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 ‘천 원의 아침밥’이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물가 인상으로 식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학생 단체들은 천 원의 아침밥 확대를 촉구했다.

천 원의 아침밥은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에서 국내 쌀 소비 촉진과 대학생 아침밥 먹는 문화 확산을 위해 2017년부터 시행해온 사업이다.

천 원의 아침밥은 정부와 학생이 각각 1000원을 부담하며 대학은 자율적으로 지원한다. 일반적으로 대학 부담금은 1천 원 이상이다. 한 끼 식단 단가는 정부, 학교, 학생이 각각 1000원씩 부담해 총 3000원 선이다.

현재 전국 330여 개 대학 가운데 28개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아침밥을 제공하고 있다. 경북지역 소재 사업 참여 대학은 대구가톨릭대, 대구대, 영남대, 포항공과대 등 4곳이다.

 

▲대구가톨릭대학교에 걸린 천 원의 아침밥 홍보 현수막
▲대구가톨릭대학교에 걸린 천 원의 아침밥 홍보 현수막
천 원의 아침밥을 운영하는 대구대학교 학생 식당 모습.
▲천 원의 아침밥을 운영하는 대구대학교 학생 식당 모습.

물가 상승으로 식대 인상이 줄을 잇는 가운데 2학기 개강을 맞은 대학가에서는 천 원의 아침밥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

대구가톨릭대학교 학생식당에서 조리 업무를 총괄하는 권혜숙 씨는 “식당 문을 열기 전부터 학생들이 줄을 서서 대기한다”라며 “오전 8시 10분부터 9시 40분까지 운영되지만 보통 9시경 120명분이 다 나간다”라고 밝혔다.

대학도 천 원의 아침밥 사업에 적극적이다. 학생들의 아침 식사 결식률을 낮추고 복지 증진을 위해서다.

포항공과대학교는 학생 복지 증진을 위해 사업을 시작하던 2020년부터 학교 부담금을 한끼 당 2천 원을 부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타 대학에서 지원하는 금액인 1천 원의 두 배이다. 허일심 영양사는 “총장 님이 학생 복지에 관심이 많다. 학생들이 좀 더 아침밥을 먹도록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1 천 원의 아침밥 최우수상 수상을 기념하는 포항공과대학교 김무환 총장(사진 앞줄 가운데)과 교직원. 사진 포항공과대학교
▲2021 천 원의 아침밥 최우수상 수상을 기념하는 포항공과대학교 김무환 총장(사진 앞줄 가운데)과 교직원. 사진 포항공과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는 사업 시행 첫해이던 2020년 천 원의 아침밥 우수학교로 선정됐다. 식수 인원은 매년 증가하여 올해 천 원의 아침밥 1만 8천 끼를 제공할 계획이다.

경북 경산에 있는 대구대학교는 다양한 식단 개발과 뷔페식 배식, 식당 내 식사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포장 김밥 판매 등 학생들의 요구에 발맞춰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의 높은 수요를 고려하여 대상 인원도 사업 첫해인 2021년 100명에서 올해 200명으로 두 배 늘렸다. 대구대학교는 2021년 천 원의 아침밥 우수학교로 뽑혔다.

환경을 위한 식생활 문화 개선 노력도 엿보인다. 천 원의 아침밥 시행 초기 대구가톨릭대학교는 음식을 남기지 않는 학생에게는 따로 음료를 제공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식습관 정착을 위한 시도였다.

 

▲포항공과대학교 천 원의 아침밥. 사진 포항공과대학
▲포항공과대학교 천 원의 아침밥. 사진 포항공과대학

 

천 원으로 누리는 복지 vs 천 원에 맞춘 한끼

천 원의 아침밥을 운영하는 학교에 따라 식단 구성과 영양의 차이도 확인됐다.

대구대학교 김소희 영양사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매천시장에 가서 지역 농산물이나 식자재를 직접 구매한다. 낮은 가격으로 준비할 수 있는 메뉴가 한정적이다 보니 식단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게 매일매일 고민한다”고 말했다.

 

