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6일 진도 7.8 튀르키예 강진으로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2년 전인 2020년에도 진도 6.8 규모의 강진이 튀르키예 동부를 덮쳤다. 튀르키예 남동부와 시리아 북부 지역은 유라시아판, 아라비아판, 아프리카판 등 4개 지각판이 만나는 아나톨리아 단층대로서 전 세계적으로 지진이 가장 잦은 곳이다. 아나톨리아는 해가 뜨는 곳이란 뜻이지만 동아 나톨 리 안 단층대는 지금도 해가 지는 서쪽으로 조금씩 이동하면서 유서 깊은 관광지 이스탄불을 위협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이젠 지진에서 자유로운 나라가 아니다. 몇 년 전 포항 지진으로 가슴 쓸어내린 기억이 또렷한데 며칠 전에 포항 앞바다에서 지진이 또 일어났다. 작년 말 충북 괴산 지진, 강화도 인근 지역 지진 등 백두산 분화를 비롯해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필리핀판, 북미판, 태평양판이 관통하지는 않지만 그 판들의 충돌 영향권 안에 있고 ‘단층의 나라’라 할 정도로 국내 활성단층이 450개가 넘는다고 한다. 튀르키예 지진이 대한민국에까지 영향을 주어 지하수 증감 현상이 일어날 정도니 세상은 글로벌 네트워크 못지않게 이미 지하로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하지만 지상에서는 분열과 반목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며칠 후면 전쟁 일 년을 맞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처럼 단층만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나토와 러시아가 충돌하고 중국과 미국이 충돌하고 있다. 지구가 지상 지하 가릴 것 없이 부딪히고 있다. 기후변동에 따른 지하수 증가가 지진에 영향을 준다고는 하지만 기후 문제는 전 세계의 공장 문이 셧다운 되지 않는 한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양의 상품들을 쏟아내기 위해 석유, 가스 등 막대한 자원을 사용하는 자본주의라는 괴물을 어찌할 방도가 인간에게는 없는 것이다.

얼마 전 일본 규슈에서 화산 분화가 있었지만 후지산 폭발, 백두산 폭발,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 예고편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일본의 국방비 예산 증가 등 지구가 아포칼립스 분위기를 한껏 풍기고 있다. 백두산 천지에서 마그마 방의 헬륨이 검출되었다고 해도 언젠가는 폭발은 하겠지만 그 시기는 백두산 자체도 모른다. 필리핀 판 등이 밀고 올라오는 일본의 동쪽에서 쓰나미를 몰고 온 거대한 지진은 다시 오겠지만 자연 스스로도 모르는 일을 가지고 유튜브에 나오듯이 호들갑 떨며 2025년 2032년 지구 멸망 등의 묵시록적인 예언을 섣부르게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이 아포칼립스적인 시대 분위기 아래에서 과거 이명박 정권처럼 국가가 자본의 친구가 돼버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초월해 아예 자본은 나의 동지라고 선언을 해버린 현 정부는 지진만큼이나 노골적으로 친미 행보를 하면서 아슬아슬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특히나 동해 쪽에 몰려 있는 핵발전소가 문제다. 고리원전이나 월성원전이 문제라고 하지만 지진이 어디를 강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예측은 빗나간다. 핵발전소를 원자력으로 위장하는 한, 지난 정부의 탈원전정책을 뒤집어 원전으로 장사를 하려는 자본의 탐욕이 중단되지 않는 이상, 미구에 대한민국은 지진의 공포와 맞닥뜨릴 수 있다. 그리고 그 공포는 우리 후대가 죄다 뒤집어쓸 것이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튀르키예 지진파가 여기서도 감지되는 세상이다. 핵발전소는 더 이상 지어서는 안 된다. 국가든 자본이든 후대의 생명을 볼모로 삼아 장사해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올해에 들어서면서 가뜩이나 대공황급의 경제 위기가 거론되는 세상에서 인류세(人類世)의 끔찍하고 참혹한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 비가 왔는데도 하늘이 뿌옇고 날씨마저 짓궂다.



글 _ 이득재 대구가톨릭대학교 러시아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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