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보내기

 

아기별꽃

 

시골살이가 그래요.

초저녁 잠들고

일찍 하루 시작하게 되더라구요.

오늘 쉬는 날

늦잠이라도 자면 좋을 텐데

멋진 잠을 자고 새날을 시작하는 시간

여섯 시 반입니다.

 

남편님 청소기 밀고 다니고

나는 걸레 담당.

청소 끝내고

장미 삽목 네 개하고

꼭 살아줘… 장미야

생난리를 떨어도 아홉 시가 안 되었어요.

 

황토방… 따끈한 게

누우면 잠들까

이불 하나 빨고

내 주식 빼고 다 오르는

코스피 한번 둘러보고

언니랑 수다 한판 떨고 나니 열시

 

치과 가야겠다 하고 보니

빨래가 한 시간이나 걸린다네

점심 먹고 시내 나가 볼 참입니다.

오늘 메뉴는 생선 정식

옥돔 한 마리 굽고

갈치 네 토막 굽고

또 이름도 모르는 놈 한 마리 굽고

김이랑 파김치랑 해서

남편과 아들, 나 셋이서 맛나게 먹었습니다.

 

둘은 다시 나갔고

나는 뒷설거지하고

빨래 끝났다고 빽빽 울어대는 세탁기서

이불 꺼내 탈탈 털어 널어줍니다.

뽀송뽀송하게 말려줘, 바람.

 

서두르지 않음 어제처럼

종일 집에 있어야 할지도 몰라요.

서둘러 준비하고

후다닥 버스 타러 갑니다.

대한민국 버스는 와이파이가 끝내줍니다.

 

탭 열어 이것저것 검색하다 보니

김천역입니다.

하차…

 

바지를 두 개 살까 해서

이곳저곳 둘러봅니다.

텅텅 빈 가게들은 임대 현수막으로

도배를 하고

나머지 가게들은 손님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마치 태풍이 휩쓸고 간 폐허처럼

황량한 시내를 혼자 돌아다녀 봅니다.

들어가기도 민망하네요.

 

한참을 걷다가

내가 좋아하는 메이커를 봤습니다.

여기는 손님이 몇 명 있어 다행입니다.

바지 두 개 입어보고 샀습니다.

첨 본 사람들과 옷 때문에 자식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내가 걸치고 간 옷을 보고

이 옷 비싼 거 같은데…

맞아요… 비싼 옷

딸이 생일날

선물로 사준 옷이라고 하니까

많이 부러워들 하는 게

이분들은 아들만 있나 봅니다.

어깨 뿜뿜 입니다.

 

옷가게서 나와

친구가 하는 부동산 사무실 들러

수다 좀 떨다가

치과 들러서 스케일링했습니다.

나는 괜찮다는데

이분들 자꾸 사진을 찍자 합니다.

호갱 되기 싫어서 단호하게

말해봅니다.

스케일링만 하고 가겠습니다.

짜증 살짝 나네요.

 

이마트 들러 유산균 사고

미니 붕어빵 한 봉지 사서

신음동 가게로 갑니다.

남편과 아들과 내가 먹을 간식입니다.

 

여보!

서울의 봄 영화 보러 갈까요?

당신 보면 좋아할 장르 같던데요.

가자 하십니다.

배천으로 날아와 남편님 씻고

준비하는 동안 나는 떡을 세 개 돌립니다.

나는 영화관 가면 팝콘 먹을 거니까

요 떡은 남편님 배를 채워줄 겁니다.

귤도 몇 개 챙깁니다.

출발 메가박스

 

이제 무인판매기서 표도 잘 삽니다.

이런 횡재가!

오늘이 문화의 날이랍니다.

할인의 영광을 누려봅니다.

조조할인만 보다가

오후 할인은 첨 경험했습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영화 보면서

화딱지가 납니다.

이성계와 정몽주를 보는 듯합니다

이눔의 나라는

예나 지금이나

반란군들이 판치는 나랍니다.

동방예의지국 개나 줘버려라

군신… 충성… 에라이 퉤퉤퉤

 

영화가 끝났을 때

여기저기서 들리는 말들

영화 보고 짜증 나기는 첨이라고

느끼는 게 다들 비슷했나 봅니다.

남편님도 괜히 보러 왔다고 합니다

보는 내내 짜증 났다고 합니다.

 

역시 황정민입니다.

연기를 얼마나 잘했으면

관객들의 몰입도 최상을 끌어냈나 봅니다

박수 보냅니다.

양아치새끼 전두광 멋지게 해냈습니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여보!

아까 그 노래 제목이 뭐예요?

전선인가?

전선야곡 아니고?

그런가?

하면서 같이 노래 불러봅니다.

하나회랑은 어울리지 않지만

그 노래가 내 심장에 쿡 박혔습니다.

 

집에 와서

제목 검색

전선을 간다

남편님 노래 부르고

나는 반동 넣고

우리 부부 환상의 케미 발현 중입니다

 

긴 하루 잘 보냈습니다.

문밖의 바람소리 겁납니다.

겨울 속으로 우릴 데려가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거 같습니다

 

뻣뻣하게 서 있음 큰일 납니다.

바람이 불 때 그 방향대로 흔들리는 게

살아남는 방법입니다.

다시 봄이 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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