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살에서 70살까지 스물여섯 사람이

“혁명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

영화를 같이 보았습니다.

동산초등학교 4학년 친구들과 어머니 세 분이 소식을 듣고 참가하셨고

중학생 영은이와 선민이, 금천초 건영이네 온 가족이 와서 7명의 아이들이 함께했고

마을 부녀회장님과 윗마을에 사시는 두 분이 함께했어요.

 

 

영화가 끝나고 다과를 나누어 먹고 매전중학교 다니는 15살 영은과 제주에서 온 활동가 오늘의 사회로 스페셜 토크가 진행되었어요.

스물여섯 사람이 저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담소를 나누고.

올해 마을 청소년들의 영화클럽을 제안하며 마무리되었어요.

별이 초롱초롱한 마당에서 원으로 손을 잡고서 춤을 추었어요.

오리온자리에 난 칼집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는….

영화가 끝나고 도착한 여성의전화 면접 모임 회원인 경숙 님과 동화 님, 여성주의 상담 슈퍼바이저이신 인숙 님, 사이코드라마를 하시는 울산에서 온 세 분, 제주와 경산에서 온 스텝 두 분, 낭만주의자가 되고 싶었다는 이대우 선생님과 평화학교 태영 샘이 와인과 막걸리 잔을 찧었고요. 몇몇은 4시가 넘도록 세상사를 이야기하다 잠을 청해 잠자리에 들었답니다.

수요일 아침

아침을 먹고 운문사 숲으로 가서 산책을 하다 얼음장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를 만나 잠시 노닐다 작별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어요.

 

청도 운문사 숲길 산책
청도 운문사 숲길 산책

 

이은주

1965년 성주에서 태어났다.

동화작가, 여성주의 사이코드라마티스트, 이은주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 경산여성회 회장

 


 

2.

 

굽이굽이 일렁이는 산줄기를 타고 해님마저 퇴근한 시각에 도착한 온막작은영화제! 온막리 마을과 전국에서 모인 참여자들로 북적이던 공간. 작은영화제라는 이름에 맞게 거대한 축제라기보다는 마을 잔치였던 행사, 그래서 유난히 따뜻하고 다정했나 봅니다. 처음 만나 뵙는 다양한 참여자들과 찾아보기 힘들지만 정말 좋은 영화를 다 같이 보면서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어요. 우리에게는 이런 자리가 더 많이 필요하구나, 크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튿날 햇살 가득 머금은 건강식과 마을을 둘러보고 서로의 마음을 챙기는 시간까지! 덕분에 벌써 다음 영화제 개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김현정

제주여민회 활동가이자 작가. 글과 활동을 통해 세상을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다.

onul.ankim@gmail.com

 

영화제 다음날 함께 준비한 음식으로 아침 식사를 나누었다.
영화제 다음날 함께 준비한 음식으로 아침 식사를 나누었다.

 


 

3.

 

지난해 8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갔을 때 ‘또하나의문화’ 다락방에서 하루를 묵었다. 그때 방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혁명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라는 영화를 봤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바로 은주샘과 함께 영화제 상영작으로 결정했다. 마을마다 마을의 어른으로서 지혜로운 할머니가 되기를 바랐는데 혁명하는 할머니라니! 참으로 매력적인 제목이었다.

 

관객을 기다리며.
관객을 기다리며.

 

짧은 준비 기간이었지만 포스터를 만들고 현수막도 만들고 준비가 착착 진행되었다. 센터 홀에 빔을 설치해 시범 상영도 하고 제법 모양새를 갖추었다. 서울, 울산 등 멀리서 오시는 관객들도 계셨다.

그런데 시사회를 이틀 앞두고 해외 영화 구입처에서 영화를 구매하려는데 주소가 적절하지 않다며 결제가 되질 않는 것이다. 영화를 구입하여 보고 나에게 사이트 주소까지 알려준 전주여성의 전화 활동가와 서너 시간을 애쓰다가 성공하지 못하고 집으로 왔다. 어쩔 수 없지 하면서 대체 영화를 찾았고 ‘우먼’을 구입하여 먼저 봤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미국에 사는 친구에게 부탁도 해보고 집에서 또 해봐도 실패였다. 모두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했다.

28일 밤 12시에 마지막으로 결제를 시도했다. 성공! 한밤중에 우리는 소리를 질렀다. 십년감수했다. 어렵게 구한 이 영화를 나는 네 번이나 봤다.

‘혁명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는 많은 걸 생각하게 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영화였다. 평생을 나와 세상의 변화를 위해 대화하고 질문하고 행동하며 살아온 할머니. 97세의 나이에도 다른 사람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다시 자신에게 질문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하경숙

“아이들과 잘 놀고 축구도 같이 하는 샘!“

동산초등학교 교사, 평화학교 강사, 사이코드라마 전문가 2급

 


 

4.

 

아침 일찍 일어나 선생님들과 점심을 먹고 같이 준비했던 영화제. 확실히 아침 일찍 일어나 움직이는 건 힘들었다. 그렇지만 리모델링이 된 선생님의 집을 보며 추진력을 얻었다. 그리고 길 안내 포스터 제작을 다 끝내고 하샘과 같이 포스터를 붙이러 다니던 순간도 재미있었다. 집이 넓어서 준비과정 중 청소에 가장 많은 시간을 공들인 것 같다. 손님들이 하나둘 들어오시고 7시가 되어 영화를 틀었는데 일찍부터 준비를 도와서 그런지 잠이 밀려왔고, 공교롭게도 영화는 초반에만 보다가 잠이 들었다. 작은영화제라는 제목이 머릿속에 박혀있었는데 정말 작은 인원으로 하는 게 아니라 여럿이서 영화를 보고 토론을 나누거나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작은 다과회 같은 분위기라 많은 분이 분위기를 잘 풀어주셨고, 제1회 영화제는 여기서 끝이 났다. 제2회 영화제의 막을 올릴 주인공은 무슨 영화가 될지 궁금해진다.

 

▲제1회 온막작은영화제 영화 상영을 마치며. 
제1회 온막작은영화제를 마치며. 

 

박영은

경북 매전중학교 학생

“예술을 좋아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며 세상에 뿌리를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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