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단비
고마운 단비
  • 아기별꽃
  • 승인 2022.06.1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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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단비


아기별꽃


그냥 내린 게 아니었어.
쭉쭉 빨아올린 물줄기
빼들빼들 돌아가던
참깨
고구마
고추
생기를 찾았거든.


달봉이가
반갑다고 갈 때마다
트래킹화 위에 얹어주던
흙먼지도 없앴거든.


남편과 아들
김치볶음밥 만들어 주고
세탁기가 빨래를 마칠 때
돌아올 요량으로
배낭에 점퍼 하나
물 하나 챙겨 냉큼 집 나선다.


어제 내린 폭우
우르르 떼 지어 다니는
개구쟁이들처럼
말라빠진 나뭇잎과 흙을
끌고 등산로를
고속도로처럼 달렸나 보다.


누군가
조용히 길을 만들며
내 앞을 지나가고 있는 흔적.
아직 마르지 않은 흙들이
말해준다.


단 한 번의 쉼 없이
달봉산 정상을 찍고
하산한다.
정말 대단하다 내가.


내가 가는 길
모퉁이 앞
사그락사그락 탁탁 소리가 난다.


흰머리가
챙모자 밖으로 삐죽 나온
신사분
등산화로 밀려 내려온
흙무더기들 펴주고
홈파진 곳을 메꾸며 가고 있다.


내가 달봉을 좋아하는 방식이
이 아이가 내게 주는
기쁨을 오롯이 가져가는 거라면


저분이 달봉을 좋아하는 방식은
그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다른 이들을 위한 배려.
멋지고 고마운 분을 만났다.
이 아침 산행이 주는 기쁨.


산비탈 자리한 야생화
몇 가닥 끊어왔다.
순전히 내 욕심 그릇 채우려고
화병에 꽂아두고 봐도
예쁘다.


빨래 널고
바쁘다 점심 준비
후딱후딱
딱 맞게 끝냈다
열두 시에 정확히 상차림 마침
남편과 아들 도착
셋이서 맛나게 먹어봄.


밥숟가락 놓고
설거지 마치기 무섭게
여동생 전화
고기 먹으러 가잔다.


지례 가서 고추장 불고기
내 동생은 참 복 있게
맛나게 잘 먹는다
혼자 밥이랑 고기 3인분을
꿀꺽했다
잘 먹어줘서 고맙다


하루가 잘 가는 시간
어둠이 점령군처럼
온 집을 휘감았다


내 하루는 조금 일찍 마무리
내일도 눈뜨는 은총을 기도하며
오늘을 감사히 마친다.

 

 

사진 아기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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