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폭우를 기억하며

 

2020년 8월 12일 오전, 안동시 용상동 낙천교 일대. 낙동강과 반변천 합수구의 빠른 유속으로 인해 넓은 수변공원이 통째로 사라지고 인도교가 끊어졌다. 올해 우리 지역에는 폭우가 피해 가서 안도의 숨을 내쉬다가 불과 2년 전 기억이 스쳐갔다. 사진 권영창
2020년 8월 12일 오전, 안동시 용상동 낙천교 일대. 낙동강과 반변천 합수구의 빠른 유속으로 인해 넓은 수변공원이 통째로 사라지고 인도교가 끊어졌다. 올해 우리 지역에는 폭우가 피해 가서 안도의 숨을 내쉬다가 불과 2년 전 기억이 스쳐갔다. 사진 권영창



MZ 세대들은 술자리에서 술게임을 하며 재미를 돋운다. 내가 가장 즐겼던 술게임은 단연 ‘눈치게임’이었다.

눈치게임은 1부터 참석자의 수만큼 한 명씩 돌아가며 “일, 이, 삼, 사…” 외치는 게임이다. 2인 이상이 동시에 같은 수를 외치거나 눈치만 보다가 마지막까지 숫자를 외치지 못하는 사람이 벌칙을 수행한다. 정해진 순서가 없다. 그저 서로 눈치를 잘 보며 아무도 수를 외치지 않을 것 같은 타이밍을 노려 절묘하게 끼어드는 것이 묘미다. 간단한 규칙과 쫀쫀한 긴장감 때문에 유독 이 게임을 좋아했다.

역설적으로 나는 ‘기후위기’라는 비극을 응시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떠올리게 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기후변화라는 단어가 통용되느라 ‘기후위기’는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미디어에서나 일상에서나 기후 ‘위기’는 호들갑이었다. 이제는 변했다. 기후위기는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 있고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변하지 않았다. 말은 기후위기를 외치면서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 지구는 뜨거워지고 있지만 우리 인간은 여전히 눈치만 보고 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해야 하는 우리의 행동과 실천에는 그만큼의 ‘불편함’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옆 사람이 해야 나도 할 거야!’, ‘미세먼지 주범인 중국이 먼저 해야 우리나라가 하지!’

서로 눈치만 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는 모두 공멸할 것이다. 누구라도 먼저 ‘일(1)’을 외쳐야 다음 사람이 ‘이(2)’를 외친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의 변화가 시급하다. 체계를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시민 개인의 외침이 중요하다.

‘나’부터 기후위기 극복을 외치자. 내 옆의 그 사람, 어쩌면 그동안 내 눈치를 보고 있던 것일 수도 있다.

 

추신 1)

눈치게임의 달인인 내가 팁을 하나 드린다면, 게임 시작하자마자 누구보다 빨리 숫자를 외칠수록 이길 확률이 높다.

추신 2)

9월 2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924기후정의행진’이 열린다. 눈치 그만 보고 함께 걷고 함께 외치자.



글, 사진 _ 권영창 다큐멘터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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