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만난 날

 

아기별꽃

 

누기고?

쩌렁쩌렁 울리는 아버지 소리

딸이지…

 

아이고 반갑다

딸이 날 찾아오니 좋다.

하시는 울 아버지.

 

아버지 밥 먹으러 가게

옷 입어

장독에서 퍼 온 된장을 보여준다.

 

아이고 맛있겠다

쪼매 먹어보자.

숟가락 끝으로 좁쌀만큼 떠서

아버지 입에 쏙 넣었더니

자동 반복이다.

아이고 맛있다.

참 맛있다.

 

아버지가 사 준 메주가 좋은 거라 그래

가자 얼른 배고프겠다.

 

아버지랑 오늘 선택한 메뉴

도토리 묵밥

손두부

동동주 한 통.

 

앞이 시원하게 트인 넓은 식당

손님이 우리 둘뿐이라

여간 다행 아닌가.

 

귀가 어두워 큰 소리로 이야기하고

술이 적당히 오르면

버럭버럭 화도 내시고

이가 없으니 질겅질겅 씹다가

뱉어도 그만.

주인장 처지에선 한숨 나는 모양새지만

나로서는 아주 딱이다.

 

아주 천천히 드시고

천천히 걸으시고

그래도 바깥바람 쐬니 좋다고 하신다.

 

세상천지 친구라곤

마당 한 귀퉁이 가둬둔 흰둥이, 검둥이

멀대처럼 자란 옥수수

치렁치렁 매달린 무게에

휘청거리는 고추

말 없는 하늘

바람

적막함뿐이다.

 

가엾은 아버지 인생.

멀어지는 아버지 기억

요즘 곧잘 노래를 부른다.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알랴~~~

 

 

2023.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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