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핫초코. 마시멜로가 있다면, 3개 정도 넣어준다. 타다닥, 주위가 조용해야 들을 수 있는 마시멜로 녹는 소리. 마시멜로가 조금 녹아 더욱 진한 단맛을 갖게 된 핫초코. 핫초코를 들고 한숨을 돌려본다. 한입을 마시면 녹진한 단맛이 입안을 싹 덮는다. 따뜻한 담요를 덮은 것 같은 맛. 일을 하다 잠시, 핫초코로 한숨 돌린다. 단맛은 한번 들어오면 입안에 진하게 남는다. 오랫동안 남아 입안을 달게 덮는다. 그 입안에 남는 단맛이 좋다. 입맛을 다시면서, 그 힘으로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혹시 핫초코와 같은 기억이 있을까? 오래도록 진하게 남아서 힘을 주는 그런 기억 말이다. 나에게는 글 쓰는 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억이 있다. 옛날 학창 시절 때 받았던 독후감 상장들과 대학교 교수님의 칭찬. 교수님은 칭찬을 해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교수님의 학구열과 연구 실력은 한낱 학부생들의 실력을 보지 못할 정도로 높은 것이었다. 그런데, 나에게 대학원 장학금을 받을 기회가 왔다. 나는 교수님께 장학금 신청을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교수님은 나에게 연구 계획서의 형식으로 글을 쓸 수 있게끔 주제를 던져주셨다. 석사 학위는 받겠다는 목표를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터라, 이번 기회가 한 번뿐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글을 썼다. 제출하기 전 교수님께 피드백을 받는 시간, 교수님은 내 연구 계획서를 읽어보시더니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우와! 정말 글을 잘 썼구나! 대학원에 와도 되겠는데?”

칭찬에 인색한 분이 남긴 칭찬 한마디. 배움을 받고 있는 대상에게서 받은 다디단 한마디는 나에게 큰 힘을 주었다. 무엇을 잘하는 것일까 고민이 많았던 나에게 큰 힘을 주는 말을 건네신 거다. 장학금을 받게 된 날에도 교수님은 축하한다며 크게 기뻐하셨다. 정말 내가 무언가는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를 크게 실감하는 날이었다.

 

사진 달팽

 

쉼 없이 글을 보고 글쓰기를 하는 내가, 나에 대해 의심을 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정말 맞는 것인지, 잘못 썼는데 뻔뻔하게 우기는 건지. 의심은 매우 쓴맛이 나서 강렬하고 오랫동안 씁쓸하게 만든다. 그럴 때마다 들이키는 단맛의 기억. ‘내가 그래도 이런 것도 해내고, 이런 칭찬도 받았던 사람이었지?’라는 기억. 학창 시절 때 받았던 독후감 상장들을 마시멜로 삼아, 교수님의 칭찬이라는 따뜻한 칭찬 한 모금을 들이켠다. 의심의 쓴맛은 잊고 단맛으로 내 글을 꾸려 나간다. 옆에서 애인이 주는 무조건적인 지지와 응원도 핫초코 같은 따뜻한 단맛의 힘을 준다. 나도 애인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진한 핫초코와 같은 단 응원과 위로를 준다. 단맛을 에너지 삼아 더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내가 가진 에너지로 다른 사람에게 기억에 남을 단맛을 선물하기도 한다. 추운 날, 따뜻한 핫초코처럼 힘을 줄 단맛 같은 기억을.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혹시 저처럼 핫초코와 같은 기억을 가지고 계시나요?

 

<사진 설명: 2011년 1월 1일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 월정사로 엄마와 함께 템플스테이를 갔던 날이다. 눈 덮인 전나무 숲을 걷던 낮과 석탑에 조용히 쌓이던 눈송이를 보았던 밤.

포근했던 그날을 추억하며 2022년 1월 3일 다시 찾았을 때

기후변화로 더 이상 눈이 쌓이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마른 전나무들이 속절없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글_ 김고라니, 사진_ 달팽




※ 뉴스풀과 달팽이트리뷴 기사 제휴로 이 글을 게재합니다. 달팽이트리뷴은 포항 효자동에 있는 달팽이책방에서 발행하는 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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