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킹 바운더리스〉, 글쓴이 요한 록스트룀·오웬 가프니, 옮긴이 전병옥,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2022년 8월.
〈브레이킹 바운더리스〉, 글쓴이 요한 록스트룀·오웬 가프니, 옮긴이 전병옥,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2022년 8월.

 

당신이 가파르고 굽은 길을 따라 운전한다고 상상해 보라. 대낮이 아니라 어두운 밤에 말이다. 안전을 위한 가드레일이나 추락에 대한 경고 표시판도 없다. 자동차의 전조등은 고장 나 깜빡거리고 있을 뿐이다. 언제라도 도로에 바큇자국만 남기고 협곡으로 떨어질 수 있다. 차 안에 사람들은 혼란과 공포에 휩싸여 있을 것이고 뒷좌석에 아이들은 계속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속도를 줄이며 가장 안전한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 무슨 확신이 있는지 당신은 어둠 속에서 이리저리 부딪치기를 반복할 뻔 속도를 줄이려 하지 않는다. / P14

 

어떤 사람이 꿈속에서 꾼 꿈이 아니다. 책 <브레이킹 바운더리스>를 시작하는 첫 장 첫 페이지를 장식한 저자 서문이다. 바로 지금 지구의 모습을 과학자의 눈은 이렇게 그리고 있다. 끔찍할 정도로 정확하다. 이런 악몽과 닥쳐올 고통에 대해 지구에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과연 어떤 준비나 노력이 있었는가? 저자는 ‘시간이 부족하다. 앞으로 10년 남짓, 2020년대는 인류에게 결정적인 시기가 될 것이다’라고 단언한다.

 

우리의 상황이 심각함을 저자는 이런 비유로 설명한다.

회의적인 시선으로 보면 지구 회복 계획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기능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 어느 날 NASA가 지구와 충돌하는 궤도를 가진 소행성을 발견했다고 상상해 보자. 남은 시간은 10년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과연 인류는 가용할 수 있는 자원과 선의를 가지고 지구적 문제를 풀기 위해 합심할 수 있을까?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까? 운이 좋기만 바라고 있다가 돌덩어리만 남는 게 아닐까? / P17

 

지구 문제의 심각함에 대해서는 모두가 다 알고 있지만 동시에 전 세계의 호소가 끊이지 않는다. 희망의 끈을 놓아버리기에는 우리 전제가 너무 아프다. 오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가져온 지난날을 생각한다. 귀를 막고 몇몇 부자나라의 화석연료에 의한 부의 축적이나 자유경제라는 미명으로 꾸민 가진 자들의 사탕발림에 넘어가는 지금의 현실을 이제는 이겨내야 할 것이다.

 

책에서는 ‘실천’이라는 대 전제 필수 불가결한 요소 위에 네 가지의 변화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에 대한 전 세계인의 합심과 노력을 요구한다.

첫째는 사회적 변화이다. 저자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 for Future)과 같은 자발적인 시민운동의 속도와 규모,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꼽고 있다. 이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긴급한 행동을 촉구하는 것이리라.

둘째의 변화로 ‘정치적’ 해결을 강조한다. 2019년 EU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할 것이라는 공약을 했다. 2020년 9월 중국은 2060년까지, 미국도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있다. 바로 이 세 개의 경제 축이 모두 합심하면 전 세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지대할 것이다.

셋째는 경제적 변화이다. 즉 친환경 에너지 비용이 점점 감소하면서 화석연료의 사용은 필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태양광 발전이 지구상 가장 값싼 발전 방식임은 자명하다.

넷째는 기술혁신이다. 5G 통신 기술, 인공지능, 생명공학 등 모든 새로운 산업의 주역들은 경제 체제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 8월 26일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 모습. 그레타 툰베리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gretathunberg) 화면 갈무리.
▲ 8월 26일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 모습. 그레타 툰베리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gretathunberg) 화면 갈무리.

 

이러한 요소가 종합적으로 작동한다면 분명 지구환경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시작점에 있다. 팬데믹의 상황에서 우리는 충분히 보지 않았는가? 앞으로 얼마나 더 크고 더 많은 이런 모습이 나타날지 분명하게 과학자들은 예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요소들이 잘 작동하도록 시민들이 힘을 모으고, 반발하고, 공감하면서 실천하는 것, 그 밖의 방식은 없다.

그대로 가면 운석이 떨어져 멸망한 공룡시대 지구의 모습을 인류세에서 다시 겪을 수밖에 없다. 바로 낭떠러지다.

 

2022. 8. 29

 

글 _ 김영민 전 구미YMCA 사무총장, 구미도시재생지원센터장


* 지난해 스웨덴 학생 그레타 툰베리가 3주 동안 매일 스톡홀름 의사당 계단에서 각국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인 캠페인처럼 “젊음과 지성은 반항할 권리가 있다”라는 앙리바르 붸스의 말처럼 자국의 혹은 독점기업의 이익을 위한 지구환경 파괴와 그 정책, 기득권의 논리에 저항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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