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술빵

 

아기별꽃

 

아침 일찍 길을 나선다.

무척 바쁜 하루 시작했다.

 

달봉산 한 바퀴 돌고

묵을 쑤고

양념간장 만들고

호박죽 끓이고

소고기 무 맑은국 끓이고

막걸리 술빵까지…

그리고 배 하나

아버지께 갖다 드릴 음식 준비 완료

 

일하러 간 남편과 아들

점심 차려주고

설거지 후딱

 

나는

아버지께 간다.

 

아버지는 밭에 서 계신다.

 

아버지!

손을 들어 흔드는 내게

누구고?

 

웃으며

딸이지 하니까 냉큼 오신다.

 

배고프다 시며

묵을 드신다.

양념장이 너무 빡빡하다 시네

그럼 간장 더 붓지 머

 

혼자 적적하고

외로웠던 많은 이야기들

나는 그저 듣고만 있다.

 

아버지 식사하시는 동안

나는 강판에 배를 갈았다.

지난번 갈아 드린 배는 달고 맛났는데

두고 간 배는 맛이 없더라는

같은 밴데 그럴 리가…

 

어째 먹었어?

숟가락으로 긁어서

그니까 국물이 없지

오늘 갈아 드린 배

달지?

응…

 

같은 배라니까…

 

두어 시간 이야기하시더니

주무신다네

나보고

빨리 가라고 하신다.

 

주무시는 뒷모습

울 아버지가

왜 저렇게 작아지셨나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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