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추위로 몹시 몸이 떨린다. 서둘러 이리저리 팔을 휘두르며 이불자락을 찾는다. 닫힌 눈꺼풀이 떨어지지 않는 통에 더듬거리며 겨우 끌어당기려니 남편 또한 이불자락을 칭칭 두르고 있다.지난밤 주먹 하나 들어갈 만큼 창을 열고 잠을 청했다. 늦더위가 모질게도 스멀거리며 올라왔기에. 찬기는 이에 맞서는 중인가 말이지. 꽤 으슬거렸거든.가을은 가을이다.근데도. 아직도. 가을은 멀게만 느껴진다.글쎄. 9월 말. 어김없이 가을이 오고 싶다고 떼를 쓰고 있었던가 보다.하지만 자연은 몸살이 난 게지.내가 바라볼 수 있는 사거리에서 조금은 이른
여름의 빛은 강하고 아프다. 살결에 조금 닿았지만 타는 듯 살 속으로 파고든다. 대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다는 통점의 메시지로 전해 받는다. 아쉬운 아침 햇살이 지나가고 있다. 빠르게 오르는 빛의 온도는 투명한 아지랑이로 피워 오른다. 마치 투명하게 그르렁거리는 진동, 숲 머리 위 얕은 움직임을 움켜쥔 채 강한 빛살들과 함께 있다. 그렇게 숲은 온몸으로 뜨거운 것들에 맞서고 있다. 피곤한 몸이 며칠 전부터 이어져서인가. 남편에게 누락된 식물조사를 도와 달라 매달려 응석을 부린지가 언제였던가. 꾸무럭거리다 시원한 바람 때를 놓치고
봄 햇살은 머리카락부터 코와 턱선을 넘어 가슴을 데우는 데까지 단 몇 초면 충분하다. 이른 아침, 희뿌연 뭉게구름에 갇혀 허우적거리며 아무리 헤어 나오려 해도 깊은 잠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순간 데워진 마지막 봄볕을 배웅이라도 할 작정이었나? 허공을 휘저으며 버거웠던 눈을 떠 본다.방사형으로 쏟아지는 빛은 하늘 아래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직각으로 닿아 눈부시다. 수많은 구름들이 겹쳐진 가장자리를 뚫고 세차게 뻗어 나가는 빛 입자들은 눈동자를 덮고 있는 연약한 살갗에 내려앉아 간지럼을 태우지만,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속도감으로 강
봄이 온 것이다. 아침 차가운 꽃샘바람은 살랑살랑 숨바꼭질을 즐긴다. 그러다 정오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는 시간과 온도에 쫓겨 포근하게 느껴지는 공기를 은근슬쩍 툭 던져주고 간다. 덤으로 교태를 부리듯 이리저리 얄궂은 미소를 가슴 터질 듯한 설렘으로 밀어 넣고 있다. 달리는 내내 겨울눈들의 붉은 비늘잎을 벗지 못한 불그레한 먼 산을 응시한다. 여린 연둣빛이 짙은 녹색의 빛으로 가득 찰 숲을 그리며 온몸으로 스며들어오는 찬 공기조차 초록의 그리움으로 감싸버린다. 곧 숲에 도착할 것이다.역시나 계곡 입구에서부터 골짜기를 타고 흐르는 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