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선 유급휴일, 행정해석에는 소정근로일이 아니면 무급휴일

2018년 3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민간에서도 관공서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게 되었다. 해당 조항은 2022년이 되어 5인 이상 사업장이면 모두 적용되게 되었다. 고용노동부는 2018년 5월에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를 배포하였는데, 당시에는 개정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 우리나라 관공서 등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휴일을 지정하고 있으나 민간기업의 경우에는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따라 공휴일 휴무 여부가 다른 실정

- 이에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공휴일 휴무 규정이 없는 영세 중소기업 근로자는 명절 연휴와 같은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받지 못해 휴일에 있어서도 불합리한 차별이 존재

○ 따라서, 공휴일에 근로자가 차별 없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공휴일을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로 보장하려는 것임

- 2018. 5. 고용노동부 발간,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 20쪽.

조금 풀어 적자면, 법 개정 이전에는 <관공서를 포함해 사업장 규모가 크고 노동조합이 있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관공서공휴일을 유급휴일로 규정한 사업장은 관공서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쉬고 있었다. 반면 영세 중소기업 근로자는 명절 연휴와 같은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받지 못해 휴일에 있어서도 불합리한 차별이 있었다. 그래서 관공서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라고 법에 명시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소기업(?) 시간급제 노동자인,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은 법률이 개정되어도 이 법률의 혜택이 오지 않았다. 바로 고용노동부 임금근로시간과-743 행정해석 때문이다. 임금근로시간과-743은 토요일과 같은 비번일·무급휴일이 관공서공휴일과 겹칠 경우, 노동자에게 별도로 유급휴일수당을 더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답한다.

이런 행정해석이 나오자 장애인활동지원기관들은 관공서공휴일에 근무하지 말라거나, 급여제공 일정표에 근무를 계획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 혹여나 근무를 하더라도 평일에 바우처 결제를 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관공서공휴일을 ‘소정근로일이 아닌 날’, ‘무급휴일’로 한다는 근로계약과 취업규칙 개정을 강행했다. 결국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은 사업주들의 이런저런 조치로 관공서공휴일이 무급휴일로 설정되었고 관공서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누리지 못하게 되었다.

 

사진 출처=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
사진 출처=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

 

임금의 감소만 없으면 법 개정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

한편 임금근로시간과-653은 임금근로시간과-743 행정해석에 제동을 거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근무 편성 시 관공서 공휴일에 근무할 근로자를 고의로 누락 하거나 이날을 제외하는 방법 등으로 유급휴일을 보장하지 않아 법 적용 전보다 해당 근로자의 임금이 감소되는 경우라면 이는 법 개정 취지에 반한다고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행정해석은 법 개정 취지에 반하는 요건을 나열하고 있는데, 사업주가 고의로 유급휴일을 보장하지 않아, 법 적용 이전보다 임금이 감소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해석은 이 해석대로 기이하다. 법률 개정으로 유급휴일이 늘어났으면 일을 하지 않아도 임금이 그대로 거나, 같은 일을 하면 임금이 늘어야 하는 것이 상식적 결과다. 그런데 임금근로시간과-653에 따르면, 같은 일을 하고도 임금만 줄지 않는다면, 법 개정 취지에 반하지 않아 위법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의 경우 사업주의 고의로 유급휴일을 보장하지 않아도, 다른 날에 근무를 더 몰아서 많이 하게 되어 임금의 감소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월급제 노동자의 경우 관공서공휴일 유급휴일을 누리고 다른 대체근무일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지만,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은 다른 근무 가능한 요일을 찾아 근무해야 한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임금의 감소는 발생하지 않으니, 임금근로시간과-653의 해석상으로도 위법은 아니다. 743이나 653이나 활동지원사 노동자는 관공서공휴일 유급휴일을 보장받기는 어렵다.

이러한 행정해석의 문제는 비단 장애인활동지원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법 적용 이후에 근무를 시작하는 노동자의 경우나, 법 적용 이후에 생긴 일자리의 경우에 대한 고려가 없다. 이러한 경우는 법 개정 이전에는 근무 자체를 하지 않았으니 비교 대상이 없다. 비교할 대상이 없으니 감소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결국 사용자는 2개의 행정해석에 힘입어 “관공서공휴일은 소정근로일에서 제외하고, 무급휴일로 한다”는 문구만 근로계약서에 추가하면 관공서공휴일을 무급휴일로 만들 수 있다. 그러고는 산업 자체의 특성 때문에, 관공서공휴일은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사회는 빠르게 바뀌고 새로운 산업도 다양하게 생기고 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이런 식의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데에 강력한 유인을 갖는다. 결과적으로 고용노동부가 시간급제 고용을 권장하는 꼴이다. 그리고 여전히 “영세 중소기업 근로자는 명절 연휴와 같은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받지 못해 휴일에 있어서도 불합리한 차별이 존재”하게 된다. 법률을 개정한 이유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행정권이 입법권을 덮어버리는 모양새다.

 

유급휴일의 양극화

2023년, 석가탄신일에도 대체공휴일이 적용되게 되었다. 2023년 석가탄신일은 토요일이고 대개의 직장의 경우 토요일은 무급휴일이므로, 임금근로시간과-743 행정해석에 따르면 유급휴일을 보장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다. 그런데 대체공휴일이 도입되었다. 공무원과 월급제 노동자들은 아마도 월요일 유급휴일이 하루 더 늘어났겠지만, 시간급제 노동자들은 무급휴일만 하루 더 늘어났다. 전 정권에서도 현 정권에서도 공휴일은 늘어만 간다. 대체공휴일이 늘어날 때 대통령들과 국무위원들은 토요일이 소정근로일 인지를 따지지 않았을 것이다. 2018년 3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고용노동부가 소정근로일을 빌미로 유급휴일을 없애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조건의 최저선을 제시하는 법이다. 그런데 그 최저선이 소정근로시간인가 아닌가 하는 사업주의 자의에 의해 휘둘리는 게 옳은가? 꼭 장애인활동지원사가 아니라도 “우리는 관공서공휴일 유급휴일은 해당 없다”고 말하는 시간급제 노동자들을 종종 본다. 관공서공휴일 유급휴일 부여에 별다른 조건을 달아서는 안 된다. 평등한 유급휴일 보장을 위해서는 그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는 하루빨리 해당 행정해석을 폐기해야만 한다.

 

 

글 _ 전덕규

2011년부터 장애인활동지원사 일을 하고 있다. 적게 일하고 조금 벌고 취미생활을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너무 일을 많이 하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의 노동조합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https://litt.ly/ndaukr)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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