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기후위기를 해결해 줄 물고기가 있다. 멍게의 친구로 분류되는 살파(Salpa)라는 피낭동물(被囊動物)이다. 주로 남극해에 사는 이 물고기는 몸이 젤라틴 질의 물질에 싸인 몸에 물을 통과시킴으로써 그 힘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그 물을 몸 안의 포식 필터로 걸러 식물 플랑크톤을 먹으며 산다. 살파의 몸은 그 자체가 신비하고 수수께끼로 싸여 있는데 더 희한한 것은 살파의 생식 방법이다. 살파는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을 반복하는 희귀한 생물이다. 한 개체의 살파는 암수 동체로 살다가 복제를 만들면 그 살파는 자라서 뿔뿔이 흩어진다. 복제는 유성 생식하여 체내에서 알을 키워 다시 살파를 배출하고, 그 개체가 다시 복제를 만들어 무성생식하는 반복과정을 통해 번식해 나간다. 살파의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생존방식은 자기 몸 안에 또 다른 생물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자기보다 작은 물고기가 살파의 몸을 빌려 몸을 피신하기도 한다. 아래 사진에서 보면 흡사 오징어잡이 배 위에 설치된 전구들이 모여 빛을 내는 것 같다.

 

자료 사진 출처 https://hashmatome.com/creature/salpa
자료 사진 출처 https://hashmatome.com/creature/salpa

 

왜 갑작스럽게 ‘듣보잡’ 물고기 이야기인가 의아해할 수 있다. 살파라는 동물에서 어떤 교훈을 얻고자 하려고 하는 것이다. 내친김에 또 다른 생물 이야기도 해 보자. ‘작은부레관해파리’라는 생명체가 있다.

 

자료 사진 출처 : 위키백과
자료 사진 출처 : 위키백과

위키백과는 작은부레관해파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 준다. ‘해파리와 같은 다세포생물이 아니라 군체(群體) 생물로, 군체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분담하는 폴립 또는 개충(個蟲, Zooid)이라 불리는 생물 단위로 이루어진 동물이다. 작은부레관해파리를 이루는 개 충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따로따로 살아갈 수는 없어 서로 의존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군체 내에서 협력하여 다세포생물 개체와 같은 생명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살파는 팀워크의 가치를 잘 알고 있는 생물이다. 살파는 다수의 개체가 신경에 의해 길게(최장 15m) 사슬 모양으로 연결되어, ‘공공의 이익’을 위해-다시 말해 먹이를 잡아 생존하는-협력한다는 것이다. 살파 개체가 서로 연결되어 집단으로 헤엄치는 점에 착안하여 수중 로봇을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살파나 작은부레관해파리가 오늘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에게 주는 교훈은 흔히 말하는 공동체 문제다. 공동체를 팀워크로 이해하든 안 하든 신비한 수중 생명체의 생존법은 오늘날 각 개체로 뿔뿔이 흩어져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인간이란 것이 저 ‘듣보잡’ 생명체보다 나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반성도 하게 되는 것이지만, 왜 우리 인간들은 상호 협력하면서 살아갈 수 없을까. 또 다른 한편으로 볼 때 각 개체, 각 개인이 뭉쳐 군 체를 이루거나 상호 연결되면 더 큰 시너지도 파워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서로 반목하고 서로 등 돌리는 데에 더 익숙한 동물이 아닐까. 그리고 서로 협력한다 하더라도 살파나 작은부레관해파리마냥 자연스럽고 시스템적으로 협력체계 혹은 공진화(coevolution)체계를 갖추는 데 능숙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해서 시민사회를 죽이려고 대드는 현 정부를 그 하나의 개충으로 인정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노동과 자본 사이에 작은부레관해파리처럼 협력 체제를 구축하자는 얘기도 아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서로 연결되고 각각의 기능을 연출하여 살아가는 시스템과 진보적인 운동 방식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 살파와 작은부레관해파리가 주는 생태학적인 교훈은 공동체가 여지없이 파괴되고 공진화가 멈춘 오늘날의 우리 자신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글 _ 이득재 대구가톨릭대학교 러시아어학과 교수

 


*복제 : 박테리아의 이분법처럼 무성생식으로 자신의 체세포를 둘로 쪼개서 번식하는 생물학적 현상

**https://ko.wikipedia.org/wiki/%EC%9E%91%EC%9D%80%EB%B6%80%EB%A0%88%EA%B4%80%ED%95%B4%ED%8C%8C%EB%A6%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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