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장에 나누어준 깃발은 온통 혁신이었는데
취임사의 처음과 나중은 모두 경제
박정희 추모를 위한 새로운 추모관
혁신과 박정희의 상관관계는?

 

제8대 구미시장이 취임했다. 구미에서 태어난 금수저로 미국에서 공부했고, 행정고시 출신에다 경북도와 청와대, 다시 경상북도의 요직을 겪은 소위 찬사를 주로 하는 사람에 따르면 ‘당장에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철저하게 준비된’ 사람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식장 여기저기에서 수군대는 이야기, 즉 인간적인 면에서 들리는 말들 또한 민망할 정도의 상찬이 가득하다. 재력이 있던 부친은 공무원이 된 아들(신임 시장)에게 돈이 필요하면 아버지가 채워주겠으니 공무원으로 받은 월급은 이웃에게 쓰라 할 정도였고, 따라서 이웃에게 참으로 착하고 선했다는 것이다. 인간적인 면, 행정적인 면, 나아가 젊음까지 갖췄으니 금상첨화란 이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전국에서 손꼽을 정도의 젊은 시장, 젊은 도시 구미와 궁합이 맞는다는 말도 나온다. 신선한 충격이면서 새로운 기대를 할 만하다.

 

▲7월 1일 취임한 김장호 구미시장. 사진 구미시청
▲7월 1일 취임한 김장호 구미시장. 사진 구미시청

새로운 시장이니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는 필수일 것이다. 첫 공약은 새롭게 건설될 공항과 구미의 거리는 겨우 12km라며 공항 배후 도시로 발전을 기대하며 교통 인프라 확충을 전제로 거대한 공장의 영입 등 모든 것은 ‘경제’라고 몇 번이나 강조한다. 과연 4년 임기의 시장으로서 그 기간에 신공항이 설립될까? 배후 도시 구미의 모습이 가능한 일인가? 꿈을 꾼다는 것과 현실과는 시차가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게 만드는 말에 혼을 쏙 빼놓을 만하다.

그러나 절대 잘못 들은 말은 아니다. 허허벌판 구미가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고 박정희 덕분이고 이를 추모하는 새로운 시설을 만들고 이를 구체적으로 구미의 삶의 방식으로 삼겠다는 시장의 말에 귀를 의심했다. 입장객(아마 500명은 넘었으리라만) 모두에게 ‘혁신, 혁신, 혁신’이라고 인쇄된 천을 나누어 주더니 행사 마지막 퍼포먼스로 이를 모두가 펼쳤다. 이런 행위와 새로운 박정희 추모관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꼭 묻고 싶다. 가장 젊은 시장이 최소 50년 전의 일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구체화하겠다는 의지와 그 내용이 통하는 도시 구미의 통치방식이 될 수 있다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정말 아닌데, 싶다.

최소한 박정희라는 인물을 통해서 구미 경제와 구미 사상의 혁신적인 변화를 생각하겠지라고 여겼던 순진함은 기자 간담회에서 깡그리 무너졌다. 토목작업을 통해서 숭모관을 건설하겠단다. 최소한 혁신을 말했다면 ‘586, 그들이 말하는 정의란 무엇인가’*인가 생각하고, 다크 투어리즘이라는 제목을 붙여서라도 구미에서 박정희를 통한 부의 강화 방식(문화적인 요구), 경제적인 삶의 방식을 제시해야 할 것이 아닌가? 최소한 50대 초반의 신임 시장이 말하는 박정희라는 거대한 오브제를 통해 경제적인 모습으로 연결되는 방안을 말할 줄 알았다.

취임 1주일이 되지 않아 혁신이라 말하면서 50년 후퇴를 제시하는 것이 첫 정책이라 하는 그를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적당한가? 구미의 트럼프라고 한다면 너무 과한 표현인가? 50대 젊은이의 생각이 부끄럽다.

 

2022. 7. 1.

 

김영민 _ 전 구미YMCA 사무총장

 


*『신양반사회』, 김은희 저, 생각의힘, 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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