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설명: 잎이 거의 떨어져 없는 지난 초겨울의 어느 나무 한 그루. 그 위에 둥지 하나가 버티고 있다. 둥지가 자리를 튼 위치는 그리 높지 않은 낮은 곳이다.
사진 설명: 잎이 거의 떨어져 없는 지난 초겨울의 어느 나무 한 그루. 그 위에 둥지 하나가 버티고 있다. 둥지가 자리를 튼 위치는 그리 높지 않은 낮은 곳이다.

 

그런 낮은 둥지는 처음 보았었다. 무언가 든 둥지인지 아니면 빈 둥지인지, 그렇다면 지어지는 중인 둥지인지 혹은 지어지다 만 둥지인지는 알지 못하였다. 그중 무엇일지라도, 낮은 둥지는 다른 모든 둥지들이 그렇듯 쉬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온 둥지였다. 그러고 보면 낮은 둥지 앞에서 그것이 이미 성취한 어떤 근원적인 승리를 기억해 보는 일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새를 매혹하고, 중력을 거슬러, 무너지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쉬이 무너지지 않기.’

기어이 무너진 후에도, 다시 당신에게 매혹될 새들과 중력을 거스르기.

낮더라도, 다시.

 

 

사진, 글 _ 김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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