▲9월 14일, 대구대학교 천 원의 아침밥
▲9월 14일, 대구대학교 천 원의 아침밥

대구대학교 학생식당 천 원의 아침밥은 뷔페식이다. 14일 메뉴는 ‘백미밥, 김치순두부국, 짜장, 단배추겉절이, 콘샐러드, 포기김치, 단무지’였다. 천 원의 아침밥을 처음 먹어본다고 밝힌 대구대학교 재학생 A 씨는 “식당 입구에 있는 광고를 보고 알게 됐다. 오늘 처음 먹었는데 매우 만족한다. 또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학교에서 제공하는 천 원의 아침밥에 대해서는 ‘천 원에 맞춘 식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14일 영남대 학생회관식당 천 원의 아침밥은 ‘얼큰 콩나물국밥’이었다. 공깃밥과 콩나물국을 조리원이 직접 그릇에 담아 배식한다. 김치는 학생이 직접 먹을 만큼 담는다. 김치를 제외한 반찬은 없다. 천 원의 아침밥을 먹는 학생 가운데는 삶은 고구마나 식혜, 닭가슴살, 탄산음료를 별도로 챙겨온 학생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9월 14일, 영남대학교 천 원의 아침밥
▲9월 14일, 영남대학교 천 원의 아침밥
▲영남대 천 원의 아침밥에서 제공하는 김치 배식대 
▲영남대 천 원의 아침밥에서 제공하는 김치 배식대 

4월 13일 천 원의 아침밥을 시작한 이후 영남대가 4월 25일부터 9월 16일까지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한 식단표를 확인한 결과 40일 동안 제공한 메뉴는 카레덮밥(9회), 콩나물국밥류(8회), 짜장덮밥(7회), 간장불고기덮밥(6회), 순대국밥(5회), 고추장불고기덮밥(2회), 김치찌개(1회), 순두부찌개(1회), 장터쇠고기국밥(1회) 등 9가지였다. 영남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천 원의 아침밥 메뉴는 학생 설문을 통해 선정됐다.

영남대 천 원의 아침밥 한 끼 단가는 3000원이다. 경산 대구대, 대가대도 천 원의 아침밥 한끼 단가는 3000원이다. 똑같은 천 원을 내지만 식사 질은 차이가 두드러진다.

학교급식 종사자들은 “무료급식도 이렇게 나오는 건 본 적 없다”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학교 단체급식 현장에서 20년 이상 일해온 안명화 씨는 “천 원의 식사라고 정말 천 원에 맞춰서 주는 건 영양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며 “식단이 단조롭다. 콩나물국에 달걀이라도 하나 풀거나, 학생들이 선호하는 반찬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천원의 아침밥을 홍보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식사는 복지다. 학생들에게 밥을 먹이기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라며 “취지가 좋은 만큼 개선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구가톨리릭대학교 천 원의 아침밥. 사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구가톨리릭대학교 천 원의 아침밥. 사진 대구가톨릭대학교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0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대 아침 식사 결식률은 58.2%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다. 정부는 대학생에게 천 원으로 먹을 수 있는 아침 식사를 제공해 결식률을 낮추고 쌀 소비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천 원의 아침밥을 시행 중인 학교에서는 질 높은 식사 제공을 위해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물가 인상과 인건비 상승 등 2017년 천 원의 아침밥 사업 도입 당시와는 달라진 사회경제적 상황을 반영한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구대 김소희 영양사는 “물가가 너무 올랐다. 학생들은 고기를 선호한다. 좋은 재료를 쓰고 싶지만 물가가 다 올라서 3000원으로는 식사 질을 유지하기 너무 어렵다. 정부 지원금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가대 권혜숙 조리장은 “천원의 아침밥을 준비하는 동안 하루 에너지를 거의 다 쓴다. 인건비도 많이 올랐다. 급식에 필요한 적정 인원을 유지하려면 재정 지원이 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년 9월 대구가톨릭대학교 천 원의 아침밥 식단표
▲2022년 9월 대구가톨릭대학교 천 원의 아침밥 식단표

 

“학식은 학생들의 식사권을 보장하는 필수적인 복지”

2학기 개강 이후 일부 대학가에서 학식 가격 인상을 시도하면서 학식 인상 반대와 아울러 천 원의 아침밥 확대 요구도 나왔다.

전국 대학 학생회가 모여 결성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지난 9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생 식비 부담을 가중하는 학식 가격 인상에 반대한다”라고 밝히며 대학과 교육부, 농림축산식품부가 협업하여 대학가 식비 부담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7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학생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천 원의 아침밥 확대를 요구했다. 사진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7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학생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천 원의 아침밥 확대를 요구했다. 사진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물가 인상률이 6%에 달한다. 생활물가가 치솟고 있다”라며 “2022년 전국 대학생 설문조사 결과 50%에 가까운 학생들이 가장 부담스러운 지출로 식비를 꼽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학 재정만으로는 안정적인 학생식당 운영이 어렵다”며 “정부·대학·학생 3주체가 비용을 부담하여 운영하는 천 원의 아침밥 운영 확대”를 제안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전국 330개 대학 중 천 원의 아침밥 시행 학교는 10%도 되지 않는다. 천 원의 아침밥 목표 인원이 2017년 사업 시작 당시 8160명에서 올해 현재 51만 명으로 증가했다”라며 “정부가 천 원의 아침밥 수혜 대상을 늘리고, 아침뿐만 아니라 점심까지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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