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령>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항일 단체 ‘흑색단’의 스파이 ‘유령’의 이야기이다. 유령은 끊임없는 의심과 감시망 속에서 최대한 살아남아 총독을 암살해야 한다. 총독을 암살하고 진정한 광복을 맞이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 그들은 그 누구보다 자신의 목숨을 조국을 위해 바친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볼 점들이 있다. 먼저 여성들이 총과 칼을 쥐고 광복을 위해 한 몸 바쳐 싸운다는 것이다. 광복을 위해 끊임없이 잠입하고, 죽는 순간까지 무기를 겨누고, 끝까지 싸운다. 거기다 여성들이 서로 돕고 함께 싸우며, 위기를 헤쳐 나간다. 우리가 주로 생각했던 다소곳하고, 연약한 모습이 아니라, 거칠고 사나우면서도 동료에게는 멋진 의리를 보여주는 모습이 이 영화 전체에 녹아 있다. 지금까지 보기 힘들었던 멋진 여성의 모습이 바로 이 영화 안에 가득 들어있다는 것이다. 그 가득 들어있는 여성들의 의리와 사랑, 투쟁의 모습을 하나, 하나 보고 있으면, 같은 여성으로서 크나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또 다른 눈여겨볼 점은 바로, 이 영화 속에서 광복을 위해 싸우는 민족 투사 중 다수가 노인, 아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총독부에서 스파이로 활동하는 차경을 시작으로 극장의 주인인 노인, 티켓을 판매하는 판매원, 그의 어린 동생, 그리고 배우까지 모두 흑색단의 일원이다. 그들은 사회에서 약자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지만, 그 누구보다도 대한 독립을 앞장서 부르고, 자신의 목숨을 광복을 위해 바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가 지금까지 배운 독립투사로는 안중근, 윤봉길 등 거의 모든 이들이 남성이었는데, 영화 속에서만큼은 세상의 약자라 불리던 이들이 누구보다 강한 의지로 싸운다.

실제 일제 강점기 당시에도, 우리가 사회에서 ‘약자’라고 불리는 이들이 서로 협력하여 일제에 대항했을 것이다. 영화 속의 차경과 안강옥, 윤난영처럼 말이다. 유관순 열사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많이 존재하는데, 2019년 기준 공식적으로 서훈을 받은 여성 독립운동가는 357명. 아직 서훈을 받지 못한 이들을 합하면 2천 명이 넘는다.

그들은 여성이라서 받게 되는 차별과 한계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지식을 배우고 애국정신을 길러 우리나라의 광복을 만들어냈다. 우리나라 최초 여성 의병장이었던 윤희순. 그는 누군가의 아내이기 전, 을미의병에서 의병 활동을 돕고 일본 대장에게 「왜놈 대장 보거라」와 같은 당당한 격문을 보내기도 했다. 숭의여학교에서는 송죽결사대를 만들어 독립운동자금을 보태고, 태극기를 만들어 만세운동 시위에 나가는 등의 활동을 했다. 영웅들의 스승이라 불리는 김란사는 능통한 외국어 실력으로 고종의 통역을 맡았고, 자신이 해외에서 배운 모든 것을 한국 여성 지식인 양성을 위해 바쳤다. 남자현은 영화 <암살>의 안윤옥의 실재 인물로, 일본 총독을 암살하려다 옥고를 치르게 된 독립투사다. 이 밖에도 김마리아, 나혜석, 신명 여학교, 제주 해녀항일운동 등 우리가 모르고 있던 수많은 여성 독립운동가가 존재하고 있었고, 그들의 이야기가 『나는 여성이고, 독립운동가입니다』(심옥주, 우리학교)에 실려있다.

 

 

이걸 쓰고 있는 지금의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만약 내가 일제 강점기 때 태어났었다면, 사회가 나에게 씌운 ‘여성’이라는 압박과 편견을 벗고 투지를 보일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우리나라 역사에 단단한 마음의 흔적을 남긴 여성들이 너무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생각한다. 영화 <유령>에서 나온 대사 중 한마디가 머릿속에서 울린다.

‘유령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어디서든, 어떤 모습으로든 우리나라를 위해 한 몸 바쳐 싸운 모든 여성 독립운동가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글_ 김고라니

 


※ 뉴스풀과 달팽이트리뷴 기사 제휴로 이 글을 게재합니다. 달팽이트리뷴은 포항 효자동에 있는 달팽이책방에서 발행하는 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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