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교의 익명 게시판을 뒤덮은 영화가 있다.

영화의 이름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 20년도 더 전에 완결 난 만화 슬램덩크의 영화이다.

슬램덩크는 1990년 연재를 시작하여 1996년 완결이 난 작품으로 고등학교 농구부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스포츠 만화이다. 20대 초반인 본 글의 저자보다 부모님 세대가 좀 더 잘 알고 있는 이 만화는 어떻게 2023년 1월의 대학 게시판을, 영화관을 들썩이게 한 것일까?

이 글은 만화보다 더 늦게 태어난 한 대학생의 슬램덩크 인기에 대한 개인적인 고찰이다.

우선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개봉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최근 들어 영화관 내 후속작들이 많이 개봉되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탑건: 매버릭, 아바타2 등 소위 말하는 명작의 내용을 잇는 영화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빈티지, 레트로와 같은 2022년의 트렌드 키워드를 생각하면 이런 후속작들의 개봉은 단순한 우연으로만 볼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대중들의 과거 이야기를 재소비하기 시작하였고, 위와 같은 콘텐츠를 추구하기 시작하였다.

 

 

그렇다면 무엇이 대중들의 과거로 회귀하게 만드는 것일까? 이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과거 회귀로의 의지, 혹은 점점 개인화되고 유대가 옅어지는 사회 분위기가 미치는 영향 또한 있을 것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현 2030 세대들의 취업, 독립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 또한 추억여행을 하게 만드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이유 속 나는 추억 보정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눈앞의 막막한 현실보다 지나온 1020, 혹은 그 이전 시절에 대한 그리움은 추억을 보정시키는 아주 좋은 필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알라딘 1월 월간 베스트 작품으로 슬램덩크 신장재편판이 차트를 독점하다시피 차지하였고, 20~30대 층의 소비자가 주류를 이루었다. 어른이 되어버린 어린이와 청년들은 어쩌면 그 작품을 읽던 시기로 돌아가 그 뜨거움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의 유행 그 이전에는 어떤 콘텐츠들이 유행하였을까? 레트로가 유행하기 이전 2010년 중반에는 드라마 ‘도깨비’를 포함하여 다양한 판타지적 내용이 포함된 작품들이 다수 출현하기 시작하였다. 전형적인 가족 연속극이 아닌 단편의 성격이 짙고, 초능력, 외계인, 도깨비, 귀신 등 다양한 판타지적 존재가 등장하는 콘텐츠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은 레트로 유행과 결합하여 과거를 청산, 혹은 과거를 바꾸는 내용의 콘텐츠들이 새로운 유행을 일구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열풍적인 과거로의 회귀가 끝난다면 이 다음의 유행은 무엇일까? 특정 콘텐츠의 유행은 시대상의 반영이다. 다가올 미래, 어떤 사회에 어떤 대중들은 어떤 이야기를 바라게 될까?

 

글 _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최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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