다는 거다 아들의 아침을 차려주고송홧가루 가득한길을 나섰다 300ml 생수마스크모자휴대폰 세탁이 끝날 때맞춰 집으로 돌아올 예정 뒷짐 지고숨을 헉헉거리며달봉산 등산 시작나뭇잎이드디어 그늘을 만들어 냈다 자라는 속도가엄청나다 오르는 길가누군가 편백나무를길 따라 심어 두었다 많이 힘들었을 숨은 노동존경 표한다 내 몸 하나들고 오르는데나는 힘들어 죽는다 산꼭대기 앉아마을을 내려다보는 기쁨역시 송홧가루 천지 하산빨래는 다 돌아간 상태햇살 드는 마당에탁탁 털어 널고
바쁜 하루 아기별꽃 출근길 훤해졌다새소리 들음서환한 미소 지으며고바위 오르는 나지난겨울어두컴컴한 시간을 지나지금은 해가 빨리 뜨니까주변이 훤히 보여서 좋다근무 마치고후딱 집으로 왔다시어머님 코로나 확진밑반찬이라도해다 드려야 할 거 같아냉장고 문을 열었는데재료가 열악하다장 보러 안 간 지꽤나 되었나 봐코다리 무조림보글보글 끓는 소리좋으다두부 간장볶음할 줄 아는 게 없네멸치 고추장무침냉장고 탈탈 털어서나온 재료지난번 담은궁채 장아찌그리고점심때 사 둔딸기 한 통챙겨서 남편 님 손에들려 보낸다.아파트 문 손잡이에걸어두고전화드려요들어가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