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라는 인류가 감당하기에 벅찬 시련 이후(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인간에게 닥쳐온 의제가 있다. 지금까지 문명의 발전, 성취 나아가 한마디로 ‘효율성’이라 정의할 수 있는 소비와 생산을 최적화하여야 한다는 진보의 시대는 이제 종언을 고할 수밖에 없다는 것. 진보(발전, 발달)의 시대는 회복력(resilience) 시대로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재 야생화되는 지구에서 생존을 다시 생각한다’는 부재가 붙은 『회복력의 시대(The Age of Resilience)』에서 생존을 위해 지금까지 정치, 경제, 문화, 가정생활에 이르기까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사고의 대변혁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지금까지의 인간사, 세계사가 ‘효용성’이 가장 중요한 결정 방식이라면 이제는 ‘적응성’으로, ‘성장’은 ‘번영’으로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 절대적인 활동의 철학적, 사고와 행동의 변화를 강조한다. 더 나아가 ‘중앙집중형 가치 사슬’에서 ‘분산형 가치 사슬’로, ‘세계화’에서 ‘세방화(glocalzation)’으로 지구의 경제 사회를 포함한 전면적인 변화를 필연코 맞이해야 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진행할 것을 주장한다.

그런 가운데 그는 심각한 자연 파괴, 기후 상승 사례를 소개한다. 그는 ‘지구 표면의 95%가 인간의 손에 의해 변형되었다’(2020년 세계경제포럼)면서 쇠고기, 콩, 야자유, 목제를 위한 삼림 벌채와 물 사유화로 인한 변화를 설명한다. 특히 연간 3,000억 달러어치의 생수를 팔아 이득을 가져가는 대기업(코카, 펩시콜라)의 상업적인 이익을 위해, 나아가 특정 유전자의 형질 변경으로 ‘도덕과 효율성’을 동일시해 왔음을 지적한다.

지구의 멸망(?), 혹은 종언과, 이를 회복해야 하는 필연적인 상황에서 그의 고민에는 좀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요청이 있다. 즉 대부분의 역사가들이 생각한 인프라(단순히 집단생활에서 많은 사람을 결속하는 발판)에서 인프라 패러다임의 변혁은 사회집단의 존립을 유지하는 필수적인 세 가지 구성요소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그는 ‘새로운 의사소통의 방식’, ‘에너지 동력의 새로운 원천’, ‘새로운 운송, 물류 방식’이 기술적으로 매끄러운 역학관계 속에 결합할 때 일상적인 경제, 사회, 정치 생활에서 사람들이 ‘소통하고, 작동하고, 움직이는’ 근본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회복지를 공부한 사람들은 복지사회를 위한 역할에서 임파워먼트나 레질리언스라는 방식이 필연적임을 잘 알고 있다. 지구의 역사, 지구의 생존을 위한 모습은 임파워먼트라기보다는 레질리언스를 통해, 회복해 가려는 의지와 노력을 통해서만이 가능함을 사례를 구체화하여 보여준다. 그는 진보라는 시대의 종언 이후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국내 총생산(GDP)이 아닌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라고 했다. ‘정치학이 지정학적 차원에서 생명권으로의 전환’만이 지구의 회복을 위함이라는 그의 제언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이처럼 해설서에 가까운 서론을 붙인 것은 2023년도 구미시의 모습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 위함이다. 구미시는 농림 예산 분야를 1,483억 원으로 잡고 (전년대비 28.33% 증액) ▲농촌지역 정주 환경 개선, ▲농어민 상생 유통으로 소득증대, ▲반려동물 공존 문화 및 지속 가능한 축산업 구축, ▲산림 레저 관광 활력 도시를 만들겠다는 힘찬 포부를 밝혔다. 예산 증액을 통해 농촌 진보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농촌의 근원인 물, 특히 강물이 농촌의 삶(농업)을 넘어 구미시민 전체 생존의 근본이 된다는 점에서 ‘녹조 라테’라는 부끄러운 표현으로 불리는 물의 회복을 위해 구미시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답해야 한다.

새 시장은 2023년 예산 1조 8,208억 원을 편성하여 복지 확대 및 정주 여건 개선 등에 중점 투자하겠다고 한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확장적 예산, 복지 정책 확대에 따른 지자체 시비 부담의 지속적인 증가, 편리한 교통 환경 개선, 문화와 낭만이 흐르는 도시, 미래산업 육성과 전략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예산 등 진보와 발전 청사진으로는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구미를 야생화하여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환경과 기후 문제, 나아가 생활 세계 실천 등 회복력에 대한 언급은 아예 빠졌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말하는 다시 생존하는 구미를 상상하는 내용은 아예 없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2022. 12. 30

글 _ 김영민 전 대구, 구미YMCA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