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정의 페미니즘 : (잘) 보이는 여자들
우리 동네 정의 페미니즘 : (잘) 보이는 여자들
  • 김명찬
  • 승인 2021.03.19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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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11월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에서 지역 여성 조직 활성화 사업의 하나로 “우리 동네 정의당 페미니즘 모임”을 공모했다. 당시 정의당구미시위원회창당 3주년 기념행사(코로나로 인해 개최하지 못함)를 준비하는 와중에 김경순 위원장과 김희정 여성위원장의 제안으로 공모에 신청했다. 선정 결과 10개 모임 중에 구미시위원회의 “(잘) 보이는 여자들” 모임도 이름이 올라 있었다.

선정된 후 정의당구미시위원회 밴드에 공고하여 참여할 인원을 모집한 결과 당원 8명과 비당원이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어서 모임 구성의 여러 조건 중 하나인 여남 성비와 당원/비당원 비율을 어렵지 않게 맞추어 모임을 꾸리게 되었다.

신청서를 제출할 당시의 프로그램 구성은 실제로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순서와 일부 내용의 변경이 불가피했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이 변경의 주요 원인이었고 “페미니즘” 관련 이론서를 처음 접하는 회원들이 많다 보니 페미니즘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와 활동에서 이뤄진 성과를 포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텍스트를 선택해야만 했다.

차수 제한(4회차)의 한계와 여타 지원자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독창적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했기에 1차시와 4차시에는 독서 토론을, 2차시에는 페미니즘 관련 영화를, 3차시에는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일상적 도구(공구) 사용을 위한 체험 활동으로 구성했다. (※아래 표 참조)

 

성별화된 익숙한 일상, 낯선 페미니즘, 그리고 젠더 감수성

첫 모임은 “차별 인식과 차별 삭제 프로젝트: 덜 진화된 남성들을 위한 생존 페미니즘”을 주제로 『젠더와 사회: 15개의 시선으로 읽는 여성과 남성』(한국여성연구소 편, 동녘, 2014)을 기본 텍스트로 한 독서 토론이다. 장별로 발제와 토론을 하기에 책에서 다루는 분야와 분량이 방대하여 2회(2월 23일과 3월 9일)로 나뉘어 진행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성별화된 사회와 젠더 체계>에서는 젠더 개념에 대한 역사적 고찰과 다양한 이론적 논의를 살펴보면서 우리의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고 젠더 체계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얻는 데 목적을 두었다. 2부는 <젠더와 일상>으로 연애, 몸 가꾸기, 가족, 노동, 남성 문화, 미디어 등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사건들을 페미니즘 관점에서 살펴보고, 3부 <젠더를 넘어서 성평등으로>는 성별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실천으로서 정책과 운동을 다룬다.

화상회의(Zoom)로 진행한 1차시의 1부와 2부에서 회원들 대부분은 생소한 전문 학술 용어를 사용하여 설명되는 내용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일상에서 이미 겪는 일이라 내용 자체에 대한 이해는 어렵지 않으나 분야별 전문 연구자들의 학문적 성과를 집대성한 모음집이라 전문 용어와 표현들이 낯설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반복해서 읽으면서 마치 당연하게 여겼거나 의식하지 못했던 각종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를 “의식화”하는 데는 별문제 없다는 것이 토론에 참여한 회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으며, 앞으로 더욱 관심을 가지고 학습하고 실천해나갈 것을 다짐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야 없지 않은가? 시작이 반이라고 성별화된 사회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자각하고 실천으로 이어질 때 좀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다.

두 번째 모임(3월 23일)은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소개된 캐나다 영화 <패뷸러스(Fabulous, 2019)>를 함께 시청하고 토론할 예정이었으나 모임 인원 제한으로 인해 개별적으로 시청한 후 화상회의로 토론하기로 했다. 이 영화는 감독, 제작, 각본, 음향, 음악까지 여성 제작자들이 의기투합한 여성 영화로서 인플루언서, 취준생, 페미니스트 인물들이 SNS 시대를 살아가면서 겪는 청춘들의 일상을 유쾌한 감성과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담아냈다.

세 번째 모임은 “일상의 페미니즘: 여성을 위한 슬기로운 공구 사용 설명서”라는 주제로 공방을 운영하는 분이나 공구 사용 경험이 풍부한 분을 강사로 초청하여 회원들이 직접 공구 사용법을 익히고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체험 활동이다. 나아가 공구 사용에 어려움이 있거나 남성 서비스 요원에 의한 서비스 요청을 꺼려 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공구 사용법을 가르쳐주거나 간단 수리 작업 봉사를 할 계획이다.

 

ⓒ 김명찬

네 번째 모임의 주제는 “보이지 않는 여자, 보이는 여자, (돌)보는 여자: 타자에서 주체로”이다.

『보이지 않는 여자들: 편향된 데이터는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지우는가』(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저, 황기한 역, 웅진지식하우스, 2020)를 기본 텍스트로 한 독서 토론이다.

이 책은 남자가 표준인 세상에서 여자는 어떻게 투명 인간이 되는지, 즉 일상(아동과 도시계획), 직장(돌봄 노동, 고용과 승진, 산업 안정, 불안정노동), 설계(개발계획, 사회적 표준, 기술), 의료(의학 연구, 진단과 치료), 공공 생활(노동 가치, 세금, 정치), 재난(재해복구, 난민) 등 전 분야에서 구체적 사례와 통계 자료를 제시하면서 “젠더 데이터 공백”이 발생한 원인과 결과를 밝혀낸다.

세 번째 모임의 경우 오프 모임이 필수라 방역 단계에 따라 진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 네 번째 모임을 앞당겨 진행할 예정이다.

페미니즘은 역사적으로 억압받거나 배제된 여성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가부장제와 위계 관계에서 차별과 불평등을 겪는 남성을 포함하여, 우리 모두를 위한 성 평등 및 인권 실천 운동이다. 역설적으로 페미니즘의 최종 목표는 페미니즘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정의당구미시위원회의 “(잘) 보이는 여자들” 모임은 또 하나의 느슨한 실천 운동 조직으로서 견고한 지역 사회 지반에 첫발을 내딛는 불편한 개입이 되길 기대한다.

단기간의 독서와 토론으로 젠더 감수성이 하루아침에 탑재될 리는 만무하다. 개별적으로는 의식적, 의도적 차별 행위는 분별하고 제어 가능할 수는 있겠지만, 문화적으로 학습되고 내재화되어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차별 행위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철저한 “의식화” 과정을 거쳐야만 조금씩이나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비롯한 모든 차별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도록 분야별 연대를 구성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글 / 김명찬 정의당구미시위원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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