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필수적으로 사회를 구성해야 하며, 사회를 구성해나가는 행위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정치일 것이다. 정치 하나로 인해 우리의 먹거리, 주거, 삶의 안정이 결정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내건 공약은 ‘여성가족부 폐지’이다. 이 결정이 많은 여성의 삶을 뒤흔들고 있다. 달팽이 트리뷴 기자들은 정치가 우리의 삶과 얼마나 연결되어 있고, 여성으로서 내가 얼마나 정치에 영향을 받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백래시 속에 있는 지금

김고라니(이하 라니)는 ‘여가부 폐지’가 일어난 지금 시점이 ‘백래시’ 현상의 일종이라는 의견을 내놓으며 『백래시』(수전 팔루디, 아르테)을 소개하였다. ‘백래시’란 ‘사회 진보와 변화 등에 대한 대중의 반발’로, 페미니즘에서는 여성의 진보를 위협하는 현상을 말한다. 백래시는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에 대해 반발하는 여성들을 지속적으로 좌절하게 만든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책에서는 미국의 전반적인 백래시의 흐름에 관해 이야기한다. 미국에서 페미니즘 운동이 일어난 후, 각 언론이나 매체에서 페미니즘이 여성의 불행을 가져왔다는 신뢰성 없는 통계들과 기사들이 나왔다고 한다. 라니는 이 책에서 나온 백래시의 흐름이 우리나라의 현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공영방송에서 나오는 수많은 결혼과 관련된 프로그램, 페미니스트를 부정적으로 조명하는 언론 기사들이 수면에 올랐다고 했다. 라니는 이와 같은 현상을 백래시의 일종으로 보았고, 여가부 폐지도 백래시가 낳은 결과일 것으로 해석하였다.

 

페미니즘을 만나고 알게 된 세상

달팽은 2015년 말부터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달팽 자신이 여성이고 소수자성이 있다는 것을 적극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페미니즘에 대해 이론적으로 알고 싶어 읽었던 책이 바로 『페미니즘의 도전』(정희진, 교양인)이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위안부, 성매매, 가정폭력, 박정희 군사시대 등 한국 사회 안에서의 페미니즘 논제들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달팽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이 겪어왔던 성차별적인 일상들이 자신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문제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더불어 ‘소수자성’에 대해 정치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사회에 닿기 힘든지, 그것이 소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절감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달팽은 책방 SNS 계정을 활용해 해시태그 운동을 하거나, ‘지방여성’의 삶에 대해 다루는 팟캐스트를 제작하고 책방에서도 관련된 활동을 하여 더욱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고 했다. 실질적으로 대변해 주는 이가 없으니 달팽은 개인적으로 여러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우리 생활 곳곳의 정치

미야의 집안 환경은 남아선호사상이 철저하던 곳이었다. 여아를 임신하면 낙태를 선택하게 만드는 집안 분위기였고, 남성 가족 구성원들이 남겨놓은 밥을 먹는 여성들을 보고자란 미야. 그의 머릿속에는 어렸을 때부터 ‘왜 여자는?’이라는 물음이 가득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추천하는 책은 『보이지 않는 여자들』(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웅진지식하우스)이다. 이 책은 정책의 기틀이 되는 데이터가 남성에게 편향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남성에게 지나치게 편향된 데이터는 결국 우리 사회 구성 요소들이 남성에게 맞춰지도록 만든다. 예를 들어 건물의 설비, 건축기준, 심지어 실내 온도 기준마저 남성에 맞게 세워져 있다. 생활 전반적인 곳에서 많은 여성들이 지워진 것에 대한 심각성을 이야기해 준다. 『이상한 정상가족』(김희경, 동아시아) 또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미혼 가정의 아동 비율이 매우 적다. 이는 사회에서 결혼, 임신, 출산 과정을 거친 아이들만 정상 취급을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한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하는 것에도 큰 정책적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아동의 복지를 관리하던 부서가 여가부인데, 여가부가 없어지면 아동의 복지, 정부에서 걱정하는 출생률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된다고 미야는 말했다. 마지막 책은 『붕대감기』(윤이형, 작가정신)이다. 이 책 속에서는 다양한 관점의 여성들이 등장하여 여러 이야기와 갈등을 보여준다. 여성들 사이에서 무조건적인 연대가 이루어진다는 것 또한 우리 사회에 있는 편견이 아닐까. 여성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정치도 존재한다.

 

2022년 10월 15일 서울 종각역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폐지안 규탄 전국 집중 집회'. 사진 출처=한국여성단체연합
2022년 10월 15일 서울 종각역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폐지안 규탄 전국 집중 집회'. 사진 출처=한국여성단체연합

 

차별은 이런 것이에요

달은은 두 가지 사건으로부터 정치가 나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첫째로는 세월호 사건, 둘째로는 정연이 사건이다. 아이를 직접 키우고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된 사건들이 달은에게 ‘나 자신이 정치적인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행동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달은이 처음으로 소개하는 정치 관련 책은 『말이 칼이 될 때』(홍성수, 어크로스)이다. 이 책에서는 차별과 혐오의 기준에 대해 설명한다. 그 기준은 “차별, 혐오적 표현을 들은 대상이 자기 행동을 위축하게 되고, 자기 과거를 돌아보는가?”이다. 기득권층은 아무리 어떤 표현을 들어도 언짢거나 기분만 나쁠 뿐, 그 표현으로 인해 위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득권층을 대상으로 하는 차별, 혐오의 표현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이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바로 ‘역차별’이다. 역차별 또한 ‘남혐’이라는 발언과 마찬가지로 기득권층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여성들을 위한 정책과 기관이 있는 것이 과연 역차별이 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달은이 가져온 책은 바로 『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 창비)이다. 이 책에서는 특권층이 기울어진 운동장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세상을 본다고 이야기한다. 기득권층은 차별적 발언이 될 수 있는 말을 그저 농담으로 소비한다. 이 책은, ‘반응 없는 반응’이 소극적이지만 저항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저항들도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는 한목소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달은은 그렇게 생각한다고 전한다.

 

용기 있는 여성들과 정치

유차가 정치하면 떠오르는 것은 ‘싸움’이다. 그저 유치하고 머리 아픈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정부에서 진행하는 주력 사업에 따라 자신의 생계가 좌지우지되는 모습을 보고 내 삶이 정치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정치 참여가 곧 세상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과정임을 깨달았다. 점차 유차는 페미니즘과 환경문제,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게 되면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돌봄 노동을 비롯한 스토커, 성별 혐오 문제, 비혼모, 비혼부 및 1인 가구 증가 등 여성가족부에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여가부 폐지’를 보며 무력감을 느끼는 한편, 참여와 연대의식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차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슬아 작가의 SNS 행보, 장혜영 국회의원의 정치 행보를 지지하고 항상 응원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유차 자신이 여성과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된 책 세 권인 『증언들』(마거릿 애트우드, 황금가지), 『나는 숨지 않는다』(박희정, 유해정 외, 한계레출판), 『어머니의 나라』(추 와이홍, 흐름 출판)를 추천하였다.

 

글 _ 김고라니

 


※ 뉴스풀과 달팽이트리뷴 기사 제휴로 이 글을 게재합니다. 달팽이트리뷴은 포항 효자동 〈달팽이책방〉에서 발행하는 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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