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노동자, ‘일자리 만족도 매우 높고 장기근속 희망’
최저임금 적용 예외에 더해 ‘고용 기간·노동시간 쪼개기도 확인’
장애인 일자리, ‘단기 순환형 고용 관행과 초단시간 근로계약 근절’해야

 

장애인 노동자를 구술인터뷰한 결과 일자리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고, 장기근속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반복되는 갱신계약에 따른 재계약 탈락 우려 역시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나 단기 순환형 장애인 일자리에 대한 변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8일, 420장애인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은 ‘2023 발달장애인 노동자 구술인터뷰 결과 공유회(아래 결과 공유회)’를 경주시장애인기초재활교육센터에서 열었다.

결과 공유회에서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일자리 사업 담당자 구술인터뷰 내용을 공유했다. 이어 인터뷰 영상 시청, 노동권에서 배제된 장애인 노동 현실 발표, 인터뷰 참여 당사자와 담당자 발언, 가족 발언 순으로 진행됐다.

 

11월 8일 ‘2023 발달장애인 노동자 구술인터뷰 결과 공유회’가 열렸다. 장애인 노동자 구술인터뷰는 금속노조 경주지부 사회공헌기금 지원으로 이뤄졌다.
11월 8일 ‘2023 발달장애인 노동자 구술인터뷰 결과 공유회’가 열렸다. 장애인 노동자 구술인터뷰는 금속노조 경주지부 사회공헌기금 지원으로 이뤄졌다.

배예경 경북장애인부모회장은 “이번 사업은 복지일자리, 보호 고용, 일자리 창출 등의 이름으로 저임금·단기 계약직에 내몰려 있는 장애인 노동자의 노동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종사자가 경험하는 장애인 노동자의 근무환경, 제도적 문제점과 당사자 경험을 통해 장애인 노동을 둘러싼 현실 문제를 드러내고, 드러난 문제를 바탕으로 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위한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결과 공유회를 통해 나타난 장애인 노동자의 노동 인식은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노동 현실은 비장애인보다 더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뷰 대상자의 업무 분야는 환경미화 3명, 사무보조 2명, 자동차 부품 조립, 주방보조, 요양 보조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노동시간의 경우 1명을 제외하고 단시간 노동을 하고 있었으며, 초단 시간 노동 계약을 맺은 사례도 있었다.

급여 사용처는 자립이나 독립, 여행 등을 위한 저축, 부모님 등 가족에게 용돈 드리기, 의류 구매, 개인적 지출 등이 고르게 나타났다. 일에 대한 만족도는 전체 평균 88점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으며, 당사자 모두가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인터뷰에 응한 장애인 당사자들은 단기 고용계약에 따른 계속 근무 여부와 그에 따른 면접 불안 등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답했다. 이는 단기 순환형 고용계약이 장애인 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공유회에서는 이 외에도 장애인 일자리 업무 담당자 인터뷰 결과도 소개됐다.

담당자들은 장애인 일자리 사업이 기관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직업 훈련으로 직업과 연계된 훈련 외에도 생활관리, 대인관계 형성, 직장 생활 에티켓 훈련 등을 실시한고 했다.

 

일에 대한 만족도(왼쪽)와 일에 대한 의지(오른쪽). 출처=결과 공유회 자료
일에 대한 만족도(왼쪽)와 일에 대한 의지(오른쪽). 출처=결과 공유회 자료

구술인터뷰를 담당한 손병진 경북장애인부모회 경주지부 활동가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장애인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면서도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장애인을 바라보지 않았나 생각하게 됐다”라며 “내가 맨 처음 일을 하면서 가졌던 생각과 장애인분들이 일하면서 느끼는 것이 전혀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인터뷰 영상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당사자분들이 행동할 힘이 있다. 당사자분들이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계속 성장하고 힘 있게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이라고 제시했다.

 

“근로기준법 적용 피하려 노동시간 쪼개기 계약 만연”

결과 공유회에서는 최저임금 적용 예외뿐 아니라, 고용 기간과 노동시간 쪼개기, 직업 재활, 교육 훈련 등의 형식으로 노동권에서 배제되는 장애인 노동 현실도 드러났다.

경북노동인권센터는 사례 발표를 통해 계속 고용을 회피할 목적으로 2년 이내의 고용계약으로 직장이 계속 바뀌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1년 미만 또는 수개월씩 고용계약을 반복하는 고용 기간 쪼개기 사례 급증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고용 기간 쪼개기 외에도, 근로기준법 적용을 하지 않기 위해 주간 14시간 30분 계약 등 주 15시간 미만, 월 60시간 미만의 편법적인 근로계약 체결이 만연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교육 및 직업 훈련이란 명목으로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거나 4대 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장애인 일자리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노동권 배제는 이제는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결과 공유회에 참석한 하용준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대표는 “장애인 일자리 참여자들에 대한 4대보험 적용, 2년 이내 단기 순환 고용,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근로계약 등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더 이상 적용 예외라는 이름으로 장애인 노동자를 차별하고, 노동 기본권에서 배제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장애인 단체와 노동단체가 힘을 합쳐 장애인 노동에 대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발달장애인 노동자 구술인터뷰는 전국금속노동조합 경주지부 사회공헌기금사업 지원으로, 지난 9월 발달장애인 노동자 8명과 관련 사업 종사자 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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