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인 와중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터졌다. 한반도 자리에서 보면 모두 서쪽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한편, 지도를 돌려 보면 한반도 동쪽은 아직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전쟁의 리스크가 항존하는 지역이다. 따지고 보면 이스라엘이나 한반도나 분단 속에서 살아왔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이스라엘과 한반도만 분단국가인 것은 아니다. 지중해 지역의 키프로스도 분단국가고, 러시아–그루지야 사이의 압하지야공화국도 남북으로 나누어져 있다. 하지만 앞의 지역들은 현재로서는 분단 상태를 극복하기에는 워낙 힘이 없어 난망한 곳이다. 이에 반해 지층 간의 충돌로 지진이 일어나듯이 큰 지진이 일어날 만한 곳은 이스라엘과 한반도다. 다른 여러 나라에 둘러싸여 있는 곳이 이스라엘이고 북중러–일 사이에 끼어 있는 곳이 한반도인 탓이다. 이스라엘이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에 존재한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데 비해, 한반도는 누가 봐도 러시아를 포함해 중국이라는 대륙세력과 일본과 그 배후의 미국의 태평양 사이에 존재하는 지정학적인 특성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도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갈등으로 파악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러시아는 대표적인 대륙국가고 우크라이나 남쪽은 흑해와 맞닿아 있는 곳이기에 별 무리가 없을 수도 있다.

 

과연 한반도 저 먼 서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이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말지 알 길은 없지만,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은 나비효과를 과연 일으킬 것인가, 지정학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것인가라는 이야기나,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침공 등 연일 뉴스가 나오고 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뒤에는 미국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지난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에 이어 양 전쟁에서 지면 그렇지 않아도 미국의 입김이 날로 약해지는 정세는 더더욱 확연해질 것이다. 그럴 경우 미국은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인정하고 말 것인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와중에 중국과 러시아는 일대일로 포럼을 가지고 개도국을 껴안으며 새로운 판짜기를 계속하고 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김현철 교수는 『일본이 온다』라는 책에서, 우리가 일본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질타하면서 중국과 두부 자르듯이 관계를 끊어버리면 안 된다고 말한다. 미국의 소위 ‘인도-태평양 전략’이 미국의 전략이 아니라 일본이 오랫동안 준비해온 ‘기지국론’의 일환이라고 소개하면서 과거 ‘정한론’ 이후의 일본의 새로운 전략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미 일부 보도에 나온 바도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는 대만의 TSMC 공장을 일본으로 옮기고 미국의 첨단산업 기지도 일본으로 옮기면서 일본은 한국의 식민지 지배에 이어 새롭게 기지국으로서의 지정학적 이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일본의 경제는 한국전쟁 덕택에 도약할 수 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일본의 극우세력들은 그 달콤한 기억을 잊지 못한다. 다시 한반도를 과거와 같은 전쟁터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자국 안에서부터 동아시아의 전쟁 분위기는 조성하고 있다. 그 덕택에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기지국으로서의 막대한 이득과 더불어 이것은 일본 극우세력들에게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이 와중에 현 정부는 첨벙첨벙 전쟁에 발을 담그고, 세계정세는 물론이고 세상 물정 하나도 모른 채 일본에 힘을 실어주고 있으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IMF마저도 중국과 미일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하라고 주문하는 마당에 속과 겉이 다른 일본의 꿍꿍이는 하나도 눈치채지 못하고, 뉴욕타임스가 한미일 데이비드동맹을 두고 70년 만의 쾌거라고 말하는 의미도 파악하지 못하면서, 미국과 일본에 바싹 기대고 있다. 대륙세력들이라는 지각판과 해양세력들이라는 지각판이 충돌해서 ‘정치·군사적인 대지진’이 일어난다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중에 일어난 아프간지진, 올 초의 터키대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같은 물리적인 지진들보다 더 거대하여 감당조차 불가능한 지진이 한반도에서 일어날 것이다. 대륙세력이라는 지각판이나 해양세력이라는 지각판이나 모두 제국주의 세력들이 올라탄 지각판들 아닌가.

전쟁 발발 중인 중동지역의 이란에서 고작 10km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안전할까. 미일이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중국이 태평양 해양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는 상황이 실제 일어날까. 대통령이란 사람이 젤렌스키 만나고 기시다 만나고 바이든 만나는 동안 전쟁의 마그마는 동아시아 해저에 쌓이고 있다. 중국 봉쇄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트럼프에게 관철한 장본인이 아베였다. 이러한 전략은 고사하고 기시다를 만나 오염수 방류나 묵인해 주고 역사논쟁이나 일으키면서 쇼핑이나 하는 한국이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진이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듯이 정치·군사적인 지진 또한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글 _ 이득재 노동당 대구시당 전국위원 및 정책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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