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은 고대 중국의 민요 형식의 시 모음집인 ‘악부시(樂府詩)’ 군자행(君子行)에서 나온 말이다. 군자가 행하여야 할 도리에 대해 읊은 구절 중에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이 나온다. 오이밭에서 신발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다. 그만큼 군자라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2022년 9월 21일 자 영남경제신문은 1면 머리에 ‘김장호 구미시장, 경북도 예산으로 사전선거 홍보 논란’이란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김 시장이 경북도 홍보실장에 있을 때 자신의 퇴임식을 빙자하여 사전 선거운동을 위한 홍보예산 2천만 원을 집행했다는 것이다. 구미경찰서에서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물론 김 시장은  ‘25년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소회를 밝히는 인터뷰였고, 홍보비 역시 경북도에서 지급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7월 1일 취임한 김장호 구미시장. 사진 구미시청
▲7월 1일 취임한 김장호 구미시장. 사진 구미시청

 

언론에서 말하는 의혹도 그 나름의 근거나 내용이 있어 보인다. 김 시장이 경북도 기획조정실장으로 퇴임식을 거행하기 이전에 가진 사전 인터뷰이고, 6월 구미시장에 출마를 공식적으로 천명했고, 구미의 발전상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낸 것(공약을 발표)이라는 내용이다. 즉 ‘공항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구미혁신주도형 산업도시, 구미산단의 기업 유치, 공항 시대를 대비한 국제도시 면모 구성으로 매력 도시 구미 만들기’ 등 사실상 25년 공직생활의 소회 인터뷰가 아니라 선거공약으로 전체를 메우다시피 했다고 신문은 지적한다.

신문에서 정계 관계자는 ‘(명백한) 사전선거운동으로 공직 선거 위반과 공정성을 훼손한 지방공무원법에 해당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즉 경북도 홍보비를 지불하면서도 대구·경북 신공항에 대한 의견 피력은 두 줄에 불과하였다. 반면 구미의 발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교통, 특히 공항 등으로 구미의 판을 확실하게 바꾸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그 기사를 실은 주간지는 김 시장의 얼굴이 표지로 나와 있으니 이런 지적을 단순한 오해나 부인한다고 해서 수긍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만일 김 시장이 기사의 비난이나 논란에 대해 반박하려면 즉 경북도의 홍보비를 이용하여 사전선거운동을 한 것이 아니라면 그 기사를 쓴 신문과 기자에게 해당하는 죄를 묻고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꼭 필요한 수순일 것이다. 아니면 그 말을 그대로 믿고 부정한 방식(경북도 홍보비로 사전 선거운동 한 시장)으로 시장이 되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김 시장은 조속하게 시민들에게 답해야 할 것이다.

퍽 씁쓸한 이야기이지만 공직 선거에 대한 공소시효가 6개월이니. 시간만 끌면 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 올해 내로 문제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가벼이 보거나 무시함으로 김 시장의 전도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을 그냥 감수할 것인가?

 

2022. 9. 23

 

글 _ 김영민 전 구미YMCA 사무총장



저작권자 © 뉴스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