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청소년학당에 참가
2022년 5월부터 2023년까지 매주 ‘소피의 세계’ 함께 읽어
나에게 자유는 나를 알아가는 것

 

2022년 봄부터 군위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진행하는 ‘청소년학당(진행: 이영주 선생님)’에 참여하여, 책 <소피의 세계>를 함께 읽었다. 소설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인 줄 알고 참가 신청을 했는데, 철학소설이라고 해서 당황했다. 낯설고 어려웠지만, 새로운 공부였고 흥미로운 부분도 많아서 끝까지 함께하게 되었다.

어렵고 두꺼운 책을 다 읽었다는 뿌듯함도 있다. 선생님과 함께 책을 읽으며 느끼고 생각했던 것을 정리해 보려 한다.

 

 

마지막 모임에서 <소피의 세계> 읽기를 돌아보며 느꼈던 감정을 떠올려보았다. 둥글게쌤(이영주 선생님)이 펼쳐둔 감정 카드에서 ‘경이로운/황홀한, 기대되는/희망을 느끼는, 후회스러운/아쉬운, 안타까운, 마음이 두 갈래인, 답답한/갑갑한’을 골랐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여러 가지 감정이 있었는데, 감정 카드를 고르면서 정말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청소년학당 첫 모임에서 둥글게쌤은 ‘모든 것은 변화한다/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라는 문장을 보여주었다. 모임 시작 전까지만 해도 괜히 왔나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 문장을 보자 기대가 되었고, 지금 생각해 보면 살면서 선택한 여러 가지 일 중에 ‘좋은(의미 있는) 선택’ 중 하나가 되었다. 내가 자유를 향해가는 첫 발걸음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모임을 할수록 내 고정관념이 부서지고 지금까지의 내 가치관이 금이 가고 새로운 생각을 만나 보니 그 생각들이 경이로웠다.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암묵적으로 만들어진 사회통념의 규칙들 내 무의식 속에 있었는데, 이젠 그것이 부서졌다.

 

<소피의 세계>에서 질문을 만날 때, 나는 마음이 두 갈래가 되었다.

플라톤의 정치철학에 대한 부분을 지나갈 때 ‘어떻게 사회를 조직할 것인가?’*라는 문장을 만났다.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할까?’ 하는 고민을 처음으로 해 보았다.

두 가지 떠올랐다.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까?

규칙 있는 사회를 만들까?

너무 자유로우면 기본예절이나 암묵적인 규칙들이 다 무너져서 혼란스러울 것 같고, 규칙이 있으면 그 규칙 이외에는 하면 안 되니깐(하고 싶은 욕구도 있고) 갇혀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사회를 조직하는 과정이 굉장히 새롭고 설레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렵고 답을 모르겠고 답답했다.

 

 

신기했다.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 날도 있었다. 자연에 대한 철학자들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된 것 같은 순간도 있었다. ‘나’는 없어지는 느낌이 들더니, 그날은 내 얼굴이 낯설게 보이기도 했다. 문득 내 모든 세포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철학자들의 끊임없는 질문들에 답답하고 갑갑하기도 했다. 그런 날에는 싫어했던 수학이 좋게 느껴졌다. 수학 문제를 풀다 보면 어렵긴 해도 늘 답이 있는데, 철학적 질문이라는 것은 답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소피의 세계>에서 알게 된 철학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각기 다른 질문을 하고 또 각자 다른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인간은 끝없이 문제를 내고 답을 내는 존재이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소피의 세계>를 함께 읽고 둥글게쌤이 준비해 온 이야기와 설명을 듣고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서 자꾸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지? 나는 왜 운동하지 않는지? 자전거는 왜 잘 타는지? 공부는 왜 이렇게 안 하는지? 무엇을 재미있어하는지?’를 질문하게 되었다. 그 질문에 나름대로 답을 하면서, 나는 자신과 대화하고 있었다. 나와의 대화가 정말 즐거웠다.

‘내가 이런 사람인가?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를 반복하다 보니 신기했다.

나에 대한 존재감을 알아챘다. 아직 나를 다 알려면 멀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청소년 중에는 나처럼 나를 이렇게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의 어떤 부분은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그런 부분은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것도 나니깐.

그런 수용을 해 보니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도 받아들여지고 이해가 되었다.

어떤 날은 범죄자들의 감정도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 있었다. 나에게도 그 범죄자가 느꼈을 법한 감정이 일어난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해서 풀었다. 그 감정을 행동으로 옮긴 범죄자와 그 감정을 예술 분야로 펼치는 나, 감정은 비슷했지만 하는 행동은 달랐다.

새로운 생각을 할 때 나 자신에게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 하며 허용의 범위가 넓어졌고, 넓어진 생각 범위 안에서 선택을 다양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적어도 나는 나 자신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라는 말을 굉장히 무서워하고 싫어한다.

본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아채지 못하니, 스스로 선택할 수도 없고, 선택을 예측할 수도 없으니 대처할 방법도 없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나를 알아야겠다.

 

 

내 미래가 궁금하다. 내가 어떤 선택할지, 선택에 따른 행동을 하면 어떤 감정을 느낄지 모두 기대된다. 그 과정을 통해 나를 알아가겠지! 다양하게 선택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살아보고 싶다. 나 자신이 더 알고 싶어졌다.

나 자신이 더 알고 싶어지는 순간, 나는 이것이 자유구나! 싶었다.

철학자들은 신으로부터, 세계로부터, 타인으로부터의 자유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저마다의 해답을 찾아 인류에게 되돌려주었다. 나도 나의 해답을 찾았다.

나의 해답은

‘자유는 나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다.

 

 

글  _ 박다은 군위청소년시민기자

 


*책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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