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최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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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대일코라고 부르는 대구 일러스트코리아가 2023년 3월 10일 금요일부터 12일 일요일까지 3일에 걸쳐 개최된 후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에서는 다양한 일러스트 작가들이 부스를 열고, 일러스트코리아와 해리포토의 협업으로 작가들이 참여한 포토 부스, 라이브 드로잉 쇼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제공되었다. 3.12일 직접 행사를 방문해 본 박람회는 궂은 날씨였음에도 수많은 관람객이 참여했으며 행사장 특유의 활기가 가득했다. 또한 부스, 체험 활동 등을 통해 참여한 작가님들의 수만큼 다양한 그림과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면서 만남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SNS를 통한 다양한 연계가 일어나는 지금, 우리에게 오프라인 박람회란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가?

그 어느 시대보다 SNS를 통한 연계가 끈끈히 이어진 시대이다. 우리는 외출을 하지 않아도 물건을 살 수 있고, 만나지 않아도 얼굴을 보고 대화할 수 있다. 간단한 클릭과 터치 몇 번으로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효율을 따진다면 이보다 더 편리한 방법은 없다. 그러나 이번 대구 일러스트코리아에 참여하면서 분명 오프라인 행사만이 가지는 힘이 있다고 느꼈다. 장소성, 그리고 실감이 바로 그러하다.

 

사진 최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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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는 장소이다. 목적과 관심사가 일치한 공간은 특유의 활기를 띨 수밖에 없다. 이는 조용한 방에서 물품을 구매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인간에게 있어 장소성이란 단순히 공간을 넘어서, 그 공간을 구성하는 사람, 행위 등 수많은 복합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스마트폰에서 자극을 찾는다고 하지만 정작 화면을 벗어나는 순간 더 다양한 종류의 자극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사진 최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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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작가님들은 이미 인스타와 같은 SNS를 거점으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액정 안의 그림과 눈으로 직접 바라보고 구매하는 일러스트의 만족도에는 차이가 있다. 온라인 거래는 소비의 경험을 우선시하고 실체를 가진 물품은 이보다 늦게 찾아온다. 물건과 경험이 분리되는 것이다. 그러나 직접 행사장을 찾아가고 눈으로 상품을 보고, 돈을 지불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는 의미를 새긴다. 스크롤에 변하는 화면과 달리 사람과 마주하고 인사를 하고 물건을 주고받는 과정을 이행함으로써 구매한 상품에 의미가 추가되는 것이다.

 

사진 최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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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이란 무엇일까. 아마 많은 사람이 편리함을 요구하는 것은 낭비되는 시간을 좀 더 가치 있는 곳에 사용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편리함 때문에 우리는 다른 가치를 놓치고 있는 것 아닐까? 다소 느리고, 합리성이 떨어지는 과정에서 우리는 보다 많은 의미를 새길 수 있다. 사람이 모이면 정보가 모이는 법이다. 우리는 박람회에서 텍스트가 모인 장소보다 더 많은 경험과 정보를 얻어 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글 _ 최가은 영남대학교 문화인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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