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천 원의 아침밥을 운영하는 A 대학 학생식당 배식대에 학생들이 줄을 이었다. 이날 식단은 백미밥, 떡만둣국, 김치. 학생들은 “천 원으로 이 정도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데 만족한다”고 했다.

단품 위주 음식을 제공하는 영남대학교도 천 원의 아침밥 인기는 높았다. 영남대는 학생회관 식당과 자연계 식당에서 천 원의 아침밥을 1일 200명에게 제공한다. 중간고사 기간에는 평소보다 100명분을 늘려 하루 300 식을 준비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영양사가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대학가가 활기를 되찾은 한편 고물가 여파가 번지며 천 원의 아침밥 수요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정부는 천 원의 아침밥이 인기를 끌자 2023년 지원 규모를 지난해보다 네 배 이상 확대했다. 올해 사업 신청한 전체 145개 대학에서 천 원의 아침밥을 시행한다.

 

천 원의 아침밥. 사진 김연주

 

학생들이 천 원의 아침밥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착한’ 가격에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밝힌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였다. 지난 3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물가 인상을 매우 체감한다는 응답이 95.1%에 달했다. 가장 부담이 높은 지출에 56%가 식비라고 답했다. 물가 상승과 밥값 인상으로 대학생의 식비 지출도 줄었다.

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식사 한 끼의 가치도 달라졌다. 천 원의 아침밥으로 두 끼를 해결한다는 학생도 있었다. 자율 배식으로 천 원의 아침밥을 제공하는 대구대학교 학생식당에서 재학생 B 씨가 접시에 담은 밥과 반찬은 대략 1.5인분이었다. B 씨는 “아침밥을 많이 먹고 점심은 거른다”고 했다.

천 원의 아침밥 사업에 여느 때보다 관심이 높은 한편 식사 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급식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농축산식품부는 천 원의 아침밥 사업을 공모하면서 “부실식단 제공 방지를 위해 편의점 김밥, 컵라면 등의 가공제품 제공은 지양하고, 양질의 아침밥 제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또 “현장 점검, 학생 대상 설문조사 등을 실시하여 아침밥 품질 향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식재료비와 인건비 상승 등 단가 인상분을 지원 예산에 반영하지 않고 정부 부담금으로 끼니 당 ‘천 원’을 유지하면서 식사 질 저하가 현실이 됐다. 천 원의 아침밥 식단이 지나치게 단조롭거나 영양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경산지역 4개 대학에서 제공하는 천 원의 아침밥을 확인한 결과 3개 학교 식단이 단품 식사나 밥, 국, 반찬 1종 또는 음료, 김치 등으로 구성됐다. 천 원의 아침밥을 먹는 학생들은 “메뉴가 더 다양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천 원의 아침밥 식단을 본 단체급식 관계자들은 “골고루 영양을 섭취하기에는 반찬 수가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또 천 원의 아침밥에서 제공하는 음료와 같은 비용으로 신선한 제철 식재료 구매가 가능한데도 음료를 제공한 것은 ‘급식실 조리 인력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교육공무직 조리종사원 안명화 씨는 “조리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반찬 대신 음료를 고른 것 같다. 단품 식사에 오이 무침이나 제철 채소를 곁들이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단체급식 영양사 C 씨도 “요즘은 채소 단가가 약하다. 채소 반찬이 있으면 좋지만 3천 원으로 다양한 식단을 구성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취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천 원의 아침밥을 운영하는 학생식당 관계자 D 씨는 “정해진 단가에서 인건비 부담이 크다. 반찬을 늘리면 좋지만 준비 인력이 부족해 음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천 원의 아침밥이 염도 수치가 너무 높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우려도 나왔다. 천 원의 아침밥에서 제공하는 탕·국 종류에서 적정 염도를 초과하는 사례도 취재 과정에서 확인됐다. 모 대학에서 제공한 감자탕은 염도가 1.5%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권고하는 국 염도 0.8%를 초과했다. 쇠고기국밥도 염도가 1.4%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영양사 C 씨는 “이 정도 염도는 지나치게 높은 수치”라며 “정부가 나서서 염도 줄이기 운동을 할 정도로 나트륨 과다 섭취는 건강에 해롭다. 염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염도계로 천 원의 아침밥의 염도를 직접 측정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물류 적정 염도를 0.8%로 권고하지만 천 원의 아침밥에서 제공한 일부 음식에서는 이를 초과한 수치가 나왔다. 사진 김연주
염도계로 천 원의 아침밥의 염도를 직접 측정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물류 적정 염도를 0.8%로 권고하지만 천 원의 아침밥에서 제공한 일부 음식에서는 이를 초과한 수치가 나왔다. 사진 김연주

 

한편 더 나은 식재료로 학식을 제공하기 위해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천 원의 아침밥 사업도 눈에 띈다. 충남도는 ‘지역산 식재료 활용’과 ‘저렴하고 건강한 조식 제공’을 목표로 오는 6월부터 도 자체 사업으로 천 원의 아침밥을 진행할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별개로 추진하는 이 사업에서 충남도는 천 원의 아침밥 선정 학교에 1천 원을 지원하고 도내 농축산물을 사용하면 1천 원을 추가 지원한다. 도비 지원금 최대 2천 원에 학생은 1천 원, 학교가 나머지를 부담한다. 충남도는 ‘충남지역 연간 쌀 생산량 전국 2위, 돼지 사육 수 전국 1위, 한우와 닭 사육 수는 전국 3위 수준’이라며 “지역 농수축산물 소비 활성화와 지역 농수축산물 인식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천 원의 아침밥 사업과 청년 건강권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 정다은 식생활교육경주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천 원의 아침밥 사업이 단지 ‘선거용’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 단가를 올려 지역의 좋은 먹거리로 식사 질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반값등록금 등 교육비 부담 완화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대학에 다니지 않는 청년들의 건강권에도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천 원의 아침밥’ 사업을 2017년 처음 도입했다. 정부와 학생이 1천 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비용을 대학이 부담하는 방식으로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이미지 자료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mfdsna/?locale=ko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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