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붙여서라도 추락을 막아라



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지만 1990년대 이문열 작가의 ‘추락하는 것에 날개가 있다’라는 소설 제목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그런데 지금, 밑도 끝도 없이 추락하는 데 남아있는 날개 잔뼈마저 부러뜨리려는 추악한 일들이 연일 일어나고 있다. 그러면서도 50년 전의 일을 상기시키면서 악착스레 다시 날 수 있다고 여기저기에서, 이런저런 모습들로 바람 빠진 풍선이지만 하늘로 올라갈 것이라 외치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7시 30분 구미 상공회의소에서는 구미지역의 유지, 특히 건축 계통이나 상공인, 그리고 소위 잘나가는 사람 100여 명을 초청, 조찬을 겸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특별 강연이 있었다. 금오공대 연구원이라고 밝힌 이가 말했듯이 ‘참가하게 된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보는 사람, 한결같이 정권에 아부하는 모습이 충만하여 마치 국민의힘 당 대회 혹은 윤석열 정부 선무공작대의 악다구니 같은 안타까움이 연출되었다.

 

▲8일, 구미상공회의소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강연회가 열렸다. 사진 구미시청
▲8일, 구미상공회의소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강연회가 열렸다. 사진 구미시청

아메리칸 브렉퍼스트라는 이름의 아침 식사, 이어지는 강연은 한 마디로 날개 없이 추락하는 윤석열 정부 모습에 대한 대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전체 1시간 40분 동안에 밥 먹기 30분, 소개와 주최자 상공회의소 의장의 원 장관 자랑하기 10분(각료들 섭섭하겠다. 원 장관 만이 유일한, 윤석열 정부에서 장관 다운 장관이란다), 원 장관이 참여한 지역 유지에 대한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칭송의 말, 그것을 당연한 듯 뻔뻔스레 듣고 있는 사람들……. 입에 침도 바르지 않은 거짓으로 소개 및 인사 20분이 지나고, 30분가량의 소위 특강(전날 금오산 호텔에서 시장 등과 같이 7개 항목을 약속하고 소주를 너무 많이 마셨다는 말까지), 이어 질문 10여 분……. 강당 전면을 채운 ‘지방 시대에 대한 장관의 특강’이라는 구호가 부끄럽다.

원희룡 장관은 지방 시대의 지방이 살아야 경북이 살고 구미가 살아야 대한민국이 살 수 있다고 외쳤지만 당일 강연의 목적은 아무리 후한 평가를 한다고 해도 ‘윤석열 정부의 끊임없는 국민들의 신뢰 추락에 대한 안간힘’이라는 말 외에는 이상 추가할 것이 없다. 약 40여 분의 특강(?) 동안 ‘윤석열 대통령’을 언급한 것이 18회였다. 소개자들에게 친함을 말하고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는 말을 위해서 꼭 소주 마시기, 소주 마시는 것으로 친해졌다는 식의 주(酒) 친교 6회. 그러면서도 강의 기조는 전 정부와 비교하면서 ‘이제 시작한 정부’ ‘처음 해보는 일’이라는 감정적인 호소와 취업 100일도 되지 않은 지금의 평가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그대로 기다려보라고 하면서 국민이 지적한 말에 대한 겸손함이나 문제에 대한 대책 하나를 찾을 수 없었다.

 

▲ 8일 강연회에서 인사하는 원희룡 장관. 사진 구미시청
▲ 8일 강연회에서 인사하는 원희룡 장관. 사진 구미시청

이런 한 푼 건질 것 없는 강의에 편먹기를 하자는 듯 질의 또한 가관의 연속이었다. 공항을 만들기 위한 준비단계조차 시작하지 않았는데 마치 결혼식장에 들어가기 전에 낳을 애 이름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듯 ‘공항 이름은 박정희 공항으로 하자’는 노인회장의 노회한(?) 이야기, ‘지방 인구의 소멸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말해 보라’는 언론인(?)이 있었지만 그래도 ‘중증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지역의 문제 해결 방안(콜택시 확충)’을 말한 장애인 대표나 ‘국토균형 발전에 대한 대안을 공항과 연결된 교통문제로 연결하자’는 등 내용은 꼭 필요하고 의미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KTX 구미역 신설의 문제는 여전히 시장과의 밀실 협의가 우선이어서 시민적인 합의 이전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은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보다는 몇몇 결론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으로 보여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염려를 같이 들게 했다.

비록 그 전날 장관은 구미에 와서 구미의 핵심 인사들과 7~8개의 합의를 하였다고 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조만간 다시 방문하여 책임 있는 약속 이행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을 세 번이나 연달아서 하는 등 속 내용은 몇몇 사람들만 알아도 되니 시민들이 그런 세세한 것까지 알 필요가 없다는 철저한 무시가 내내 가슴에 걸린다. 언제까지 소위 종들(선출된 사람들)의 결정에 주인(시민)은 박수만 쳐야 하는지 지방 시대를 말하는 장관에게 꼭 묻고 싶다.

 

글 _ 김영민 전 구미 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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