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부지

 

 

설날 근무하느라

아버지 보러 못 갔다.

 

시가에는 가고

며느리라고

친정엔 못 가고

딸이어서

 

오늘에서야

전화한다.

나: 아버지 점심 드셨어?

아버지: 먹을라고

나: 지금 갈 껀데,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버지: 고기…

나: 고기 못 씹잖아

아버지: 고등어… 고등어는 먹을 수 있어.

 

고등어 사고

갈치 사고

옥수수빵도 사고

간식거리도 사고

마실 것도 사고

햇살 좋은 날 아버지한테 갑니다.

 

된장 담그신다고

메주를 열세 장이나 사셨단다.

어쩌려구…

 

내가 가져가서 담가볼게

그래라 그럼.

일은 저질러졌다.

자신도 없는데…

할 수 있다, 아자…

 

아버지는

쌀이랑

메주

배추

대파…

많이도 챙겨 주신다.

 

놀다 간다는데

빨리 가라고 하네요.

야간하고 왔다니까

빨리 가서 쉬라는 게지요.

 

집으로 돌아온 나는

항아리 씻고

소금물 만들고

피곤하다.

 

직장 생활 몇 년 만에

첨으로

남편에게 급여 입금된 걸 보여주며

온갖 생색내는 중입니다

 

내가 이렇게 벌면서도

생색내지 않고

삼시 세끼 밥하고

집안일 다 한다고

나는 진짜

대단한 사람이라고

 

그러면 뭐 하냐

지금 당장

설거지하러 가야 하는데

 

메주 세 장은 어디로 갔을까?

아버지는 열세 장

내 집에 온 건 열 장



 

메주와 항아리, 아버지가 주신 배추로 만든 배추전. 사진 아기별꽃
메주와 항아리, 아버지가 주신 배추로 만든 배추전. 사진 아기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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