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애인이라서 느끼는 열등감인지 혼란을 느낀다. 눈에 드러난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드는 소외감이라면 익숙하다. 비장애인과 무림 속에 서 있으면 아주 사소한 것에 열등감이 느껴진다. 스스로 장애인이란 것을 느끼고, 다른 사람과 차이가 분명하게 있다고 인정한다. 지역사회에서 나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게 관계를 맺는다고 하지만 정말인지 의심 든다. 예를 들어서 길거리를 지나가면 사람들은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인사하지 않는다. 화장품 가게에서 홍보를 위해서 전단지를 나눠줄 때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는 건네주지 않는다. 비장애인과 있으면 나에게는 인사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라면 ‘전단지 안 받으면 좋지’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전단지는 필요 없어도 ‘왜 나는 안 주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장애인이라서 느낀 열등감인가?’ 궁금할 때가 있다. 식당에서 친구와 밥을 먹은 적이 있는데, 일하는 직원이 나한테 “미안해”라고 하면서 “내가 세금을 많이 내줘야 장애인이 생활하기 나아지죠.”라고 했다. 식당에서는 친구와 다른 사람이 같이 밥을 먹고 있었다. 나도 다른 손님처럼 식당에 돈을 주고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미안해”라는 말을 듣고 감사해야 하는지 직원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요즘은 지역사회가 세련되게 인식이 바뀌어 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차별은 여전하다. 최근에 저녁 8시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어떤 분이 장애인에게 “이 시간에도 돌아다니냐”라고 말을 했다. 아마 지나가는 길에 우리가 방해되어서 그런 말을 한 것 같다. 그때 나랑 같이 가던 친구가 “장애인은 밤에 돌아다니면 안 돼요?”라고 했다. 아마 그분에게 친구는 ‘싸가지 없는 장애인’이 됐을 것 같다. 여전히 나이가 스무 살이 넘은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을 아이처럼 통제한다. 장애가 있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장애 중증과 경증에 따라 비교한다. “장애가 없다.”라고 생각하더라도 지역사회에서 말하는 장애를 갖고 있다. 만약 내가 장애를 갖지 않았다면 반말을 듣지 않고, 누가 더 중증인지 듣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좋은 배려에도 불편할 때가 많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과연 장애가 있는 사람이 어떻게 듣고 있는지 의심한다. 작년 12월쯤 세계장애인의 날 전국 투쟁이 있어서 참가했었다. 그때 밤 10시쯤 같은 지방 사람들과 같이 술 한잔 마시기 위해서 식당을 알아봤다. 모든 사람이 접근이 가능한 식당을 알아보기 위해서 찾아다니다가 겨우 하나 찾아서 같이 술을 마실 수 있었다. 그 당시에 솔직히, 식당을 찾는 것이 미안하고 불편했다. 만약 모든 식당이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곳이라면 굳이 찾지 않아도 될 텐데, 오히려 반대로 장애가 있는 사람이 마치 배려 받는 듯한 위치가 되어서다. 당연하게 배려 받아도 된다고 하는 사회였다면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것 같다.

장애인시설에서 생활할 때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삶을 살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장애가 있어서 느낀 불편함이 없었다. 그렇지만 시설을 나와서 자립생활을 하는 지금은 불편함을 많이 느끼곤 한다. 상대방은 아무렇지 않은데 나 혼자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느낀다. 장애인은 나약하다는 시선에 대한 거부감으로 사람들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한다. 그리고 열등감에 비장애인과 구분을 짓고 위계질서를 만드는 것 같다. 그런 위계질서를 수용하고 또 거기에 맞춰서 행동하겠지? 장애를 갖지 않았다면 그냥 넘길 감정도 내가 장애인이라서 느끼는 열등감인지 모르겠다.

누구나 겪는 어떤 상황이나 관계에서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행하는 배려가 오히려 소외감을 불러 일으켜 불편한 것인지, 아니면 장애인이기 때문에 혼자서 느낀 열등감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내가 장애인이 아니었다면 이러한 열등감을 모르고 지나갈 것 같다. 단 한 번도 태어나서 장애를 원망해 본 적은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장애를 가져서 느끼는 열등감이 극복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한편 당연한 제공이 ‘좋은 배려’가 된다면, 그럴 때 드는 감정이 장애를 가져서 느끼는 열등감이 맞는지 물어보고 싶다. 사회에서 도움을 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감사함을 모른다고 하는 태도가 불편하다고 해도 모르고 싶다. 오히려 이기적인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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