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최후의 날’ 시계, 전쟁·기후 위기 영향 등으로 10초 줄어

 

2023. 1. 24 ‘지구 최후의 날 시계’ 조정 행사. 출처 핵과학자협회
2023. 1. 24 ‘지구 최후의 날 시계’ 조정 행사. 출처 핵과학자협회

 

전쟁 등으로 인한 핵무기 위험 증가, 기후 위기, 생물학적 위협, 허위 정보 및 파괴적 기술 등의 영향으로 ‘지구 최후의 날’까지의 시간이 10초 줄었다. 지난 2020년 조정에서 100초까지 줄었던 지구 최후의 날 시간이 3년 만에 다시 90초까지 줄어든 것이다.

지난 25일 워싱턴 DC(현지시간 24일)에서는 핵과학자협회(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주최로 ‘지구 최후의 날’ 시계를 조정하는 행사가 열렸다.

핵과학자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후 위기로 인한 지속적으로 위협이 증대되고 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핵무기 사용 위험 증가로 인해 COVID-19와 같은 생물학적 위협, 파괴적인 첨단기술 등과 관련된 위험을 완화하는 데 필요한 글로벌 규범 및 제도의 붕괴”가 이번 조정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지구 최후의 날 시계(Doomsday Clock)는 핵과학자협회가 당시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경쟁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1947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다. 시계는 인류가 스스로를 파괴하기까지 얼마나 적은 시간이 남았는지를 알리는 역할을 하면서, 핵무기, 기후 위기 및 파괴적 첨단기술로 인한 재앙에 대해 인류 사회가 맞이하고 있는 위험이 얼마나 큰지를 나타내는 상징이 되고 있다.

지구 최후의 날 시계를 운영하고 있는 핵과학자협회는 2차 세계대전 과정에서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무기의 파괴적 위험성을 알리고자 결성됐다. 

협회 설립에는 1945년 핵무기 개발을 위한 사업인 맨해튼 프로젝트에 기여한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로버트 오펜하이머(J. Robert Oppenheimer), 유진 라비노비치(Eugene Rabinowitch)와 시카고대학교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1880년 이후 지구 평균 온도 변화 그래프. 출처 NASA/JPL
1880년 이후 지구 평균 온도 변화 그래프. 출처 NASA/JPL

 

핵과학자협회는 2023 지구 최후의 날 성명을 통해 핵무기, 기후위기, 생물학적 위협, 허위 정보 및 파괴적 기술을 ‘지구 최후의 날’로 이끄는 위험요인으로 제시했다.

먼저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 핵무기 감축 협정 만료를 앞두고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우려했다. 또한 중국, 북한, 이란, 인도 등 핵무기와 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의 미사일 경쟁 등을 위험요인으로 봤다.

다음으로 ‘기후 위기’에 대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영향이 핵 위험의 증가에만 국한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쟁은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세계적인 노력을 약화한다고 봤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으로 변화하는 듯하였으나, 지구 곳곳의 기상이변은 기후 위기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했다.

세 번째는 ‘생물학적 위협’으로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참혹한 사건은 희귀한 사건으로 간주할 수 없다며, 1980년 이후 전염병 발병의 총 수와 다양성은 매우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생물학 무기 사용은 생물학적 위협의 지형을 변화시켰다며, 이번 전쟁의 확대는 인류에게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끝으로 ‘허위 정보 및 파괴적 기술’에서는 사이버 기반 허위 정보는 줄어들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정보 환경의 부패, 정보 생태계에 대한 정부의 통제, 감시 기술의 광범위한 사용은 인권에 대한 불안을 야기하여 시민 사회에 뚜렷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구 최후의 날 시계는 화가인 마르틸 랑스도르프(Martyl Langsdorf)가 디자인했다. 1947년 지구 최후의 날 시계 제작 당시 자정 7분 전인 11시 53분으로 설정한 것은 과학적 근거보다는 디자인상의 이유였다. 시계 디자인을 맡은 마르틸 랑스도르프는 시각적 이유로 7분 전으로 설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1947년 자정 7분 전으로 시작한 시계는 미국과 소련이 경쟁적으로 핵실험을 하던 1953년 자정 2분 전까지 다가갔다. 미국과 소련 간 전략무기감축협정이 체결된 1991년 17분으로 가장 길게 늦춰지기도 했다.

지구 최후의 날 시계는 2020년 자정 100초 전으로 줄어든 후 3년간 100초를 지켜오다 이날 조정으로 90초로 옮겨졌다. 핵과학자협회는 76년간 중요 사건 또는 계기마다 시계를 변경해 왔다. 시계는 자정 방향으로 17번, 뒤로 8번 움직여 이번까지 25회에 거쳐 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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