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가까워지고 있다. 과거를 잊은 민족이 과연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일본의 강제 동원, 사죄와 배상 문제, 위안부 문제 등 일본은 일체의 과거를 묻고 한국은 이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독도에서 일본국과 한국이 합동훈련을 하고 한국의 대통령이 일장기에 경례를 하는 사태가 과연 정상적인가? 국내에는 작년에 들어선 일본에 굴욕적인 친일정권에 대한 비난만 쏟아질 뿐 정작 일본과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한 정보가 빈약하다. 검찰 독재만이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게 에너지를 축적해가는 지진 단층대처럼 전쟁 에너지가 동아시아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민족주의적인 감정에만 휘둘릴 일이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각축을 벌이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움직임에 민감해져야 할 때다.

2020년 4월 미 해병대 데이비드 버거 사령관은 ‘포스 디자인 2030 : 연례 개정판(Force Design 2030 Annual Update)’을 발표했다. 이것은 1년 전 공표된 개편 구상을 업데이트한 것으로 해병대의 장래 상을 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미 해병대가 노르망디형 강습상륙작전을 통한 파워 프로젝션에서 벗어나 대함미사일을 포함한 분산형 거점을 일시적으로 적대세력의 영향 아래 있는 해역 내 도서 및 연안부에 전진 배치함으로써 해군의 시컨트롤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작전 구상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키워드는 원정 전진기지 작전(EABO: Expeditionary Advanced Base Operation)과 해병연안연대(MLR: Marine Littoral Regiment)다. 해병대 개편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오키나와에 사령부를 둔 제3해병원정군(III MEF: III Marine Expeditionary Force)으로 이것은 일본 남서지역 방위에도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해병연안연대(MLR)는 EABO를 실현하기 위해 특화된 부대다. 현존하는 3개 해병연대를 개편해 하와이·오키나와·괌에 배치할 것으로 보이며 각각의 MLR은 보병대대 및 장사정 대함미사일 중대를 기간으로 하는 연안전투단(Littoral Combat Team: LCT)을 중심으로 방공, 대공감시경계, 항공연료 탄약재보급을 임무로 하는 연안방공대대(Littoral Anti-Air Battalion) 및 병참대대(Combat Logistics Battalion)로 편성된다. 일본의 보도에 따르면 하와이 소재 제3해병연대(보병)가 효시가 돼 2022년까지 가편성을 완결, 실제 부대 활동 등을 통해 검증을 진행하면서 이어지는 2개 연대를 개편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대하여, 일본공산당원이자 일본 중의원 외무위 소속인 케이지 코쿠다 의원은 작년 4월 12일에 행해진 중의원 외무 위원회에서 미 해병대의 ‘도서島嶼 요새’ 구상에 대해 캐물었다. 이른바 일본의 섬들을 군사 요새화로 만드는 계획인 미군의 ‘원정 전방 기지 작전’(EABO Expeditionary Advanced Base Operation) 문제다. 그는 미 해병대의 원정 전진기지 작전(EABO)이 어떤 작전인지 나카야마 야스히데 방위 부대신에게 질문했다. 나카야마 부대신은 ‘열도선이 낳는 자연의 장벽을 활용하면서’라며 ‘위험전의 상황으로부터 전개함으로써, 기정사실화의 대처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나카야마 부대신의 열도선, 자연의 장벽이라는 답변을 받은 케이지 코쿠다 의원은 미사일 배치 거점 후보지 자료를 제시한 뒤 여기에는 나가사키 현 쓰시마를 기점으로 마모지마 아마미 오키나와 본섬 미야코 이시가키 요나구니 섬의 각 부근을 후보지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EABO’ 작전에서는 이러한 일본의 섬들을 장벽으로서 활용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아래 사진은 2019년 2월 미국 해군협회 월간지에 실린 ‘도서 요새’라는 제목의 자료다.

 

 

사진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듯이 일본은 미국을 대신해 도서의 요새화를 통해 대중국 철통 방어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케이지 코쿠다 의원은 도서 요새 구상대로 미군 미사일이 배치되면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유사시 군사 요새가 된 섬들이 가장 먼저 표적이 돼 공격 대상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섬들을 전쟁터로 하는 것을 전제로 한 도서 요새 구상을 알고서는 그대로 허용할 수 없다’고 추궁했다. 케이지 코쿠다 의원에 따르면 나카야마 부대신은 방위성 자위대는 일본 영토, 영해, 영공을 지켜내는 일본 국민의 평화로운 삶, 이를 확실히 지켜나가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미일 간 구체적인 검토 상황에 대해서는 상대방과의 관계, 정보 보전 차원에서 답변을 삼가겠다고 변함없는 일반론을 피력하며 도피 답변으로 일관했다.

일본 오키나와 현에서 발행되는 <류쿠 신보琉球新報>에는 ‘국내 6곳 미사일 배치 계획’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경북 성주 지역 외에 일본 기시다 정권에 보조를 맞추느라 다른 지역에도 미사일이 배치될 수 있다. 미 해병대의 EABO 작전은 자위대의 미사일 배치 계획과 일체의 미일 공동 기지화이며, 이번에 밝혀진 미 해병대의 도서 요새 구상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케이지 코쿠다 의원은 일본 섬을 군사 요새화하는 미일의 미사일 배치 계획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렇게 일본은 미 해병대 육군 및 육상자위대가 미일 양국의 해상 항공전력과 유기적으로 기능하기 위한 작전 구상의 방향을 밝히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매우 이른 시기에 미일 정상회담이 이뤄진 것은 미국이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번 기회에 동맹을 재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과거 여러 차례 있었던 Roles and Missions, 즉 미일 양국 사이에 자위대와 미군과의 역할 분담에 관한 논의가 필수적이다. 이 논의에 즈음해 육상자위대, 미 육군 및 해병대 등 이른바 육상군종이 미일 양국 해상 항공전력과 어떻게 역할을 분담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어느 때보다 맞물려 나올 것이다.

이러한 미일 동맹에 볼썽사납게 끼어 들어가는 한국은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중국의 중재를 통해 서로 적국이었던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가까워지는 새로운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중러북과 한미일의 양자대결이 중동, 유럽, 동아시아에서 한층 고조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노골적으로 미국과 유럽의 나토 편을 들듯이 한국이 노골적으로 미국은 물론 일본의 뒤꽁무니를 쫓아가는 모습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글 _ 이득재 대구가톨릭대학교 러시아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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