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김장호 구미시장은 전 박정희 대통령의 추모관이 ‘격에 맞지 않게 협소’하고 올라가는 ‘길이 비탈져 안전에 위협’을 받기에 1,000억을 들여 새로운 숭모관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870억 원을 들여 만든 새마을 테마공원, 박정희 역사자료관(160억 원), 민족중흥관(50억 원) 등과 연계한 관광 연계 벨트를 만들겠다고 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다음 날 2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이 구미를 방문해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육영수 영정에 헌화하고 민족중흥관을 관람했다.(신아일보) 비록, 우리공화당과 보수단체 회원 등 300여 명이 생가 진입을 막아서는 등 박정희 대통령 생가 방문이 험난하기는 했지만…….

 

△1일 윤석열 대통령이 박정희 생가를 방문했다. 사진 구미시청
△1일 윤석열 대통령이 박정희 생가를 방문했다. 사진 구미시청

 

1,000억이라는 막대한 돈을 들여 만들려는 숭모관에 대해 시장의 뜻을 묻는다.

첫째는 건립 이유라고 한 내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과연 시장이 말하는 ‘품격 있는 추모 공간’이 무엇인가? 도대체 어떤 모습이기에 1,000억 원을 들여 세워야 할 만큼 호들갑인가? 구미는 인구 10만의 문경보다 관광객 수가 적다. 구미를 알릴 방법이 숭모관 건립뿐인가? 지금도 공실이 넘쳐 관리비를 도에 맡긴 현 시설을 두고 돔 야구장 설립비용과 맞먹는 1,000억을 들여 숭모관을 짓겠다는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명백한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동시에 숭모관 건립 필요성에 대해 비탈진 골목길을 통해 추모관으로 들어가 사람이 몰리면 이태원처럼 안전사고 위험도 우려되기 때문이라는 것은 소가 들어도 웃을 이야기다. 숭모관은 연간 방문객이 약 20만 명, 하루로 따지면 500여 명이다. 소위 박정희 생가가 복원되고 공원이 만들어진 이후 한 건의 추락이나 타박 사고 혹은 문제점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구체적으로 그 결과를 공개하라!

둘째, MZ로 표현되는 시대상에 50년 전의 역사를 새로이 구현하기 위해 민생과는 전혀 관련 없는 돈 1,000억을 들여 지금도 공간이 남아도는 시설을 폼(?) 나게 만들겠다고 하니 바로 ‘혈세 낭비’ 그 자체이다. 이는 서민의 삶에 대한 무지, 혹은 무시가 만들어 낸 ‘실적주의’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정치적인 목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댓글처럼. 구미시 의회와의 구체적인 논의 과정이나 시민들의 의견수렴 과정이 있었는지……. 한 번쯤이라도 구미시민들의 의견을 들어 보기나 했는지?

마지막으로 묻는다. 1,000억의 숭모관은 구미의 정체성에 말할 수 없이 큰 혼돈을 가져올 수 있다. 구미의 어린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위인의 참모습은 무엇인가? 과정이 어떠했던지 결과만 좋으면 되는가? 경제적인 중요성이나 국부(國富), 먹고사는 일의 중요성을 폄훼하고 싶지는 않다. 비록 지금의 경제적인 국가를 만들어 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더라도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 사관학교 출신이며 일본 천황에게 충성을 다하겠다는 혈서를 쓴 군인이었다는 사실조차도 무시하고 숭모할 대상이라 할 수 있는 것이냐?

아니면 집안 전체가 완전하게 조국 독립을 위해 던진 허위 선생과 그 가족, 장진홍 열사, 만주 신흥군관학교에 학생을 보내는 길을 만들다가 순국한 최재화 목사 등 일일이 매거(枚擧) 하기 힘든 많은 피를 흘린 선열들, 몸과 마음 모두를 던진 그들은 기억으로만 남겨두어도, 아니 후손에게는 역사의 뒷부분으로만 남겨두는 것이 과연 구미를 바로 세우는 일이냐?

 

 

김영민 _ 전 구미 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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