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나니 사람들이 연휴 후유증을 겪는다. 총 6일간의 연휴가 있다 보니 다시 업무에 돌입하기가 힘든가 보다. 2023년 추석이 지나니 사람들은 벌써 내후년 명절을 기다리는 모양이다. 2025년 추석은 7일의 연휴라고 한다.

하지만 정규직 직장인들이 그토록 환호하는 연휴에도 장애인은 고통스러워한다. 일단 활동지원사도 경우에 따라서는 명절을 가족과 보내야 해서 근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들은 명절에 활동지원사를 구하기 힘들고, 다행스럽게도 구한다 하더라도 바우처 소비가 더욱 많아져 고통스러워한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활동지원 바우처 소비가 많아져 명절을 싫어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일견 낯설어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사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는 2011년부터 법제화되어 시행되었고, 2011년 이전까지 ‘월 단위 시간’으로 보장되던 활동지원이 ‘월 단위 금액’으로 환산되어 표시되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 야간과 휴일에 소비되는 바우처 수가가 주간보다 1천 원 많이 소모되도록 변화되었고,* 2013년 8월 1일부터는 휴일/야간의 경우 주간 대비 150%의 수가가 소비되도록 변경한 것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시간’에서 ‘돈’처럼 금액 단위로 표기하고 야간이나 휴일 시기에 따라 소모되는 양을 변화시키는 방식이 장애인들에게 예상치 못한 변수로 다가오게 된다는 점이다. 이번 10월 2일처럼 대통령이 갑자기 임시공휴일을 지정이라도 하는 일이 생기면, 그날의 바우처 소비는 150%로 증가하게 된다. 관공서 공휴일을 많은 사람이 유급휴일로 누리지만, 이를 누릴 수 없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차별을 겪는 것처럼, 장애인이 쓸 수 있는 활동지원 시간은 줄어들게 되어 실질적 손해로 이어지게 되니, 나로서는 이러한 것도 차별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사실 꼭 명절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주간에 활동지원을 쓰는지 야간에 활동지원을 쓰는지에 따라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변동된다. 장애인 중에는 야간에 특히 활동지원을 받는 것이 중요한 사람들이 있다. 욕창을 방지하기 위해 체위 변경이 필수적인 사람들, 수면 중 호흡기 상태를 옆에서 누군가가 관찰해야 하는 장애인들 등. 오히려 야간에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은 야간에 서비스를 쓸수록, 지원받을 수 있는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의 총량이 줄어들게 된다.

‘시간’에서 ‘금액’으로의 변화는 전 국가적으로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9년 중앙정부는 사회보장정보원을 통한 사회서비스 바우처 전산관리를 점차로 확대하기 시작했고, 기초단위에서 추가로 지원되던 활동지원시간도 ‘시간’ 보장에서 ‘금액’ 보장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그 확대 과정에서도 얼마간의 갈등은 있었다. 적어도 기초추가지원의 경우 밤에 쓰건 낮에 쓰건 휴일에 쓰건, 일정 ‘시간’을 보장받던 장애인들은 자신의 시간이 줄어든 것을 체감했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투쟁한 일부 기초지자체의 경우 지원 시간을 늘려줌으로써 변화에 대한 완충을 기했지만, 당사자들이 투쟁하지 않거나 못했던 지역의 경우 주간수가를 기준으로 ‘금액’을 보장받았다.

시간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되돌려도 ‘월 단위’ 시간이라는 점이 장애인의 삶을 불안하게 한다. 2월처럼 한 달이 28일인 경우 보장받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넉넉하지만, 한 달이 31일인 경우는 또 다르다.

 

나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가장 심각한 모순점 중 하나가 장애인의 권리와 노동자의 권리를 정부의 예산중심적 시각으로 획일화하는 데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활동지원제도가 장애인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보편적 권리로서의 공공재 성격을 가진다면, 주간이건 야간이건 공휴일이건 월간이건 일정한 수준이 꾸준하게 공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장애인에게 현재처럼 월 단위가 아닌 주 단위로(적어도 일정 일수를 주기로) 활동지원서비스가 보장되어야 하고, 금액이 아니라 시간으로 활동지원 서비스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활동지원사 노동자 권리 보장 기준은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기준과는 별도로 구분되어 예산이 책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 _ 전덕규

2011년부터 장애인활동지원사 일을 하고 있다. 적게 일하고 조금 벌고 취미생활을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너무 일을 많이 하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의 노동조합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https://litt.ly/ndaukr)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2011년까지는 주간-휴일-야간의 경우 서비스 제공 수가가 일괄 6,000원이었다. 활동지원사에게도 야간-휴일 수당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자 정부는 2012년부터 주간수가는 8,300원, 야간-휴일의 경우 9,300원으로 변경하였다. 그마저도 4시간까지만 적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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